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스페셜 <셋>이 세 소녀의 안타깝고 비극적인 미스터리로 시청자들에게 여운을 남겼다. 10일 방송된 <셋>에서는 김종희(소주연)-우형주(정이서)-강보리(조인) 세 친구의 평온했던 일상과 우정을 잔혹하게 망가뜨렸던 '그날'의 진실을 찾는 과정이 그려졌다.
 
세 사람은 종장리의 한 저택에서 12년만에 재회한다. 어린 시절 단짝이었던 세 사람은 오랜만의 재회에 웬지 서먹하고 긴장된 분위기를 드러낸다. 시간은 12년전 거슬러 올라가고, 세 사람이 우형주의 계부와 처음 대면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우형주의 엄마와 재혼한 계부 조병구는 경찰이었고 형주의 친구들에게도 친절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후로 우형주는 계부의 연락을 받고 두려워하거나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등 조금씩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어느날 친구를 걱정하여 우형주의 집을 찾아갔던 김종희와 강보리는 본색을 드러낸 계부에 감금되어 끔찍한 폭행을 당하고 성착취 동영상까지 강제로 촬영당한다.
 
12년의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우형주는 집을 나와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자신에게 집착하는 조병구에게 두려움과 증오를 품고 있었다. 우형주는 강보리와 김종희에게 연락하여 조병구를 죽여서 복수하고 자살로 위장하자는 제안을 한다. 우형주는 두 달간 조병구를 미행하여 매일 술에 찌들어있다가 새벽에 귀가하는 그의 동선까지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집에서 조병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세 사람은 12년 전 추억을 다시 회상한다. 성범죄를 당한 다음날 김종희와 강보리는 우형주에게 "왜 그런 일을 당했다는 걸 알리지 않았냐."고 따졌다. 우형주는 "너희가 오면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일 당했다고 털어놓기기가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도망쳤다."고 고백한다.
 
세 소녀는 본인이 경찰 신분인데다 성착취 동영상까지 가지고 있다는 협박에 조병구를 신고하지 못한다. 김종희는 우형주의 집을 몰래 찾았다가 우형주가 조병구에게 또다시 폭행당하는 모습을 보게되고 성착취 비디오만 간신히 훔쳐내 도망나온뒤 불태워버린다. 소녀들은 신고도 할수도 없고 벗어날수도 없다면, 차라리 힘을 합쳐 조병구를 죽이자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정작 소녀들은 각자 자취를 감췄고 계획은 끝내 실행되지 못했다.
 
다시 12년후의 현실로 돌아와 세 사람은 집에 돌아온 조병구를 습격한다. 그러나 우형주의 예상과 달리 조병구는 술에 취해있지 않았고 오히려 상황을 먼저 눈치챈 조병구의 완력을 당해내지못하고 세 사람은 일방적으로 제압당하고 만다.
 
"네가 한짓 사죄해"라며 절규하는 김종희에게 조병구는 "다 지나간 일 아니냐. 나도 힘들게 살았다"며 뻔뻔한 모습을 보인다. 분노한 김종희는 조병구에게 달려들어 부상을 입히고 "이제부터는 정당방위"라는 조병구에게 오히려 목이 졸려 죽을 위기에 처한다. 그 모습에 어린 시절 폭행당하던 자신을 떠올린 우형주가 조병구를 죽이고 김종희를 위기에서 구해낸다.

세 사람은 조병구의 시신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전전긍긍한다. 그때 나간줄로만 알았던 우형주의 이복동생이 집에 남아있어서 사건을 목격한다. 강보리는 아이마저 처리하자고 주장하고 우형주는 아이가 무슨 죄냐고 반대하며 세 사람은 갈등을 빚는다.
 
