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넬(NELL)이 총 10곡을 눌러 담은 정규 앨범으로 돌아왔다. 꾸준히 음악작업을 해나가며 리스너들에게 새로운 노래들을 선물해준 이들이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로, 어떤 사운드로 돌아왔을지 기대를 모은다. 

지난달 30일 오후 넬의 네 멤버 김종완(보컬), 이재경(기타), 이정훈(베이스), 정재원(드럼)과 이들의 신보인 정규 9집 < Moments in between >에 관한 이야기를 화상 인터뷰로 나눴다.

"원하는 것이 원하는 타이밍에 오진 않아"
 
 밴드 넬(NELL)

밴드 넬(NELL) ⓒ 스페이스보헤미안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두 개다. 하나는 '유희'란 곡으로, 프로그래밍 사운드와 리얼 악기의 밸런스가 돋보이는 트랙이다. 팝과 록을 절묘하게 넘나드는 넬의 매력이 잘 살아있다. 또 하나의 타이틀곡은 '위로'로, 6분이 넘는 긴 노래다. 1막에선 아름다움을, 2막에선 그 아름다움이 안고 있는 위태로움을 표현했다. 몽환적인 보컬과 따뜻한 밴드 사운드가 돋보인다.

김종완은 "공연장에서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곡을 타이틀곡으로 만들자는 뚜렷한 목적을 두고 작업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정훈은 신보에 관해 더욱 자세히 소개하며 "영화처럼 하나의 스토리를 가지고 만든 앨범이다. 관계나 감정이 시작되는 지점부터 끝나는 지점까지의 과정을 한 앨범에 담았다"고 말했다. 감정의 흐름과 이야기의 타임라인을 첫 트랙부터 시작해 따라 가는 앨범인 것. 

그렇다면 이번 앨범에 담긴 이야기는 무엇일까. 무엇에 대해 말하려 했을까. 김종완은 "타이밍이란 게 자기가 의도한다고 해서 오는 것도 아니고, 싫다고 안 오는 것도 아닌 것 같다"라고 운을 떼면서 "관계나 감정 역시도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방식대로 오지 않는 것 같다. 쉬운 예를 들어, 어떤 이들은 결혼 적령기 같은 좋은 타이밍에 만나서 좋은 결실을 맺는 반면 어떤 이들은 감정의 크기가 큼에도 불구하고 타이밍이나 상황이 맞지 않아서 슬픔을 겪기도 하잖나"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타이밍이 맞지 않는 상황들이 관계에서 늘 일어난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 이번 앨범 가사들을 작업했다. 이 앨범 자체도 이번이 아니면 못할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고, 그래서 이번에 이러한 생각이 났고 이런 느낌이 들었으니까 지금 바로 하자고 생각하고 만들었다." (김종완)

김종완은 덧붙여 앨범을 첫 트랙부터 순서대로 쭉 들어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어필했다. 1번부터 10번까지 순서대로 들었을 때 그 감동이나 즐거움이 가장 클 것이라고 언급하며 "영화를 볼 때 중간부터가 아닌 처음부터 보는 것처럼" 그렇게 스토리와 감정선을 따라가며 봐주길 당부했다.

잠 못 이루는 밤과 닮은 앨범
 
 밴드 넬(NELL)

밴드 넬(NELL) ⓒ 스페이스보헤미안


앨범소개에서 '잠 못 이루는 밤과 많이 닮아있다'는 구절이 등장한다. 이는 무슨 의미일까? 

이 질문에 김종완은 "저는 사물이나 사건에 인격이나 감정을 부여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어떤 때의 내 상황이 잠을 못 자는 '불면'이란 것과 닮았단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빨리 자야하는데 그럴수록 더 생각이 많아지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도 (잠을 원하듯) 원할 때는 잘 이루어지지 않다가 내려놓고 나면 해소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7시에 나가야 하는데 6시 40분에 잠이 오는 것 같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자신이 든 생각과 감정을 음악으로 녹여내는 예술성을 보여주고 있는 넬에게 '대중성과 음악성 중 평소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는 편인지' 질문했고, 이 물음에 넬의 전곡을 작사·작곡하는 김종완은 주저 없이 대답을 꺼내놓았다. 

"저희는 음악성에 무게를 둔다. 짧지 않은 시간 음악을 해오면서 느낀 게, 대중성이란 건 우리가 알 수가 없는 것이란 거다. 우리 주변의 20명이 좋아한다고 대중성 있는 음악인 것도 아니고, 우린 대중적이라 생각했으나 아닌 경우도 많았다. 자연스럽게 음악성에 집중하게 되더라. 음악성 안에는 저희의 만족이 들어 있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음악을 발표하는 게 저희에게는 중요한 것 같다." (김종완) 

이렇듯 오랜 시간 자신들만의 철학으로, 음악성을 지키며 걸어온 넬 멤버들에게 음악을 향한 권태를 느낀 적은 없었는지도 물었다. 이에 이재경은 "음악을 하면서 힘들 때는 있었지만 '음악이 재미없다'라는 이야기는 한 번도 안한 것 같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그렇다면 이번 앨범이 넬에게 어떤 의미일까. 김종완은 이에 "모든 앨범이 저희에겐 다 같은 의미로 소중한 것 같다"면서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보면 이 앨범을 준비하던 당시의 우리가 많이 생각나게 되는데 이번 앨범도 저희 삶의 2021년, 2020년이라는 2년이 담겼단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답변했다.

끝으로 꿈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김종완은 다음처럼 대답했다.

"저희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이 있고, 그들이 저희 음악을 통해 무언가를 느끼고 얻는다고 반응을 해주시면 그럴 때마다 저희도 보람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여전히 저희 음악을 많이 알리고 싶고, 저희 스스로 음악적으로 많이 발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게 항상 늘 꾸는 꿈이다." (김종완)
 
 밴드 넬(NELL)

밴드 넬(NELL) ⓒ 스페이스보헤미안

김종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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