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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지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그 주범으로 이산화탄소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외치며 탄소발자국 지우기에 나서고 있는데요. <오마이뉴스>는 '탄소 다이어트'에 나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기다리겠습니다.[편집자말]
하루 동안 우리가 사용하는 일회용 컵은 과연 몇 개일까?
 하루 동안 우리가 사용하는 일회용 컵은 과연 몇 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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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개.

오늘 아침 10분 동안 지나친 사람들 손에 들려 있던 일회용 컵의 숫자다. 지하철역에서 나와 회사 건물로 들어와 엘리베이터를 타기까지 단 10분 동안 내 눈 앞을 지난 일회용 컵은 총 23개였다. 여러 회사들이 모여 있는 고층 건물에, 건물 1층에 있는 카페만 해도 5개가 넘는다.

이 무더운 여름, 아침 출근 시간에 내가 일하는 건물에서만 23개가 아니라 수백 개의 차가운 음료가 일회용 컵에 담겨 팔릴 것이다. 그렇다면 하루 동안 한국에서, 전 지구에서 소비하는 일회용 컵은 도대체 몇 개일까?

하루에 내가 사용하는 일회용품과 버리는 쓰레기의 양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 물티슈, 화장솜, 휴지, 페트병, 일회용 플라스틱 컵, 비닐 포장재, 종이 상자, 에어캡, 영수증 등 나열하려면 끝도 없다. 무언가 사용하고 먹고 나면 어김없이 쓰레기가 발생한다. 인터넷에서 물건이라도 주문했다간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몇 겹으로 둘러싸인 포장 속 작은 물건 하나를 제외하곤 전부 쓰레기통행이다. 언제부턴가 우리가 하는 행위엔 그에 따른 결과로 버려야 할 것이 동반되기 시작했다.

나 혼자 쓰는 양도 문제인데 전 세계 인구가 버리는 쓰레기의 양은 얼마나 될까? 코로나19로 사용량이 더 늘어난 각양각색 일회용품과 일회용 마스크 등 전 세계인이 배출하는 쓰레기는 썩지 않고 계속 쌓여만 간다.

가장 작은 실천, 칫솔 바꾸기

문제라는 걸 알았으니 계속 방관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일단 최소한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의 삶을 꿈꾸지만 대한민국 직장인의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 쓰레기 '제로'를 실천하긴 너무 어려워, 최대한 플라스틱을 덜 쓰는 실천을 꾸준히 지속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장 볼 때 장바구니 쓰기, 카페에서 음료 포장할 때 텀블러 사용하기 등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생활 습관을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칫솔 바꾸기였다. 평소에 쓰던 플라스틱 칫솔을 대나무 칫솔로 바꿨다. 마침 쓰던 칫솔의 모가 많이 벌어져 버리기 직전이었다.

플라스틱을 땅에 묻으면 분해되는 데 500년이 걸리고 이것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 해양 생태계를 해친다. 이렇듯 플라스틱 사용에 문제가 많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도, 매일 수시로 사용하는 칫솔을 플라스틱으로 만들고 또 버린다.
 
보다 장기적인 실천의 첫 시작으로 칫솔을 바꿨다.
 보다 장기적인 실천의 첫 시작으로 칫솔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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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칫솔은 대나무로 만들어져 사용 후 매립하면 생분해돼 친환경적이다. 또한 소각되더라도 플라스틱만큼 유해한 배출 가스를 생성하지 않아 비교적 깨끗하게 처리가 된다. 다만 칫솔모에는 아직까지 나일론 소재가 주로 사용된다는 한계가 있다. 내가 사용하는 대나무 칫솔의 모 역시 나일론으로 제작됐다. 긍정적인 소식은 이 또한 재생 플라스틱이나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있어, 어쩌면 빠른 시일 내에 완벽히 생분해되는 칫솔을 만나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칫솔 하나 바꾸는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싶지만, 매일 사용하는 칫솔을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생소한 나무 칫솔로 바꾸기까진 꽤나 큰 마음먹기가 필요했다. 이를테면 익숙한 세계를 벗어나 낯선 세계로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유연한 플라스틱에서 딱딱한 대나무 세계로의 진입에 앞서 지레 겁부터 나는 걸 보니, 나도 어쩔 수 없는 현대인이구나 싶다. 인공적인 공산품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오히려 자연의 것이 낯선 모순덩어리 말이다.

