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진짜 프로 경기보다 더 치열하고 박진감이 넘친다. 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아래 <골때녀>)이 축구에 진심인 여자 팀들의 열정과 투혼을 보여주며 연일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7일 방송된 <골때녀> 4회에서는 <불타는 청춘> 멤버들로 구성된 '불나방'(감독 이천수)과 희극인들로 꾸려진 '개벤져스'(감독 황선홍)의 조별리그 A조 2차전 경기가 펼쳐졌다. 두 팀은 지난 설 특집 파일럿 당시 결승전에서 맞붙어 불나방이 2-0으로 승리하고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바 있다. 당시 경기를 중계했던 배성재 아나운서는 "점수 차는 2점이지만 내용 상으로는 일방적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시 모인 개벤져스 멤버들은 경기를 복기하며 불나방의 에이스 박선영에 대한 트라우마를 드러내기도 했다.

조혜련의 자책골... 1-0으로 끝난 전반전

이날 방송에서는 개벤져스가 정규 리그를 앞두고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들이 공개됐다. '운동뚱'으로 유명한 김민경이 새 멤버로 가세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주장을 맡은 신봉선은 연습 중 부상을 입었음에도 "박선영 언니처럼 멋진 주장도 되고 싶고, 상대팀에게 위협적인 공격수도 되고 싶고, 축구를 너무 사랑하는데 아직 너무 서툴다"며 축구에 대한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양팀의 대결을 앞두고 이날 경기가 없는 다른 참가팀들도 응원을 와서 승부를 관전했다. 골키퍼로 축구 선수 생활을 했던 조혜련의 아들 김우주와 서동주의 모친 서정희도 참석했다. 군입대를 앞둔 우주군은 어머니에 직접 축구 레슨을 해준 사실이 알려지며 어머니보다 더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개벤져스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됐다. 불나방의 에이스 박선영이 초반부터 가벼운 몸놀림을 보이며 2연속 중거리 유효슈팅을 기록했으나 모두 골키퍼 조혜련이 막아냈다. 볼 경합을 벌이던 김민경은 갑자기 넘어지면서 데굴데굴 굴러가는 몸개그로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전반 중반 서동주와 안영미가 볼 경합 상황에서 얼굴끼리 부딪히는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두 선수는 잠시 응급처치 이후 다시 경기에 복귀했다. 전반 흐름은 전반적으로 박선영을 앞세운 불나방이 주도했으나 전력이 향상된 개벤져스가 탄탄한 수비로 쉽게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전반 막판 세트피스 상황에서 마침내 첫 골이 나왔다. 박선영이 문전에 선수들이 몰린 틈을 타 하프라인에서 대기하고 있던 신효범에게 패스했고 다시 리턴패스를 이어받아 중거리슛을 날렸다. 공은 골대를 맞고 튀어나오는듯 했으나 골키퍼 조혜련의 발을 맞고 다시 골문으로 들어가버렸다. 운이 없었지만 사실상 조혜련의 자책골이었다. 불나방은 기쁨의 단체 나방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전반전을 0-1로 뒤진 채로 끝낸 개벤져스는 오나미의 발가락 부상에 안영미도 전반에 충돌했던 얼굴이 부어오르기 시작하며 침체된 분위기였다. 전반 지역방어 전략이 실패했다고 판단한 황선홍 감독은, 후반에는 신봉선을 박선영의 전담마크맨으로 붙이고 주변 선수들이 도움 수비를 펼치는 전략으로 박선영 봉쇄에 승부수를 걸었다.

후반에도 불나방이 공격 주도권을 이어가는 가운데 개벤져스의 세트피스 상황에서 뜻하지 않은 장면이 발생했다. 김민경의 프리킥 슈팅이 안혜경의 선방을 맞고 튕겨나온 상황에서 신효범이 순간적으로 공을 손으로 잡으려다가 핸드볼 반칙을 저지른 것이다. 신효범은 "나도 모르게 공을 주워서 주려고 했다. 뭔가에 씌인 것 같다"며 허탈해 했다. 키커로 나선 김민경이 부담감 속에서도 침착하게 슈팅을 성공시키며 1-1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기세를 탄 개벤져스는 역전골까지 터뜨렸다. 이번에도 김민경이었다. 조혜련의 골킥이 안혜경을 거쳐 불나방의 골대를 맞고 튀어나왔고 문전 앞 혼전 상황에서 쇄도한 김민경이 몸싸움을 이겨내고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멀티골을 뽑아냈다. 개벤져스 멤버들은 다함께 뒤엉켜 감격의 눈물까지 흘렸다.

