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랑종>의 제작자인 나홍진 감독.

영화 <랑종>의 제작자인 나홍진 감독. ⓒ 쇼박스


태국의 공포 명장과 한국의 장르 명장이 연출자와 프로듀서로 만났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을 맡고, 나홍진 감독이 제작을 맡은 영화 <랑종>의 언론시사회가 2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가운데 두 사람이 직접 영화 제작에 얽힌 이야기를 전했다.

<랑종>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가문의 대를 이어 조상신을 섬기는 한 집안을 조명했다. 신내림을 받게 되는 집안 여성들이 촬영하던 중 무당 님(싸와니 우툼마)의 조카 밍(나릴야 군몽콘켓)의 증세가 심상치 않게 되고,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 소개글을 통해 나홍진 감독은 <곡성> 속 주인공 일광(황정민)의 전사를 그려보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랑종>은 한국 샤머니즘을 소재로 한 <곡성>과 구조적으로 일부 묘사에서 이어지는 점이 있었다. 원안을 쓰고 태국의 호러 장인 반종 피산다나쿤에게 작업을 제안한 나홍진 감독은 "<곡성>과 <랑종>이 비슷해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우리가 가장 거리를 둬야 할 작품이 바로 <곡성>이었다"며 "원안을 쓰고 비가 내리는 습한 숲과 비포장도로가 떠올랐다. 그러다 오래전에 만났던 반종 감독님이 떠올랐다"고 협업 계기를 소개했다.

제작 과정에서 나홍진 감독은 "정작 한국과 태국의 무속 신앙의 차이를 크게 못 느꼈다. 감독님이 2년 가까이 태국 무속 신아을 취재하고 영화로 잘 담아주셔서 차별점이 생긴 것 같다"며 "단 28회차만 촬영했는데 한국으로 보내주시는 영상들을 보고 매우 놀랐다. 재능이 큰 분임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원안을 받아 시나리오를 쓸 당시에 태국 무속 신앙이나 무당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어 걱정이 컸다"며 "시간을 좀 달라고 했고, 사전 조사를 하면서 굉장히 떨리고 흥분됨을 느꼈다"고 운을 뗐다, 

평소 나홍진 감독의 팬임을 자처한 반종 감독은 "5년 전 방콕에서 나 감독님의 <추격자>를 상영한 뒤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제 전작 DVD를 선물로 드렸었다. 근데 5년 뒤 제게 연락 주실 줄 몰랐다"며 "<곡성>에서 영감받은 게 있는 것은 맞지만, 영화 자체엔 태국 북동부의 전통이 담기게끔 했다"고 설명했다. 

나홍진 감독과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제작자와 연출자로서 격론도 벌였음을 고백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근친, 존속 살인 등의 장면 수위가 문제였던 것이다. 나홍진 감독은 "오히려 제가 좀 더 말리는 입장이었는데 반종 감독님이 강하게 주장하신 게 있다"며 "막상 보시면 수위가 그렇게 강하진 않다. 그렇게 느껴지신다면 그건 제가 말린 덕이다"라고 말했다.

반종 감독은 "나 감독님과 많은 언쟁이 있었다. 다만 공통적으로 절대로 잔혹하고 선정적 장면을 팔아서 흥행한다는 마음은 아니었다"며 "영화에 등장하는 센 장면들도 사실 내용과 다 연관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반종 감독은 "<셔터>나 <샴>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졌는데 그 이후 공포 장르에 회의감을 느껴 로맨틱 코미디 등을 10년간 했다"며 "그러다 나홍진 감독의 원안을 보고 새로운 자극을 받게 됐다. 이번 영화의 특징은 모든 상황과 대사가 정해진 게 아닌 가이드라인만 준 채로 촬영했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영화 <랑종>은 제 25회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이기도 하다. 개봉은 오는 1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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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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