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니센스> 포스터

<레미니센스>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조나단 놀란은 형,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광을 함께 한 조력자이다. 크리스토퍼의 첫 번째 히트작인 <메멘토>의 원안을 맡았으며, <프레스티지>와 <다크 나이트> 시리즈, <인터스텔라>의 각본을 썼다. 특히 <인터스텔라>의 경우 작품의 각본을 쓰기 위해 대학에서 학위를 받을 만큼 노력파의 면모를 보여줬다. <레미니센스>는 조나단 놀란이 제작에 참여해 화제를 모은 작품으로 기억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찾아가는 SF 미스터리 로맨스다.
 
작품은 제목(Reminiscence)을 통해 미스터리의 조각을 만든다. 가까운 미래, 인류는 전쟁과 해수면 상승으로 인간성을 잃어버렸다. 도시 절반이 바다에 담긴 이곳에서 사람들은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에만 매달린다. 참전의 아픔을 지닌 탐정 닉은 기계를 통해 고객들이 잃어버린 기억에 다가서게 도와준다. 기계를 통해 과거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찾아가는 고객들의 기억은 3D를 통해 재현되고 닉은 그것을 보면서 고객들의 기억을 음성으로 이끌어 간다.
 
고객들은 해수면이 상승하기 이전의 아름다웠던 시절의 기억을 다시 보고자 한다. 이 아름다운 순간에는 어두운 이면도 있다. 닉은 마치 최면술사처럼 고객의 기억에서 원하는 순간을 이끌어낼 수 있다. 때문에 그의 능력과 기계는 범죄수사에 사용되기도 한다. 용의자를 붙잡아 기억 속에서 증거를 발견하는 것이다. 작품은 이 명과 암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레미니센스> 스틸컷

<레미니센스>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어느 날 열쇠를 잃어버렸다며 찾아온 가수 메이의 기억을 보던 닉은 그 매혹적인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타인의 기억만을 바라보며 자신의 삶은 단조롭던 그에게 새로운 활력이 다가온 것이다. 두 사람은 열렬하게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절망의 시대에 희망을 써 나간다. 그러나 사건은 메이가 사라지면서 발생한다. 그녀가 증발하자 기계에서 과거의 기억을 보는 데만 시간을 허비하던 닉은 자신이 돕던 수사에서 메이에 관한 단서가 나오면서 그 뒤를 추적한다.
 
작품은 놀란 형제의 <메멘토>를 연상시키는 기억 추리극의 요소를 담고 있다. 닉은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서 메이에 대한 단서를 발견하고 이를 추적해 나간다. 아름다운 기억에는 로맨스를, 불행한 기억에는 추리 미스터리 장르를 결합시키는 이분법적인 구성을 통해 두 장르의 장점을 결합하고자 한 시도도 엿보인다. 
 
절망적인 미래 속에서 사람들은 과거에 집착한다. 기억은 그들에게 유일한 행복인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는 걸 막는 장애물이기도 하다. 영화가 설정한 바다에 반쯤 잠긴 도시는 과거의 행복에 잠겨 미래를 보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기억은 사건을 전개시키는 열쇠이면서 주제를 내포하는 상징이다. 두 장르가 기억으로 연결되면서 작품은 통일성을 지니게 된다.
  
 <레미니센스> 스틸컷

<레미니센스>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SF 장르임에도 다소 낡은 이야기와 캐릭터를 시도한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갑자기 사라진 여성과 그 여성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헌신적인 남성의 이야기는 클리셰에 가깝다. 고전 로맨스 <러브 어페어>와 일본의 동명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국영화 <화차>를 떠오르게 만들기도 한다. 스토리가 클래식 하다면 SF라는 장르적 특색을 통해 색다른 감성을 주어야 하는데 그 점이 효과적으로 발현되지 않는다.
 
대신 닉과 메이의 로맨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로맨스에 힘을 주는데 다소 전형적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여기에 부유층은 높은 지대에 산다는 설정을 통해 계층의 문제를 강조하고자 하지만 잘 융화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레미니센스>는 남편 조나단 놀란과 함께 HBO 드라마 <웨스트월드>를 만들며 호평을 받았던 리사 조이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작품이기도 하다. 상상력의 지점에서는 흥미롭지만 이 상상력을 2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이끌어가는 과정이 단조롭다. 무엇보다 이 영화만의 특별한 무기라는 게 보이지 않는다. 휴 잭맨과 레베카 퍼거슨이라는 매력적인 두 배우의 시너지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한 부분이 가장 아쉽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레미니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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