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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보 형제복지원 피해자협의회 자문위원장
 박경보 형제복지원 피해자협의회 자문위원장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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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정권이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앞두고 1970년~1980년대 '부랑인 단속'을 명분으로 극악한 인권유린을 자행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 30명이 28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피해자들이 직접 나선 이유는 이미 맞닥뜨린 벽 때문이었다. 앞선 다른 피해자 15명이 제기한 국가배상소송이 법원의 강제조정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의 이의신청으로 인해 최종 결렬되는 것을 보면서, 결국 '재판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지난 11월, 앞서 13인이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을 강제조정 하면서 "2022년 1월 31일까지 피해자 13명에게 총 24억 8980여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한 바 있다. 그러나 법무부가 지난 12월 9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화위)의 조사 결론을 기다려야한다는 이유로 이의신청을 제기하면서, 결국 조정은 결렬됐다.

"대선 지나면 지선... 결국 또 뒷전" 21대 국회 배·보상 논의도 무소식

이번 소송에 참여한 대리인 측은 "힘겹게 마련된 조정안이 국가의 이의신청에 의해 무참히 결렬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국가의 자발적인 보상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손해배상액은 총 132억 원에 달하나, 피해자들의 소송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운 사정으로 일단 피해자별 1년 분의 위자료만을 청구하고 추후 청구 취지를 확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양말 한쪽 안 받았다. 우리는 여전히 자칭 피해자다."


피해자 측을 대표하는 박경보 형제복지원 피해자협의회 자문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하루하루 죽어가는데, 진화위 결과만 보고 기다리기엔 너무나 지친다"며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는 고령의 피해자들을 언급했다. 1987년,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후 지금까지 피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사후 대책 마련을 위한 국가의 노력에 진척이 없다는 한탄이었다. 그는 통화 중 이따금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일단 통과'를 위해 여야 합의로 진행한, 배·보상 부분이 빠진 지난 20대 국회의 과거사법(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이야기도 꺼냈다. 박 위원장은 "추후 논의하겠다고 했는데, 대선 정국에 접어들고, 내년엔 지방선거까지 이어지면 결국 또 뒷전으로 밀린다"고 말했다. 21대 국회에선 지난 8월 배·보상 규정을 포함한 과거사법 개정안이 상임위에 회부돼 있긴 하지만, 아직 한 차례도 심사된 바 없다.

박 위원장은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 목소리를 낸 지가 수십 년이다. 다들 너무 쇠약해졌다"면서 "(앞선 재판서) 재판부가 조정안을 통해 나름 국가 잘못을 인정한 부분이 고무적이었다. 당장의 어떤 결과보다 피해자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자긍심을 얻도록 해줄 사법부의 한 마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태그:#형제복지원, #국가배상, #국가폭력, #군부정권, #진상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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