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동영상이 전 세계로 '링크'된 '방구석 탐정(인터넷 탐정)'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한 페이스북 계정이 공유한 동물학대 유튜브 영상, 게다가 새끼 고양이 학대 영상이었다. 한 남자가 고양이 2마리를 비닐 진공 팩에 넣고 진공청소기로 공기를 흡입해 죽이는, '집사'들은 물론 누가 봐도 잔인하고 경악할 만한 이 영상을 만든 '고양이 킬러'는 누구인가.

넷플릭스의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인터넷 킬러 사냥>(이하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는 이 영상 속 주인공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미국 '방구석 탐정'들로부터 시작, 어느 순간 진짜 살인범의 행적을 조명하는 반전 드라마로 도약한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말하지 않는가. 연쇄살인의 전초가 바로 동물학대일 수 있다고.

라스베이거스의 대형 카지노를 주름잡는 '인터넷 너드' 데이터 분석가, 뉴욕의 '폭주족' 동물구호 단체 회원 등 이들 (넷플릭스는 '마우스를 잡은 탐정'이라고 번역한) 방구석 탐정들도 처음엔 몰랐다. 그저 귀여운 고양이들을 죽인 이 나쁜 놈들을 어떻게든 잡고 싶었고, 그러다 행동에 나섰을 뿐이었다. 
 
 넷플릭스의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인터넷 킬러 사냥> 한 장면.

넷플릭스의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인터넷 킬러 사냥> 한 장면. ⓒ 넷플릭스

 
"여동생한테 전화했죠. 심리학자이고 범죄자 프로파일링을 공부했거든요. 동생이 이랬어요. '이런 (동물학대) 행동은 충격가치란 것 때문이다. 관심을 많이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그리고 강도도 세질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동물을 상대로 연습하고. 내면의 굶주림이 채워지지 않을 때 혹은 그 쾌감이 더 느껴지지 않을 때 약하다고 여겨지는 대상으로 옮겨갑니다. 대개는 몸집이 작은 여성이나, 아동, 노인이죠."

동생의 추측은, 정확했다. 이때까진 탐정들도 몰랐다. 고양이 킬러가 훗날 어떤 범죄자로 진화할지. 분노한 탐정들은 더 달아올랐다. 

고양이 학대범의 예고된 반전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와 앞으로 살펴볼 또 다른 넷플릭스 다큐 <크라임 씬 - 세실 호텔 실종 사건>(이하 <세실 호텔 실종 사건>) 속 유튜버들의 닮은 듯 다른 활동을 되짚은 계기는, 최근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 이후 더욱 부각된 한국형 방구석 탐정들의 활약 때문이었다. 일단, 고양이 킬러는 어떻게 됐느냐고?

'컴퓨터 너드'를 비롯해 160명이 최초 페이스북 그룹에 모였다. 영상 속 단서들을 찾고 또 찾았다. 그 사이, 고양이 킬러는 유유자적 또 다른 학대 영상을 게시하며 분노를 부채질했다. 영상을 수 만개 프레임으로 잘라 분석을 거듭했다. '저 말보로 담배는 어느 국가, 어느 지역에서 판매하지?' 틀렸다. 담배로는 식별이 어렵다. 영상 속 진공청소기! 북미 지역에서 판매하지 않았던가?

급기야 '폭주족' 동물구조단체 '레스크 잉큐'가 수사(?)에 참전했다. 10만 팔로워를 자랑하는 꽤 규모 있는 단체였다. 소셜 미디어에 현상금 5천 달러를 내걸었다. 자신을 형사라고, 사설탐정이라고 소개한 이부터 '슈퍼맨'을 자칭한 사람까지 지구 곳곳 수 만 명이 달려들었다. 단서들이 쏟아졌다.

우여곡절 끝에, '잼지 클램설랏 인히재스'란 닉네임 사용자를 범인으로 특정했다. 프로필 속 백인 남자의 사진이 그간의 단서와 얼추 비슷했다. 프로필 사진을 어느 포르노 사이트에서 찾아내기도 했다. 급기야 페이스북 메신저로 직접 범인이냐고 물어봤더니, 어라? 자기가 저지른 일이라 자백을 하는 것 아닌가. 

안타깝게도, 범인이 아니었다. 확인해 보니 그는 이미 사망한 뒤였고, 실제로는 우울증을 앓던 인터넷 모방범일 뿐이었다. 인터넷 상 관심에 목말라 고양이 킬러 행세를 했던 것이었다. 그때, 예상 못한 제보가 도착했다. '당신이 찾는 사람은 루카 매그노타입니다'.
 
 넷플릭스의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인터넷 킬러 사냥> 한 장면.

