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방영된 SBS '신발벗고 돌싱포맨'의 한 장면.

지난 13일 방영된 SBS '신발벗고 돌싱포맨'의 한 장면. ⓒ SBS

 
<미운 우리 새끼>(아래 '미우새') 철부지들이 토크 예능으로 다시 뭉쳤다. 지난 13일 첫 방영된 SBS <신발벗고 돌싱포맨>(아래 '돌싱포맨')은 인기 예능 <미우새> 인기의 한 축을 담당 중인 돌싱 연예인들로만 구성된 신규 프로그램이다. 탁재훈-이상민-임원희-김준호 등 매주 짠내와 웃음을 동시에 선사하면서 티키타카식의 입담을 자랑했던 4인을 따로 모아 평일 밤을 새롭게 채우고 나섰다. 이미 오랜 기간 <미우새> 출연을 통해서 검증된 멤버들을 규합한 스핀오프 성격의 <돌싱포맨>은 일요일과 버금가는 재미를 제공해줄까? 

<미우새>가 일요일 밤을 굳건히 지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일명 '돌싱남'들의 활약을 손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당초 혼자 생활하는 아들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로 담아내던 <미우새>는 어느 순간부터 엇비슷한 내용의 반복이 지속되면서 시청자들에게 식상함을 주곤 했다. 그러던 와중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던 연예인들을 규합해 단합대회를 비롯한 각종 이벤트성 에피소드를 대량 생산하면서 프로그램에 새 바람을 불어 일으켰다.   

​이미 다양한 예능 출연으로 검증된 탁재훈-이상민-김준호를 비롯해서 예상을 넘어선 예능감을 보여준 임원희 등 이혼 후 쓸쓸하게 지내는 이들의 조합은 마치 코미디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숨 쉴틈 없는 웃음을 매주 선사해줬다. 이렇다보니 "이들 4인방만 따로 모아 예능 하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내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다. 사랑이 그립고 새 사람을 찾고 싶어하는 '예능 철부지'들의 조합은 결국 <돌싱포맨>이라는 색다른 예능으로 이어졌다.

멤버들 집에서 진행되는 '무근본 토크 예능​'
 
 지난 13일 방영된 SBS '신발벗고 돌싱포맨'의 한 장면.

지난 13일 방영된 SBS '신발벗고 돌싱포맨'의 한 장면. ⓒ SBS

 
출연진 조합만 보면 리얼 버라이어티 성격을 앞세울 것 같았던 <돌싱포맨>의 큰 틀은 편안한 분위기의 토크 예능이다. 각종 프로그램 MC를 오랫동안 섭렵해운 인물들이 다수 포진한 이유도 있지만 초대손님과의 부담 없는 대화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기획 의도를 강하게 드리운다. 토크쇼들이 여러 명의 MC에 둘러 싸인 게스트와 순서대로 주고받는, 다소 뻔한 형식으로 인해 시간이 갈수록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음을 감안할 때 <돌싱포맨>으로선 기존 방식의 비틀기를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첫 회의 등장인물은 아이돌계 대표적인 절친 송민호(위너)+피오(블락비)다. 함께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12년 넘는 우정을 자랑하는 이들이 돌싱남 선배들과 썸, 결혼 등 사랑에 대한 각자 나름의 견해를 주고 받는 내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돌싱포맨>의 접근 방식은 여타 토크 예능과는 전혀 달랐다. 어느 정도 사전 준비된 대본 및 큐시트를 통해 정돈된 형식 대신 각자의 경험에 의존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이다.  

​"단 둘이 한자리에 있으면 썸이다" vs. "썸이 아닌 둘이라도 극장은 갈 수 있다"의 발언처럼 세대간 극명한 생각 차이를 보여주지만 "이별은 둘이 아픈 거고 이혼은 가족이 아픈 거야"(이상민)라는 이야기는 한자리에 모인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여기에 각자 겪었던 기상 천외한 경험담이 덧붙여지면서 <돌싱포맨>은 제법 색다른 토크 예능임을 표방하고 나선다.

지울 수 없는 <미우새>의 기운... 득일까, 실일까
 
 지난 13일 방영된 SBS '신발벗고 돌싱포맨'의 한 장면.

지난 13일 방영된 SBS '신발벗고 돌싱포맨'의 한 장면. ⓒ SBS

 
70여 분에 걸친 첫 회를 놓고 언급하자면 <돌싱포맨>은 재미, 웃음을 확실하게 보장해주는 예능임은 분명해 보였다. 각자 개성 강한 멤버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입담을 펼치며 초대손님이 마음 편히 본인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해주면서 <미우새> 유니버스의 확장을 꾀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이 <돌싱포맨>의 개성을 희석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방송 후반부에 등장한 서장훈의 합류는 기존 <미우새> 내용을 단순히 분리한 정도의 방송으로 흐름을 완전히 바꿔 버린다. 지난 2018년 초단기 종영의 비운을 맛 본 해외 여행 예능 <무확행> 멤버들이기도 한 5명이 한자리에 모이다보니 어느 순간 "예전에 봤던 내용의 재방송" 같은 느낌을 몸소 느끼게 되는 것이다. 비슷한 방식의 관찰 카메라, 편집 기법까지 동원되다 보니 화면 상단의 프로그램 로고만 없다면 <미우새>로 인식해도 이상할 것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

​실제 방영 내용조차 '깔끔요정' 서장훈이 어지럽혀진 김준호 집 주방을 직접 청소하는 등 <미우새> 속 흔하디 흔한 에피소드가 또 한번 재현된다. 이렇다보니 <돌싱포맨> = 모벤져스 어머님들 없는 <미우새>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미우새> 덕분에 탄생한 신규 프로그램의 입장에선 어떻게 균형감을 유지해야 화요일 밤 성공적인 안착이 가능할지 곰곰히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입니다.
돌싱포맨 미우새 탁재훈 이상민 임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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