7일 밤 분한 마음에 잠을 설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벌어진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부 1000미터 준결승 두 게임에서 우리 선수들이 멋진 추월 솜씨를 자랑하면서 각각 1조 1위(황대헌), 2조 2위(이준서)로 결승선을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심판 판정으로 억울한 페널티를 받는 바람에 결승전 스타팅 라인에 서 보지도 못했다. 

묘하게도 이로부터 딱 하루 전 또 하나의 중요한 대회인 AFC(아시아축구연맹) 여자 아시안컵 축구대회가 인도 나비 뭄바이에서 끝났다. 그곳 우리 여자축구대표팀도 경기가 끝난 직후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여자 아시안컵 최다 우승 경력(8회)을 자랑하는 강팀 중국을 상대로 콜린 벨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 2-0으로 리드하다가 후반전에 내리 3골을 내주는 바람에 통한의 준우승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보다 앞서 열린 디펜딩 챔피언 일본과의 준결승에서도 먼저 골을 내줬음에도 불구하고 연장전까지 따라붙어 승부차기를 통해 4-3으로 뒤집고 올라온 저력을 지닌 강팀이었다.
 
 대한축구협회 인스타그램 사진들

대한축구협회 인스타그램 사진들 ⓒ instagram.com/thekfa

 
한국 여자축구가 아시안컵 도전 역사상 처음으로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냈고, 8강에서 호주를 짜릿하게 물리치고는 2023년 호주&뉴질랜드에서 열리는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고 하지만 이 결승전 결과는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런데 대한축구협회의 SNS에 올라온 그녀들의 시상식 뒤풀이를 지켜본 일부 팬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결승 후반전 추가 시간 3분에 짜릿한 펠레 스코어 역전 골로 우승을 차지한 중국 선수들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 선수들이 환하게 웃는 표정들을 여러 장의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그 자리가 중국 선수들이 조금 전까지 우승 트로피, 개인별 금메달, 개인별 미니 트로피 등을 자랑하던 시상식 단상이었기 때문에 더 놀라웠다. 

누구의 제안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여자축구대표 선수들은 다시 올라가기 쉽지 않은 단상에서 그 누구보다 멋진 포즈로 준우승 메달을 자랑하며 최선을 다한 자신들을 맘껏 뽐냈다. 일부 선수들은 뺨에 우승 팀 축하를 위해 뿌려준 꽃가루 모양의 셀로판지를 붙이기도 했다. 속으로는 눈물이 쏟아졌겠지만 우리 선수들은 그보다 더 빛나는 미소로 그날을 추억했다. 왜냐하면 축구를 포함한 모든 스포츠, 그리고 우리의 삶은 계속 나아가야 하니까.

준우승 메달을 걸고 8일 귀국하는 우리 여자축구대표 선수들은 7일 동안 격리 후 다음 달 19일 개막하는 2022 WK리그를 준비해야 한다. 한국 여자축구의 영원한 에이스 지소연(첼시 FC 위민)을 포함하여 네 명의 선수들은 각자 소속 팀 일정에 합류하기 위해 따로 떠났다. 그녀들은 헤어지기 전 내년 월드컵을 더 알차게 준비하자는 각오를 그 어느 때보다 가슴 깊이 나눴을 것이다.

남자 1000미터 준준결승 도중 빙판에 미끄러지며 다치는 바람에 준결승 1조에 편성되고도 스타팅 라인에 서지도 못한 박장혁 선수를 포함하여 몹시 억울한 일을 겪은 황대헌, 이준서 선수도 고개를 치켜들고 다시 빙판을 질주하기를 바란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바람을 조용히 일으키며 특유의 멋진 추월 솜씨를 뽐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올림픽 쇼트트랙 황대헌 박장혁 이준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