넷플릭스의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인터넷 킬러 사냥> 한 장면. ⓒ 넷플릭스

 
이어지는 이야기는 이 '루카 매그노타 추적기'다. 캐나다 밴쿠버 출신인 이 젊은이는 알고 보니 자기애에 빠진 어마어마한 '관종'이었고, TV 출연까지 한 배우 지망생이었으며, 포르노 배우기도 했다. 처음부터 제보를 믿은 건 아니었다. 소셜 미디어 계정 속 남자는 수려한 외양에다 재력도 어느 정도 갖춘 것 같았으며 무엇보다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반신반의 끝에 추적이 계속됐다. 차츰 단서들이 꿰맞춰졌다. 심증이 굳어지자 지역 등이 특정됐다.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믿은 탐정들은 해당 지역 경찰에 신고를 하기까지 이른다. 물론,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였다. 이후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언론보도 등으로 밝혀진 바, 실존인물이던 루카 매그노타는 2012년 5월 한 중국계 유학생을 '원나잇 스탠드' 상대로 유인, 자기 방에서 무참히 살해해 유기했다. 시체를 토막 내고는 더 끔찍한 일까지 저질렀고, 이 모든 범행을 촬영해 인터넷에 공개까지 해버렸다. 사건 직후 수배자가 된 그는 <캐치 미 이프 유 캔> 속 주인공처럼 수사를 피해 몇 개 국가를 떠돌다 결국 베를린에서 체포됐다.

동물학대는 살인의 전조가 맞았다. 그럼에도 방구석 탐정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캐나다 경찰에게 신고하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의 몇 가지 제보만으로 쉬이 움직이지 않았고, 제보를 무시해 버렸다. 결과적으로, 살인 사건을 막지 못한 꼴이 된 것이다.

반면 방구석 탐정들이 애먼 사람을 용의자로 특정해 피해를 입힌 사건도 있었다. 바로 <세실 호텔 실종 사건> 속 '엘리사 램 익사 사건'이었다.

호텔 미스터리

21살 중국계 여성이 실종됐다. 미 서부를 여행하다 LA에 들른 참이었다. 2013년 당시 북미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 캐나다 출신 여성 엘리사 램의 실종은 가족의 신고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얼마 후, 엘리사 램은 LA 시내 세실 호텔 옥상의 물탱크 속에서 나체의 사체로 발견됐다.

옷가지가 물탱크 바닥에서 발견된 것도 의아한데, 타살의 흔적도, 용의자도, 결정적인 증거도 없었다. 젊은 여자 대학생의 사망 사건에 매스컴이 달려들었고,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LA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그럴수록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하필 엘리사가 투숙한 호텔도 문제였다. 세실 호텔은 호사가들로부터 유명했다. 1940년대 미국을 들썩이게 만들었고 훗날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른바 '블랙달리아 사건'의 피해자인 엘리자베스 쇼트가 묵었고, 이어 각각 1985년과 1991년 연쇄살인자가 투숙했다. 자살 사건도 수차례 일어났다.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초자연적인 현상이 목격됐다는 소문도 자자했다. 훗날 미국 FX 채널의 인기 시리즈인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5 '호텔' 편이 이 세실 호텔을 모티브로 삼았을 정도였다. 사건은 갈수록 미스터리하게 포장됐다.

엘리사가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의문스러운 행동을 벌이는 CCTV 영상도 의혹에 기름을 부었다. 매스컴이 '세상에 그런 일이'와 같은 사건으로 부각했고, 유튜버를 비롯해 온갖 방구석 탐정들이 소문과 추측을 쌓아 올렸다. 경찰이 수사 결과 발표를 늦춘 것도 방구석 탐정들의 의심을 증폭시켰다.

다큐 제작진은 직접 사건을 수사한 전직 경찰부터 당시 검시관과 호텔 직원, 유튜버 등 다수의 직간접 관계자들을 포함해 사건에 관심을 기울일 만한 이들을 다수 만났다. 각자의 입장대로, 말의 성찬이 이어졌다. 수사 관계자들은 물론 타살을 의심할 만한 어떠한 정황도, 결정적인 증거도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2013년 6월 21일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고에 의한 익사였다.

안타까운 진실
 
 넷플릭스 <크라임 씬 - 세실 호텔 실종 사건> 한 장면.

넷플릭스 <크라임 씬 - 세실 호텔 실종 사건> 한 장면. ⓒ 넷플릭스

 
가족들의 증언에 따르면, 엘리사는 조울증이라 불리는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었다. 평소 편집증과 망상, 환청에 시달렸다고 한다. 수사결과도 그랬다. 망상과 환청에 시달리던 엘리사가 우연찮게 옥상까지 올라갔고, 물탱크에 빠져 숨졌다는 것이었다. 훗날 CCTV를 분석한 심리학자 역시 엘리사의 행동이 양극성 장애를 앓는 이들의 일반적인 행동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의사나 심리학자들은 여행 중이던 엘리사가 평소보다 약을 적게 복용했을 거라고 추정했다. 그랬다. 부검 당시 엘리사의 체내에선 처방약이 기준치보다 소량 발견됐다. 약기운이 떨어지면서 엘리사가 훨씬 더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경찰이 자살로 결론 낼 상황은 아니었다. 

