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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사람과 사람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필요한 만남은 온라인에서 진행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을 우리 사회의 슬로건으로 두어 생활하고 있다.

초·중·고 학생들은 이례적인 온라인 개학 이후 원격으로 수업을 진행하였고, 프로야구는 무관중에서 개막하였으며, 세계적인 가수 방탄소년단도 최근 온라인 콘서트를 진행했다. 디지털 가속화를 겪은 우리 사회가 비로소 언택트 시대에 도래한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키오스크와 같은 무인 주문 단말기 시스템이다. 과거에는 프랜차이즈 음식점 몇몇 곳에만 설치되어 있었던 키오스크가 코로나19라는 시대 배경을 안고 카페, 영화관, 심지어는 기차역에서까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듯 현대 사회는 키오스크를 포함해 비대면 서비스가 주를 이루고 있다. 사람 간 접촉을 유쾌하게 받아들이지만은 못하는 코로나19 시대에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해 대부분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디지털 사회의 취약계층, 특히 고령층의 소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청년은 웃는다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세대인 청년층은 이러한 언택트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다양한 서비스를 누리고 있다. 음식점에 가도 종업원과의 대화 없이 키오스크를 몇 번 터치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음식을 주문할 수 있고, 영화관에서도 단 몇 초 만에 원하는 영화의 표를 발권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인터넷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해 언택트 시대의 장점을 누리고 있다. 모바일 배달 서비스인 배달의 민족이나 쿠팡을 이용해 필요한 음식과 물건들을 집 앞으로 바로 배송받고, 모바일 신청 서비스를 이용해 긴급재난지원금과 같은 국가 차원의 지원을 손쉽게 누리고 있다.

노년은 운다

비대면 서비스의 핵심은 인터넷과 모바일이다. 인터넷과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고, 그 경험이 일반 국민에 비해 현저히 적은 고령층은 이러한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변화에 도태될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저소득층·농어민·고령층 등의 정보취약계층 중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코로나19 이후 관련 인터넷/모바일 서비스 비경험자 중 고령층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비이용 이유를 조사한 결과, 사용방법 모름/어려움이 모든 서비스(정보 서비스, 신청 서비스, 배달 서비스, 구독 서비스)에서 공통된 이유를 차지했다.

또한 지난 2월 경기연구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러한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조사 결과, 경기도민 1천 명 중에서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점포에 설치된 키오스크 사용이 능숙하지 못한 비율은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11.5%에 불과하나, 60대 이상의 고령층은 33.9%에 달해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노년층은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한 디지털 정보화의 사회 속에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채 소외되고 있다. 비슷한 사례로 2019년,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가 무인 키오스크가 설치된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주문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영상 속의 70세 박막례 할머니는 불고기 버거를 주문하고 싶었으나 키오스크에서 제공되는 버거의 그림이 너무 작아 불고기 버거를 찾지 못했고, 결국 다급한 마음에 치킨버거를 고른다. 너무 작은 글씨 탓에 가장 콜라와 비슷한 그림을 찾아 주문했더니 커피가 나온다.

해당 영상에 대해 사람들은 크게 공감했다. 키오스크와 같은 디지털 기기들을 잘 다룰 줄 아는 청년층도 본인의 부모님 혹은 조부모님들이 노년층에 접어들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도태되지 않고 적응할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당 영상이 올라왔던 2019년보다 훨씬 더 다양한 장소에서 훨씬 더 많은 숫자의 무인 단말기가 사용되는 코로나19 사회에서 고령층이 잘 적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유튜브 '박막례할머니' 채널의 박막례 할머니가 패스트푸드점의 무인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있다.
 유튜브 "박막례할머니" 채널의 박막례 할머니가 패스트푸드점의 무인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있다.
ⓒ 유튜브 박막례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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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편리한 디지털 서비스가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어려운 벽이 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음식점이나 카페, 영화관의 언택트 서비스 기기를 제외하고도 은행 업무나 병원 등의 서류 발급 또한 키오스크나 휴대폰 앱을 사용해 무인으로 전환된 지 오래이다.

특히 한국은행에서 제공한 2019년 지급결제보고서에서는 비대면 모바일 뱅킹의 사용은 늘어나는 반면에 ATM의 설치 대수는 11만 1900대로 2013년의 12만 4200대에 대비해 4300대 감소했다고 밝혔다.

모바일 뱅킹에 서툴러 혼자서는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상시 현금 인출 및 계좌이체가 가능한 ATM이 점점 사라짐으로 인해 고령층을 포함한 디지털 취약계층은 은행 업무를 봄에 있어서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층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

UN에 의하면, 현재 인구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2050년 전 세계 인구의 16%는 65세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청년층과 고령층의 디지털 격차 및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 대두되는 의견 중 하나가 바로 '유니버셜 디자인'이다.

청년층이 무리 없이 디지털 기술을 사용할 수 있듯이 고령층도 어려움 없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키오스크를 만들더라도 어르신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국문과 영문을 동시에 써주고 글자 크기를 조절할 수 있게 하는 등 연령뿐만 아니라 성별, 국적,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사용 가능한 설계를 뜻한다.  

앞으로도 5G와 AI, 사물인터넷이 서로 연결되면서 스마트 서비스의 영역은 계속 확대될 것이며,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주변 사물이나 환경과 상호 연동하는 새로운 IoT 기기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해 고령층은 개인적, 국가적 차원의 관심이 없으면 디지털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령층의 도태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디지털 정보 격차가 계층 간의 단절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사소한 것이더라도 고령층이 디지털 격차에서 벗어날 수 있게 다양한 대안을 떠올려보고 시도해 보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태그:#정보격차, #비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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