처음 마음먹기가 어려울 뿐이지, 용기를 내고 나면 칫솔 바꾸기는 사실 굉장히 쉬운 일이다. 구매해서 사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간단한 소비 한 번이 실천이 된다. 쓰고 잘 말리기만 하면 되므로 보관도 쉽다. 물론 습기에 약한 나무 소재에 생기는 곰팡이를 방지하려면 컵에 넣고 보관하기보단 물기가 잘 마르도록 거울이나 벽에 걸어 보관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자, 칫솔을 바꾸니까 어떻냐고? 우선 매일 보는 칫솔을 바꾸니 일단 기분이 좋다. 색색의 플라스틱 칫솔보다 나무가 가진 자연의 색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양치를 하며 먹을 수 있는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걱정도 없으니 내 건강에도 좋은 일이다. 그리고 지구를 살리고자 작게나마 노력한다는 약간의 자기 만족도 부록처럼 딸려온다. 낯선 나무의 감촉도 며칠이면 적응이 되는 편이다.

물론 장점만 말하긴 어렵다. 나무로 만들어진 딱딱한 칫솔 머리와 거친 나일론 칫솔모가 처음엔 굉장히 생경하다. 바로 이 단계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하곤 한다. 칫솔질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 평소 쓰던 칫솔을 사용할 때처럼 빠르게 칫솔질을 하다간 입안을 다칠 가능성이 높다. 천천히, 세심하게, 칫솔질을 배우던 아이 시절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재밌는 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칫솔의 불편한 부분을 문구용 칼로 스스로 다듬을 줄 아는 나름의 잔기술도 생긴다는 점이다.

대나무 칫솔의 권장 사용 기간은 2개월. 물론 쓰다 보면 두 달을 훌쩍 넘긴 하지만, 일반 칫솔의 권장 사용 기간 역시 위생상의 이유로 보통 2개월이 넘지 않는다고 한다. 두 달마다 바꿔야 하는 칫솔, 이왕이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을 써야 하지 않을까? 평생 내가 버리는 칫솔의 양을 생각한다면 한 번의 변화로 많은 쓰레기를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실천을 가능케 하는 작은 시작
 
대나무 칫솔과 재사용 면 화장솜, 고체 샴푸바를 사용한 지 어느덧 1년 가까이 되어 간다. 생경한 첫 느낌에 적응하면 더 없이 편하다. 쓰레기도 줄어드는 건 덤이다.
 대나무 칫솔과 재사용 면 화장솜, 고체 샴푸바를 사용한 지 어느덧 1년 가까이 되어 간다. 생경한 첫 느낌에 적응하면 더 없이 편하다. 쓰레기도 줄어드는 건 덤이다.
ⓒ 최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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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칫솔을 사용하는 건 거창한 일도 아니고 아주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시작이 또 다른 시작을 꿈꾸게 해 의미가 있다. 실제로 난 대나무 칫솔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플라스틱 통에 든 액체 샴푸를 물에 녹아 사라지는 고체 샴푸바로 바꿨고, 일회용 화장솜 대신 빨아 쓰는 재사용 면 화장솜을 이용한다. 이것만으로도 내 방 쓰레기통이 가득 차는 속도가 이전보다 느려져 은은한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이런 작은 성취를 토대로 앞으로도 면 생리대나 설거지바 사용 등에 도전하려 한다.

제로 웨이스트를 위한 실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쓰레기 없는 삶의 첫 단추는 역시 무엇보다 불필요한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 그리고 한 번 산 물건을 오래 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결국 내 손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자체를 줄이는 것이 잘 버리고 분리수거를 잘 하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우리가 도달해야 할 지향점이 될 테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아나바다 운동은 어려웠던 세기 말뿐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가 더 크게 외쳐야 할 목소리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우리의 오래된 절약 운동은 단순히 절약만을 위한 행위가 아니다. 우리가 지구를 위해 행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자 근본적인 실천이다.

* [관련기사] 1주 한 번 플라스틱 쓰레기 사진 찍기가 낳은 성공적 결과 http://omn.kr/1uldg

태그:#제로웨이스트, #친환경, #쓰레기, #대나무 칫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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