일파만파 퍼진 의혹을 줄일 수도 있었다. 최초 사체 발견 당시 물탱크 뚜껑이 열려 있었다는 사실이 빨리 공개됐다면 방구석 탐정들의 추리가 날개를 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타살을 의심한 이들이 제일 먼저 의심할 정황이 바로 뚜껑이 닫혔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시체 발견 당시 물탱크 뚜껑이 닫혀 있었다고 발표했던 건 경찰의 소통부재에서 비롯된 실수였다. 훗날 열린 민사재판에서 멕시코인 호텔 직원도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열려 있던 뚜껑을 봤다고 증언했다. 타살 흔적이 사고 현장에 전혀 없었기에, 사고사로 추정할 결정적 증언으로 작용했다.

또 최초 실종신고 당시 옥상과 물탱크를 둘러 봤다는 호텔 직원이 주의를 좀 더 기울였다면 엘리사는 사망 직후 발견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역시 엎질러진 물이었다. 미디어와 대중의 관심이 쏠리면서 별다른 증거조차 없었던 경찰은 신중에 신중을 더할 수밖에 없었다. 부검 이후 약물 검사를 거듭했던 것도 그래서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소한 것 하나까지 물고 늘어진 방구석 탐정들은 불신을 거두지 않았다. "우연이 계속 반복되면 필연"인 법. 우연의 일치조차 믿고 싶은 대로만 믿었다. 사고사로 사건이 종결된 이후에도 타살로 믿고 싶은 듯 보였다. 용의자로 지목당한 이만 불쌍했다. 미국의 흔한 '인디 데스메탈' 뮤지션 모비드 말이다. 

계속할 것인가, 멈출 것인가

유튜브에 올린 본인의 '세상의 흔한 데스메탈' 뮤직비디오가 화근이었다. 악마 숭배라 의심받던 이 영상 속 주인공은 하필 숲속에서 쫓기다 살해를 당하는 소녀였다. 또 다른 영상 뒤편엔 유명 연쇄살인마나 살인 사건 피해자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무엇보다 모비드는 과거 세실 호텔의 투숙객이다. 방구석 탐정들이 이런 디테일들을 놓칠 리 없었다.

고통이 시작했다. 모비드의 소셜 미디어 계정으로 '니가 범인이다', '니가 살인자지?'와 같은 메시지가 쇄도했다. 근거 없는 비난은 물론 살해 협박까지 난무했다. 심지어 한 대만 방송은 팩트체크도 없이 모비드를 용의자로 특정한 뉴스를 보도했다. 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유튜브 영상과 실제를 착각한 멕시코 수사기관 관계자들이 들이닥쳤다. 이들이 물은 것은 '악마 숭배 때문에 동물 피를 바쳤는지'였다.  

"웹 탐정들은 (사건 종결 이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자기 인생을 살더군요. 제 인생은 완전히 뒤집혔죠. 표현의 자유를 잃은 것 같아요. 그 후로 음악을 더 못 만들었죠. 예전처럼 안 되더라고요. 제 인생을 복구해 보려고 했지만, 매일이 전쟁이에요. 평생 그 고통을 안고 살겠죠. 남은 평생."

그를 실제 용의자로 추정할 증거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가 세실 호텔에서 찍었던 영상은 엘리사가 죽기 전 1년 전에 촬영됐다. 무엇보다 사건 당시 그는 멕시코에서 음반 작업 중이었다. 여권 기록이나 호텔 투숙 기록도 명백했다. 모비드는 미국의, 전 세계의 방구석 탐정들이 만든 억울한 피해자였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해야 했다.

"사람들은 팩트나 증거 없이 어떤 선을 넘는데, 그때 자제력을 잃게 되죠. 그럴 때 남에게 상처 주는 일을 해요. 엘리사의 죽음이 사고라는 결론이 나왔는데 저한테 연락해서 사과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그들도 행동에 책임져야죠. 나한테 일어난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 날 수 있거든요."

해당 사건을 안타까운 사고로 규정하는 <세실 호텔 실종 사건>의 카메라 앞에 선 모비드의 경고다. 

훗날 유족은 호텔 측의 부주의를 문제 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호텔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들 방구석 탐정들의 활약은 아무것도 아닌 셈이 됐다. 일부 유튜버들, 방구석 탐정들은 진상이 알려진 뒤 자신들의 확신에서 비롯된 과오에 대해 반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카메라 앞에서 한 그 일말의 반성이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갈 피해자에게 제대로 전달됐을지 의문이다. 

자, 그리하여 오늘도 열일하는 세상의 방구석 탐정들에게 이 두 편의 다큐 시리즈를 추천하는 바다. 고양이 킬러를 열심히 쫓았던 이들은 운 좋게도 제보받은 이가 실제 범인이었기에 영화의 주인공도 될 수 있었다. 반면 미스터리한 변사 사건을 추적하던 이들은 아무 관계없는 무고한 이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남겼다. 당신이 이들 방구석 탐정이라면, 계속할 것인가, 멈춰설 것인가.
고양이는건드리지마라 세실호텔실종사건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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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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