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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 당대표도 30대인데, 구의원도 젊은 사람이 해야지!

이준석씨가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된 후, 지역 주민분들께 종종 듣는 얘기다. 지난 4.7 재보궐선거, 나는 만 31세 구의원 후보로 출마했는데, 내 나이를 듣자마자 '너무 어린 거 아니야?'라며 눈을 흘겨 뜨거나 혀를 끌끌 차시는 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사이에 그런 인식도 바뀌는 것이 느껴지고, 실제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청년 정치인들의 '물갈이'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많이 들린다.

지난 9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어느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 전국에서 50여 명의 '선수'들이 모였다. 운동선수들은 아니고, 내년 2022년 지방선거라는 경기장에서 뛰고자 하는 이들이었다. 비영리단체 '뉴웨이즈'의 오리엔테이션이었는데, 뉴웨이즈는 내년 지방선거에 '젊치인(젊은 정치인)'들이 다수 당선돼 기초의회 평균연령을 낮추는 것을 도모한다.
 
비영리단체 '뉴웨이즈'는 미래당을 비롯해 국민의힘, 기본소득당,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6개 정당과 함께 '젊치인'(젊은 정치인)의 기초의회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비영리단체 "뉴웨이즈"는 미래당을 비롯해 국민의힘, 기본소득당,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6개 정당과 함께 "젊치인"(젊은 정치인)의 기초의회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 뉴웨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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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나이만 적다고 정치를 잘하나?'라는 의문이 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타당한 의심이다. 하지만 나이가 많을수록 경험과 노련함이 쌓인다면, 젊을수록 새로운 시각, 도전정신, 장기적인 안목과 같은 장점이 있다.

뉴웨이즈 역시 1980~2000년대생을 지칭하는 MZ 세대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뿐만 아니라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특정 세대가 과소대표되는 것 자체도 문제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기준 만 40세 미만 유권자 비율은 34%였지만, 당선자 비율은 6%에 불과했다.

실제로 청년 정치인들이 기초의회에 '대거' 진출해 활약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2030 구의원 4명이 당선돼 전체 의회의 약 18%를 구성한 관악구의 사례다. 18%는 2030 유권자 비율 34%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지만, 전국 기초의회 평균인 6%에 비하면 3배나 된다.

이들의 성과를 분석한 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이 당선된 제8대 관악구의회는 7대 의회보다 조례 발의 건수가 3.7배가량 늘었다. 청년 의원들의 본회의 5분 자유발언 횟수도 비청년 의원보다 많았으며, 구정 질문 횟수 역시 평균의 2배가량이었다.

또한, 오랫동안 외유성 해외연수 사례들로 비판받아온 구의원 해외연수를 좀 더 촘촘하게 심의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고, 이들이 다녀온 연수의 보고서는 꼼꼼함과 분량 면에서 다른 보고서보다 탁월했다. 또 있다. 이들은 기존 일자리 중심의 단편적인 청년정책에 깊이를 더했고 관악구는 서울시 최초로 청년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를 팀에서 과로 확대했다.
   
2019년 30대 의원 3명과 함께한 독일, 덴마크, 스웨덴 정책연수.
 2019년 30대 의원 3명과 함께한 독일, 덴마크, 스웨덴 정책연수.
ⓒ 관악구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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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의회 청년의원들이 참가한 출장보고서(우)와 그렇지 않은 출장보고서(우)를 비교한  사진. 목차만 봐도 분량과 꼼꼼함의 차이가 확연하다. 출처: '청년이 기초의회에 대거 진출하면 무엇이 어떻게 바뀔까?' (2019년 차윤주, 정혜아, 김유리 연구)
 관악구의회 청년의원들이 참가한 출장보고서(우)와 그렇지 않은 출장보고서(우)를 비교한 사진. 목차만 봐도 분량과 꼼꼼함의 차이가 확연하다. 출처: "청년이 기초의회에 대거 진출하면 무엇이 어떻게 바뀔까?" (2019년 차윤주, 정혜아, 김유리 연구)
ⓒ 차윤주, 정혜아,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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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다수 '젊치인들'의 기초의회 진출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만, 여러모로 쉽지 않다. 일단 자산, 인맥, 시간, 당내 정치장악력 등에서 청년들은 기성 세대보다 불리해 당선 자체가 어렵다.

이전에도 청년 정치인들이 기초의회에 도전한 군소정당의 사례나, 개인들이 무소속으로 도전한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 같은 사례들이 있었다. 하지만 당선에 이른 수는 소수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거대양당의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하더라도, 1~2명의 젊은 의원이 기초의회의 문화 자체를 바꾸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은 이미 당선된 소수의 2030 의원들이 하나같이 이야기하는 바다.

비영리법인으로서 초당적인 접근을 꾀하는 뉴웨이즈는 성공할 수 있을까? 뉴웨이즈는 내가 속한 미래당을 비롯해 국민의힘, 기본소득당,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6개 정당과 함께 젊치인의 기초의회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젊치인 선수들을 응원할 지역구 유권자들을 '캐스팅 매니저'라는 이름으로 모집한다는 것이다. 캐스팅 매니저가 되면 해당 지역구 젊치인들에 대한 정보를 받고 이들을 응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지방선거에 내용도 알기 쉽게 정리되어 보고받는다.

현재까지 모인 캐스팅 매니저의 숫자는 2000명이 넘으며, 이들은 전체 선거구의 74%가 넘는 지역에 살고 있다. 이러한 기획이 실제 표로 이어질지 기대가 된다. 참고로 다음 창업자인 기업인 이재웅 씨도 지난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뉴웨이즈에서 조명한 젊치인들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한국 정치는 1987년 민주항쟁 이후 큰 틀에서 구조적인 민주화는 이뤘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부분에서는 개선될 점이 많다. 기후위기, 구조화된 불평등, 혐오와 차별, 저성장, 다양성의 부재 등과 같은 지금 한국 사회가 직면한 과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는 기성 정치인 대부분이 산업화와 민주화가 최대 과제였던 과거의 관점에 머물러있기 때문이 아닐까. 내년 6월 열릴 지방선거에서 많은 젊치인들이 당선돼 한국 정치가 기초의회부터 좀 더 발전하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지선은 2021년 송파라 보궐선거에서 미래당 구의원 후보로 출마하였고, 현재 송파에서 제로웨이스트 정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태그:#뉴웨이즈, #젊치인, #청년의원, #2022년지방선거, #기초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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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송파에서 시민 개개인이 주인이 되어 함께 잘사는 사회를 궁리하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 인스타그램@ditto.2020 페이스북@jeeseu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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