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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마을 앞 도로 송전설 매설 구간에 금을 그어 표시해 놓았다.
▲ 송전설 매설 구간 백수마을 앞 도로 송전설 매설 구간에 금을 그어 표시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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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고흥 포두면 길두리부터 봉림리를 지나는 해창만 수상태양광 초고압(154KV) 송전선 선로 공사를 두고 인근 주민들의 불안과 갈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백수마을 일부 주민들은 '유해 전자파' 위험성을 알리며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군청에 민원 제기와 항의를 하는 등 행동에 나서는 중이다. 반면 업체에서 거액의 마을발전기금을 받은 선로 주변 마을 몇몇 이장은 공사에 찬성한다. 주민간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도 보인다.

고흥군의 '해창만 수상태양광 추진' 과정을 살펴보면 군청은 지난 2017년 10월 '해창만 수상태양광' 사업 관련 제안을 처음 받았다. 이어 두 차례의 주민 설명회와 고흥군 의회 동의, 주민 찬반 여론조사 등을 거쳐 2018년 9월 11일 '해창만 수상태양광 사업' 관련 사업 제안자 모집 공고를 했다. 이후 제안서 평가위원회는 우선 협상대상자로 A사를 선정하고 해창만 수상태양광 주민 대표 기구인 대책위원회도 구성해 업체와 협상 동의안을 마련했다. 
 
95MW 수상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설 고흥 해창만
▲ 수상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설 해창만 95MW 수상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설 고흥 해창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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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의 태양광 발전사업 허가(2019. 6. 26.)가 난 뒤, 영산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와 각종 주요 개발 및 전용허가 절차는 2020년 11월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다만 '송전선로' 개발행위 허가(2021. 4. 14.) 만큼은 두 가지 조건부로 돼 있다. 첫째는 "농경지 및 주택동에 피해가 발생하거나 예상될시 사전 해소후 사업 시행"이고, 둘째는 "사업착수전 사업부지 인근마을(포두면, 풍양면)에 사업계획등 주민 설명회 실시하여 민원해결(환경피해, 전자파)"이다. 이는 고압 송전선로 개발 과정이 순탄치 않으리라는 사실을 군청도 예상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해창만 수상태양광 초고압 송전선이 지나는 백수마을 앞 도로 인근 주민들과 원봉림마을에서 최근 '전자파 피해'를 우려해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백수마을 고압송전선 매설공사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는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15만4000볼트 전선을 고작 1.5m 깊이로 묻으면, 전자파 전기장으로 인해 일대는 사람이 안전하게 살 수 없게 된다"면서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또한 군청의 담당 팀장들과 만나 "동네 앞 고압 송전선 공사 중단하고 안전한 대안 선로로 설계를 변경해 주민 안전조치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도로 대신 산쪽으로 넘어가는 대안선로 개발을 제시하는 주민
▲ 대안 송전선로 도로 대신 산쪽으로 넘어가는 대안선로 개발을 제시하는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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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이 제시한 고압 송전선 우회로
▲ 인가가 없는 산쪽의 대안 선로 마을 주민이 제시한 고압 송전선 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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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군청 담당 팀장들은 군청이 "애초 '송전선로 개발행위'에 대해 민원 해소라는 '조건부 허가'를 했다"면서 "이미 민원이 발생해 공사를 잠정 중단시켜 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주민 A씨는 "그동안 이 사업의 위험성을 잘 몰랐다. 경제성이 문제가 아니라 주민 생명이 위협 받게 됐다"며 "마을을 우회해 송전선로를 설치해 달라"고 말했다. 주민 B씨는 "이대로 공사 강행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 마을 주민들이 너무 큰 피해를 보게 된다"면서 재고를 요청했다.

송전선로 주변 마을 이장들 입장은 첨예하게 갈렸다. 하백마을 이장은 "마을 최고 의결기구인 개발위원회의를 거쳐서 우리 마을 피해보다는 이익이 더 있을 거 같다는 판단으로 (송전선로 개발) 사업에 동의했다. 일부 주민이 반대한다고 멈춰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세 마을의 이장도 사업에 찬성하는 중이다.

반면 원봉림마을은 강경한 반대 입장이고 상백마을 이장도 "어떤 과정을 거쳐 사업 허가가 났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올해 이장이 됐는데 주민 설명회도 없었다. 이 공사는 안 된다. 꼭 막아내겠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사업 찬성 입장인 하백마을 이장은 업체에서 마을발전기금 3000만 원을 받았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마을 앞 공터를 넓히고자 마을에서 빈집을 매입해 공사를 앞두고 있다. 마을발전기금은 그런데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백마을 이장도 마을발전기금을 통장으로 받았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몇 마을이 얼마씩 기금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몇 가구가 사는지에 따라 차등이 있을 거 같다. 그래서 구체적인 금액은 밝힐 수 없다"고 부연했다.

공사를 맡은 업체 관계자는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압선 선로 공사 때) 관이 세 개가 들어가는데 1.8미터 깊이로 판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그러면 전자파 영향이 없는지 묻자, 그는 "전자파는 집에 있는 가스레인지도 나오고 선풍기와 냉장고도 다 나온다. (고압선로는) 집안의 선풍기와 냉장고보다 전자파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마을 이장님들이 발전기금을 받았다는데, (공사에 따른) 피해가 없는데 왜 주셨는지" 묻자 "그걸 왜 저한테 묻느냐? 식사 중이다. 나중에 전화하라"면서 전화를 끊었다. 
  
154KV의 초고압 송전선 매설 공사가 예정된 백수마을 앞 도로 주변의 가옥들. 주민들이 수시로 오가는 길이기도 하다.
▲ 초고압 송전선 예정 구간 주변의 가옥들 154KV의 초고압 송전선 매설 공사가 예정된 백수마을 앞 도로 주변의 가옥들. 주민들이 수시로 오가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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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고압선로 전자파 위해성 관련 논문들(전인수, 윤광렬)에 따르면 극저주파 자기장인 전자파에 지속적으로 노출됐을 때 "소아백혈병, 암, 뇌종양 등의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국제적인 다양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의 일부 주들과 스웨덴, 스위스, 네델란드 같은 나라에서는 송자기장 한계치(2~4mG)를 설정하고 고압선로의 경우 주거지와 최소 30~50미터 이상의 이격 거리를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인체에 유해한 전자파에 대한 예방적 기준이 미흡한 실정이다. 정보통신부가 '전자파인체보호기준'(2019)을 마련했으나 이 기준은 전기설비(송전선로)에는 적용하지 않게 돼 있다. 또한 산자부의 전기설비기술기준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 권고기준에 따라 "교류 특고압 가공전선로에서 발생하는 극저주파 전자계는 지표상 1m에서 전계가 3.5kV/m 이하, 자계가 83.3μT 이하가 되도록 시설"하게 돼 있다(제17조).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 권고기준은 유해 전자파에 대한 '단기 노출'에 대한 기준이라 송전선로 같은 상시 시설에 적용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국내 각 지역 고압선로 공사 때마다 허가를 맡은 지자체와 공사 업체, 주민 간의 갈등이 자주 반복되는 상황이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싣습니다.


태그:#해창만, #송전선로, #전자파, #고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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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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