하지만 불나방도 물러서지 않았다. 불나방으로서는 처음 2골을 내주고 역전까지 당한 상황은 최초였다. 이천수 감독은 "이런 게 바로 축구"라며 선수들을 침착하게 독려했다.

사실상 불나방의 마지막 공격 상황에서 박선영이 조하나를 보고 올려준 스루 패스는 다소 길었지만, 키퍼 조혜련이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흘리면서 문전으로 쇄도하고 있던 조하나에게 정확히 토스를 해준 꼴이 되고 말았다. 조하나가 침착하게 공을 밀어넣으며 종료 직전에 극적인 동점골로 다시 2-2 무승부가 됐다.

골키퍼간 맞대결에서 끝내 승리한 조혜련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경기는 결국 대회 두 번째 승부차기로 접어들었다. 개벤져스의 선축으로 시작된 승부차기에서 신봉선이 실축했지만 1번 김민경과 3번 오나미의 성공으로 2-0까지 앞서가며 먼저 승기를 잡는 듯했다. 이천수 감독은 신효범과 서동주가 연이어 실축하자 키커 순서를 바꿔 5번이었던 박선영을 3번으로 올렸다. 이 작전이 성공하며 불나방도 추격에 나섰다. 이어 양팀 4번인 이경실과 송은영은 모두 실패했다.

공교롭게도 마지막은 골키퍼간 맞대결이었다. 5번 대결에 안혜경이 조혜련을 먼저 막아냈고 본인은 킥을 성공시키는 활약에 힘입어 승부차기마저도 2-2로 다시 동점이 됐다.

이제 승부는 남은 키커 1명씩 돌아가면서 대결하는 데스매치로 접어들었다. 6번 키커였던 안영미와 조하나가 모두 실축했으나, 7, 8번 키커였던 김민경-오나미, 박선영-신효범은 모두 성공하며 4-4가 됐다. 9번째 키커로 나선 신봉선이 다시 슛을 성공시켰고 불나방의 마지막 키커로 나선 송은영의 슛을 조혜련이 선방해나가며 피말리는 명승부는 결국 5-4 개벤져스의 드라마같은 승리로 끝이 났다.
 
경기에서 두 번 모두 본인의 실수가 실점으로 이어지며 패배의 역적이 될 뻔했던 조혜련은, 마지막에 눈부신 선방으로 승리의 주역이 되는 대반전을 이뤄냈다. 개벤져스는 지난 설특집 결승전 패배 이후 불나방으로서는 4개월만의 설욕에 성공했다. 반면 지난 대회부터 3연승 행진을 이어가던 불나방이 창단 이후 기록한 첫 공식전 패배였다.

<골때녀>는 지난 파일럿 때와 비교하여 참가팀의 규모가 4팀에서 6팀으로 커졌고 꾸준한 팀훈련과 전력보강으로 각 팀들의 수준도 높아지면서 더욱 치열하고 흥미진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대회 우승팀 불나방도 첫 경기부터 월드클라쓰에 선제골을 내주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고 개벤져스에 일격을 당하는 등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지난 대회에서 선제골을 넣은 팀들이 모두 승리한 반면, 이번 대회는 지금까지 3경기 연속으로 선제골을 넣은 팀들이 모두 역전패(불나방 3-1 월드클라쓰/ 구척장신 1-1 국대패밀리)를 당하는 예측불허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개벤져스는 지난 대회만 해도 오나미 외에는 별다른 공격루트가 없었으나 김민경이 가세하면서 중거리슈팅과 세트피스에서 강력한 옵션을 얻게 됐다. 김민경은 개벤져스의 전담키커 역할을 맡으며 정규시간 2골과 승부차기 2회까지 총 4번이나 골망을 가르며 팀의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잡았다. 반면 불나방은 전력의 95% 이상이 박선영에게만 의존하고 있다는 게 숙제로 남았다.

각 팀들은 진짜 프로축구 선수처럼 진지하게 승부에 몰입하고 있다. 지난 대회에서 꼴찌팀이었던 모델팀 구척장신의 대반전에 가까운 경기력과 눈물, 개벤져스의 리벤지 매치와 뜨거운 투혼 등 각 팀들의 감동적인 서사와 진정성이 더 큰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다. 출연자들의 열정에 화답하듯 시청률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7일 방송된 4회는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 코리아 수도권 기준 가구 시청률 7.2%, 순간 최고 시청률이 11.3%까지 치솟을 만큼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로써 A조는 불나방이 1승1패, 개벤져스가 1승, 외국인 멤버들로 구성된 월드클라쓰가 1패를 기록한 가운데 다음주에 방송될 개벤져스와 월드클라쓰의 마지막 3차전을 통하여 토너먼트에 진출한 승자 두 팀의 운명이 가려진다.
골때리는그녀들 불나방 개벤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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