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고 방용훈 전 코리아나호텔 사장의 장모집 난동 사건에 봐주기 수사로 논란을 일으켰던 경찰관이 허위공문서 위조 혐의로 벌금형을 구형받았다. 방 전 사장은 고 방일영 조선일보 회장의 차남으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동생이다.

검찰은 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 심리로 열린 이 사건 첫 공판에서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기소된 이아무개 경위에게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경위가 2016년 12월 주거침입 및 재물손괴죄로 고소된 방 전 사장을 조사한 후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허위가 있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243조에 따르면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심문할 땐 사법경찰관리를 반드시 참여시켜야 하는데 이 경위는 당시 참여자를 두지 않았음에도 '안아무개 경장'이 참여했다고 거짓으로 조서를 썼다. 이를 알면서도 1년 후 검찰에 기록으로 제출해 허위공문서 행사 혐의도 적용됐다.
 
MBC PD수첩 2019년 3월5일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방영본 갈무리
 MBC PD수첩 2019년 3월5일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방영본 갈무리
ⓒ MBC PD수첩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MBC PD수첩 2019년 3월5일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방영본 갈무리
 MBC PD수첩 2019년 3월5일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방영본 갈무리
ⓒ MBC PD수첩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애초 수사의 발단은 2016년에 있었던 방 전 사장의 아내 고 이미란씨의 학대 사건이다. 이씨는 그해 9월 한강에 투신해 사망했다. 이씨는 유서 등을 통해 사망 5개월 전부터 금전 문제로 남편 방 전사장으로부터 학대를 당했고 지하실에 감금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사망 일주일여 전엔 자녀 4명이 강제로 이씨를 사설 구급차에 태우는 과정에서 상해도 입었다.

이후 유족이 이씨 사망 경위를 조사하자 방 전 사장은 그해 11월 이씨 어머니 자택을 찾아갔고 돌로 현관문을 내리쳐 파손시켰다. 산악용 얼음도끼를 챙겨 현관문 앞에서 휘두르려 하기도 했다. 이를 CCTV로 확인한 유족이 방 전 사장을 주거침입과 재물손괴 혐의로 용산경찰서에 신고했다.

사건을 맡은 용산경찰서는 '봐주기 수사' 논란을 일으켰다. CCTV 등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명백함에도 용산서는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서울서부지검에 넘겼다. 이때 담당 수사관이 이 경위였다. 검찰 또한 방 전 사장을 무혐의 처분했으나 유족이 경·검이 고의로 축소 수사했다며 항고했고, 항고가 받아들여져 재수사가 시작됐다. 2017년 6월 방 전 사장은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유족 측은 검찰이 특정한 이 경위 혐의도 축소됐다는 입장이다. 조사 과정에서 이 경위가 경찰서가 아닌 '불상의 장소'에서 방 전 사장을 조사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이 경위는 조사 장소를 용산경찰서라고 조서에 썼다. 이 경위를 수사한 경찰은 이런 허위 기재 사실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혐의로 결론냈다. 이 경위는 검찰에 '경찰서 내 휴게실에서 조사를 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MBC PD수첩 2019년 3월5일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방영본 갈무리
 MBC PD수첩 2019년 3월5일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방영본 갈무리
ⓒ MBC PD수첩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직무유기 혐의도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됐다. 경찰은 이 경위가 CCTV 영상 등의 증거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을 직무유기로 봤으나 검찰은 법리적으로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며 무혐의로 처분했다.

이 경위는 이날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 경위는 "30년 넘도록 열심히 근무했고, 1년 동안 직위해제를 당하면서 경제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도 있었다"며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한다. 남은 기간 열심히 근무할 수 있게끔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재판장에 말했다.

재판이 끝난 후 '방용훈 대표를 어디서 조사했는지', '수사 지휘를 받은 건지' 등을 물었으나 이 경위는 묵묵부답으로 법원을 빠져 나갔다.

이와 관련 이씨의 어머니, 언니, 형부 등 3명의 유족은 지난 6월 수사기관의 사건 은폐와 축소 기소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정부에 위자료 5억5000만원을 청구하는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접수해 진행 중이다.

재판을 방청한 유족 김영수씨는 "이 경위는 사실 일개 경찰관으로 보다 더 큰 주범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며 "용산서가 왜 방용훈 일가에 편의와 특혜를 제공하고 비호해왔는지는 이 주범 없이 설명할 수 없다. 언론 적폐를 해결하려면 이 상황을 만든 이들 모두를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선고 공판은 오는 28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424호에서 열릴 예정이다.

태그:#방용훈, #이미란, #용산경찰서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