12년 전 다 말하지 못한 세 사람의 비밀이 공개된다. 김종희와 강보리가 집에서 조병구에게 유린당했던 그날, 사실 우형주는 집에 있었고 조병구의 협박을 받아 전화로 친구들을 불러들였다는 진실이 드러난다. 우형주는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지만, 강보리는 "오지 말라고만 해줬으면 나도 종희에게 연락하지 않았을 거다. 내가 오늘 진짜 죽이고 싶었던 건 바로 우형주 너"라며 분노한다.
 
김종희는 자신이 알고 있는 또다른 진실을 우형주에게 들려준다. 김종희가 성착취 비디오를 찾기 위하여 우형주의 집에 숨어든 그날, 김종희의 엄마도 비디오를 보고 자신의 딸이 남편에게 성적 학대를 받은 사실을 알게됐다. 하지만 엄마는 모든 것을 알고도 가정을 지키기 위하여 딸의 비극을 묵인했다.

그동안 엄마 때문에 진실을 밝히기를 주저해왔던 우형주에게는 세상이 무너지는 충격이었다. 우형주는 그럴 리 없다고 부정했지만, 김종희는 "다 알고서 모른 척 했던 거다. 그리고 난 그런 너를 두고 도망쳤다"고 고백한다.

강보리는 "넌 이미 버림받은 거다. 그런 줄도 모르고 멍청하게 우리까지 끌어들인 거다"고 원망한다. 분노한 우형주와 강보리는 격렬한 몸싸움을 벌인다. 강보리는 우형주를 제압하고 칼을 치켜들지만 눈물을 흘리며 차마 찌르지못한다. 우형주는 "나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오열하며 자책했다. 우형주의 이복동생은 세 여자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우형주는 결국 경찰에 범행을 신고하고 체포당한다. 수갑을 차고 경찰에 끌려가면서 우형주는 무덤덤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복잡한 감정으로 응시한다. 우형주는 자신이 조병구를 죽인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돈 때문에 친구들을 강제로 납치했다고 진술했다.
 
의붓아버지 살해사건은 언론에 보도되며 큰 이슈가 되었고, 그날의 가슴아픈 진실이 세상에 공개되며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 우형주만 실형 5년을 선고받았고, 강보리와 김종희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강보리와 김종희는 교도소로 우형주를 찾아와 재회한다. 세 사람은 학창 시절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보며 오랜만에 미소를 짓는다. '오래 묶인 발은 앞으로 걷는 법을 모르고 힘겹게 걷는다고 해도 몇 번이고 넘어질지 모른다. 그럼에도 발아래 뻗은 희미한 그 길을, 그위를 디뎌볼 것이다. 셋이서, 천천히, 천천히'라는 내레이션을 끝으로 오랜 아픔에서 벗어나려는 세 소녀의 열린 미래를 보여주며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셋>은 드라마스페셜 2021 단막극의 4번째 작품으로, 성범죄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친구 셋이 복수를 위해 12년 만에 다시 모이면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청주에서 중학생 딸과 딸 친구에게 잔혹한 성범죄를 저지른 의붓아버지의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실제 모델이었던 중학생 피해자들은 지난 5월 나란히 세상을 등지며 국민들을 더운 안타깝게 했다. 어린 소녀들에게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은 계부에게는 지난 10일 1심에서 현재 징역 20년이 선고됐고, 무기징역을 구형했던 검찰은 형이 가볍다며 항소한 상태다.
 
같은 아픔을 지녔지만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캐릭터들, 지독하게 얽힌 인물들의 관계성은 시청자들에게 현실의 가정폭력과 범죄들이 인간관계를 어떻게 왜곡하고 파괴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또한 억압된 환경의 한계, 사회 시스템의 모순으로 피해자들이 또다른 피해자들에게 간접적인 가해를 저지르게 되는 비극적 사연들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어둡고 무거운 스토리와 캐릭터를 몰입감있게 소화해낸 세 젊은 여배우들의 절절한 호연이 극중 피해자들이 느꼈을 절망감을 심도있게 표현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스페셜 청주계부사건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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