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방영된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의 한 장면.

지난 11일 방영된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의 한 장면. ⓒ TV조선


지난 11일 방영된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아래 <국민가수>)에선 지난주에 이어 본선 2차전 경연 '1대 1 데스매치'가 펼쳐져 흥미로운 볼거리를 선사했다. 앞선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이 동일한 방식의 대결을 통해 향후 우승자가 된 송가인, 임영웅 등의 가능성을 발견한 바 있었다. 

이를 통해 시청률 상승 및 프로그램 인기의 기폭제 역할을 담당한 전례로 비춰볼 때 <국민가수> 역시 데스매치를 통한 불꽃 튀는 접전을 기대했지만 결과물은 다소 의외였다. 13대 0, 12대 1 등 시청자들도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일방적인 결과가 나오면서 경연의 긴장감은 상당 부분 희석되었다. <국민가수> 본선 2차전에서 참가자들의 승패를 가른 부분은 바로 선곡 싸움이었다.

선곡에서 일찌감치 갈린 승패
 
 지난 11일 방영된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의 한 장면.  여성 시청자들의 든든한 지지를 받은 이솔로몬, 이주천이 맞대결을 펼쳤다.

지난 11일 방영된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의 한 장면. 여성 시청자들의 든든한 지지를 받은 이솔로몬, 이주천이 맞대결을 펼쳤다. ⓒ TV조선

 
본선 2차전 두 번째 편에서 가장 흥미를 끈 대결은 이솔로몬과 이주천의 무대였다. 수려한 용모와 실력을 겸비한 덕분에 여성 시청자들의 든든한 지지를 받는 두 참가자가 피할 수 없는 승부를 겨룬 덕분에 이날 경연의 하이라이트로 손꼽혔다. 하지만 결과는 다소 싱겁게 끝났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코나 원곡)를 리듬감 넘치는 편곡에 담은 이주천이 윤종신의 명곡 '오래전 그날'을 택한 이솔로몬을 5표 차이로 누르고 다음 라운드 진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첫 소절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 곡"이라는 마스터(심사위원)의 지적처럼 '오래전 그날'은 도입부에서부터 진한 울림을 선사해야 하는 제법 난도 높은 곡이었지만 이솔로몬은 평이한 방식의 편곡으로 재해석했다. "나쁘지도 않았지만 좋지도 않았다"라는 심사위원 이석훈(SG워너비)의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러한 구도는 첫 번째 경연자로 나선 14살 중학생 국악소녀 이소은과 그보다 22살 많은 팝페라 가수 유슬기(듀에토)의 대결에서도 비슷하게 목격되었다. 전통 국악 vs. 팝페라라는 상반된 장르 및 나이 차이에서 오는 독특한 경쟁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지만 승부는 의외로 13대 0, 유슬기의 완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결승전 선곡으로 나왔다"라는 찬사가 나올 만큼 유슬기는 화려한 오케스트라 선율에 실린 자신감 넘치는 가창력으로 단숨에 무대를 압도한 데 반해 BTS의 '전하지 못한 진심'으로 맞불을 놓은 이소은은 평이한 곡 전개로 인해 쉽게 승부를 놓치고 말았다. 

눈물 흘리게 만든 박장현, 하동연
 
 지난 11일 방영된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의 한 장면. 박장현과 하동연 등은 압도적인 실력과 선곡에 힘입어 다음 라운드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지난 11일 방영된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의 한 장면. 박장현과 하동연 등은 압도적인 실력과 선곡에 힘입어 다음 라운드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 TV조선

 
이날 방송에선 두 명의 참가자가 심사위원들의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등 예상 밖의 감동도 선사했다. 공황 장애 등으로 인해 3년 공백을 가졌던 박장현(브로맨스)은 난도 높은 선곡으로 평가받은 '한숨'(이하이 원곡)을 정성을 다해 소화하면서 백지영, 신지 등을 눈물짓게 만들었다. 경연 직전에도 정상적으로 호흡을 하지 못할 만큼 어려움을 겪었던 그는 안간힘을 다해 2차 라운드를 어렵게 끝마쳤고 결국 또 다른 발라더 조연호를 상대로 13대 0 승리를 거뒀다.

중견 가수 최백호의 구성진 음색이 돋보였던 '부산에 가면'(에코브릿지 원곡)을 선택한 하동연 역시 절제된 감정선을 살린 경연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부산 특유의 정서와 쓸쓸함을 녹여낸 가사는 역시 부산 출신인 개그우먼 신봉선을 울컥하게 만드는 묘한 힘을 발휘했고 결국 하동연으로선 경연용 노래로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평가를 180도 뒤집는 데 성공한다. 

반면 실망감을 안겨준 참가자들도 적지 않았다. 과도한 댄스 퍼포먼스에 치중한 나머지 박자, 음정 처리에서 불안감을 안겨준 출연자가 있는가 하면 각종 오디션 예능 우승 경력자로 기대를 모았지만 제 기량을 발휘 못해 심사위원의 탄식을 자아내게 만드는 이도 있었다.

30명 중 무려 25명 3라운드 진출... 이름만 '데스 매치'
 
 지난 11일 방영된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의 한 장면.

지난 11일 방영된 TV조선 '내일은 국민가수'의 한 장면. ⓒ TV조선

 
무엇보다 아쉬웠던 점은 '데스매치'라는 이름과 어울리지 않는 결과였다. 총 15차례의 1대 1 대결을 통해 15명이 본선 3라운드 진출한다는 게 당초 이 코너의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날 방송에서는 패배한 15명 중 심사위원 선정을 통해 추가 합격의 기회를 부여했다. 방송 말미 MC 김성주의 호명으로 발표된 추가 합격자의 수는 무려 10명이었다. 결과적으로 본선 2라운드 출연자 30명 중 탈락자는 고작 5명에 불과했고 25명이 다음 라운드 진출권을 얻게 된 것이다.

'죽음의 대결'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막상 대거 생존하다 보니 "데스 매치가 아니라 세이프 매치"라는 일각의 비판에도 일리가 있다. 더군다나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에 이어 이번에도 추가 합격에 대한 이유나 설명은 뒤따르지 않았다. <미스터 트롯>에선 5명 (총 20명 3라운드 진출), <미스 트롯2>에선 8명 (총 25명 3라운드 진출)을 추가 합격 처리한 것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많은 참가자를 생존시킨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총 2주에 걸친 본선 2라운드의 효용 가치를 스스로 무력화 시켰다는 점에서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러한 결정은 프로그램 인기 유지 측면에서 꼭 필요한 인물들을 대거 포함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치열한 경연의 긴장감을 흐리는 장면이 되고 말았다. 가뜩이나 앞선 오디션 프로그램 대비 차별화 없는 기획력과 낮은 시청률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제작진의 판단은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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