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어나더 레코드> 포스터

다큐멘터리 <어나더 레코드> 포스터 ⓒ (주)kt seezn

 
우리는 10대 시절 대부분 앞만 보고 달린다. 대학이라는 관문으로 열심히 달려가다 대학교에 간 이후에는 취업의 문을 향해 달려간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취업한 이후에는 사회라는 공간에서 자신의 커리어와 성공의 문을 향해 달려간다.

숨을 헐떡이며 앞으로 달려가다보면 주위를 둘러볼 시간이 없다. 어쩌면 인생은 끊임없이 그런 작은 목표들을 위해 열심히 달리기를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잠깐 그 자리에 멈추는 시간은 꽤 중요하다. 앞으로 달려가야만 할 것 같은 무언의 압박 속에서도 지금까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지금 뛰고 있는 이 길이 맞는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결정도 해보고 다른 좋아하는 무언가를 찾아가면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준다. 사람마다 그 기간은 다르겠지만 휴식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배우 신세경의 마음을 담은 다큐멘터리 <어나더 레코드>

다큐멘터리 영화 <어나더 레코드>는 쉼 없이 일을 하며 달려온 배우 신세경의 멈춤을 담는 시네마틱 리얼 다큐멘터리 영화다. 그는 이 영화 속에서 서촌의 거리를 걷고 여러 카페나 가게를 돌아다니며 그 주인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서촌 특유의 분위기와 그곳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들이 영화를 더 풍성하게 한다.

서촌은 경복궁의 서쪽에 있는 동네다. 좀 더 관광객이 많이 찾는 북촌에 비해 조용하고 한적하다. 거미줄처럼 이어진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의외의 식당이나 가게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은 이 복잡한 길을 천천히 걸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어나더 레코드> 장면

다큐멘터리 <어나더 레코드> 장면 ⓒ (주)kt seezn

 
배우 신세경은 아역배우 출신으로 아주 어린 시절부터 연기라는 일을 하며 계속 달려왔다. 영화 속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20대 중반까지 일을 하느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고 한다.

영화 초반 신세경 배우는 그녀에게 타로점을 가르쳐 준 김주우 배우를 만난다. 배우 신세경은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것들을 차례로 물으며 자기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다. 타로 점을 믿든 믿지 않든 그녀는 휴식을 결정하고 그 속에서 내면의 소리를 듣는다.

그는 위스키를 파는 작은 바인 '무용소', 드립 커피와 떡을 파는 '카페 자하', 차를 파는 '에디션 덴마크', 이탈리아 요리를 파는 '효자동 두오모'를 차례로 방문한다. 어린 동화 작가 전이수 군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도 영화에 담겼다. 영화는 각각의 장소에서 주인과 대화하는 배우 신세경의 모습을 비춘다. 그가 만나 대화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으며 가게마다 고유의 특성이 있었다. 

작은 바 '무용소'에는 과거의 물건들이 가득하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맛이 깊어지는 위스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여행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카페 자하'에서는 쉬지 않고 일해온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는다. 곧 영업을 종료한다는 카페 사장님은 2년 동안 쉬지 않고 최선을 다해 앞만 보고 달려왔고, 이제 잠시 쉼을 선택했다고 한다.

다음 방문지인 '에디션 덴마크' 에선 주인장 덴마크 남편과 한국 아내 국제 부부를 만난다. 그들은 느리고 평화로운 서촌의 분위기와 느리게 걸을 때 보이는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어린 동화 작가 전이수 군을 만난 배우 신세경은 일과 의미, 가족 그리고 외부인의 시선에 대한 이야기한다. 그들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일을 대하는 태도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효자동 두오모'의 사장님과는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결정과 즐겁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타인과 나누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서촌의 아름다움 풍경과 분위기 그리고 휴식

신세경은 편안한 마음으로 누군가와 만나고 대화하면서 휴식을 결정한 자신이 옳았다고 깨닫는다. 사실 처음부터 그것은 이미 옳은 결정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우리 자신도 마찬가지다. 바쁜 와중에 휴식을 결정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잠시 모든 것을 멈추면 저 멀리 있는 문에서 더 멀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휴식을 결정하기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휴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점도 많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다큐멘터리 <어나더  레코드> 장면

다큐멘터리 <어나더 레코드> 장면 ⓒ (주)kt seezn

 
영화 속에 담긴 서촌 속 가게들은 대부분 아주 작은 가게들이다. 골목골목에 숨겨져 있는 가게들은 우리에게 뜻밖의 선물을 선사한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배우 신세경과 함께 서촌을 산책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영화는 관객을 스크린 속으로 천천히 빨아들인다.

영화에는 극적인 순간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가 있다. 그들의 대화를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느낌이 있다. 특히나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배우 신세경의 모습이나 마음속 이야기를 같이 들을 수 있다는 점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김종관 감독은 현실적이면서 관객들의 마음에 다가가는 감성적인 연출을 잘 한다. 그가 연출한 <더 테이블>, <조제>, <아무도 없는 곳> 같은 영화들을 통해 감독이 가진 고유의 감성을 잘 느낄 수 있다.  그 감성을 그대로 다큐멘터리 영화 <어나더 레코드>에 담았다.

아름다운 서촌의 풍경과 분위기를 담는 한 편, 배우 신세경의 개인적인 고민과 모습을 서촌의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밀어 넣었다. 그래서 보는 내내 흐뭇한 마음이 된다.

다큐멘터리 영화 <어나더 레코드>는 OTT 서비스인 Seezn에 단독으로 공개되었다.  Seezn 웹사이트나 앱을 다운로드 받아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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