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크루엘라> 관련 이미지.

영화 <크루엘라> 관련 이미지.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가정의 달 말미, 또 다른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실사판 영화가 공개된다. 아이들에겐 '101마리의 달마시안'으로 잘 알려진 캐릭터 크루엘라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어린이들 이야기에선 악독한 악녀로 묘사된 그녀의 젊은 시절을 엠마 스톤이 연기했고, 그 결과물은 꽤 오묘해 보인다.

<크루엘라>는 앞서 언급한 애니메이션의 실사판이면서 동시에 스핀오프(해당 작품 속 캐릭터를 따로 주인공으로 삼아 별개의 작품으로 만든 결과물) 격이다. 광기와 동시에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가득찼던 그녀의 젊은 시절이 주로 등장하는데 배우 엠마 스톤이 크루엘라를 연기하면서 묘한 화학 반응이 일어난 듯하다.

시대 배경은 1960, 1970년대다. 남들 사이에서 튀는 외모와 거친 행동을 일삼기에 크루엘라의 엄마는 딸에게 에스텔라라는 이름을 붙여, 매사에 친절하고 착하게 살라고 가르친다. 그러다 어느 날 뜻하지 않게 엄마가 사망하고, 그 죽음의 비밀을 알게 된 에스텔라는 숨겼던 본인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착하게 살라던 엄마의 가르침과 달리 내면에서 샘솟는 아이디어와 어떤 욕구를 누를 길이 없었던 것.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던 크루엘라를 당대 최고 디자이너 바로네스(엠마 톰슨)가 알아보고 직원으로 채용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에스텔라로 점잖게 살려던 크루엘라는 엄마가 사망한 원인을 알게 되고, 거대한 복수극을 꾸민다. 거리 생활에서 알게 된 호러스(폴 워터 하우저)와 재스퍼(조엘 프라이) 등과 함께 거친 계획을 실행시키는데 유쾌한 음악과 화려한 의상, 소품을 적절히 활용한 연출로 제법 박진감 있게 사건이 진행된다.
 
 영화 <크루엘라> 관련 이미지.

영화 <크루엘라> 관련 이미지.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크루엘라> 관련 이미지.

영화 <크루엘라> 관련 이미지.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크루엘라라는 캐릭터는 일종의 길티 플레져(어떤 일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좋아하고 즐기게 되는 심리)를 자극하는 인물이다. 파티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다거나 자신에게 해를 가한 인물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는 행동 자체는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이지만 영화의 맥락과 캐릭터의 개성 면에선 지극히 자연스럽다.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설정을 곳곳에 깔아놓으며 관객으로 하여금 거리두기를 하게 하는데 이 지점을 제법 영리하게 활용하며 캐릭터들의 매력을 쌓아가는 식이다.

엠마 스톤은 광기 어리고 통제 불가능한 크루엘라를 꽤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의상과 색 대비로 에스텔라, 크루엘라를 함께 연기해 낸 그는 말투나 눈빛, 표정을 달리하며 두 캐릭터 사이에 명확한 구분점을 만들어놨다. 에스텔라는 좋아하지만 크루엘라는 미워하는 길거리 동료들은 크루엘라를 바라보는 관객의 이중적 시선을 상징하는 캐릭터기도 하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감정을 쌓아가면서 종국엔 공공의 적인 바로네스를 향해 심판의 칼을 겨눈다.

과거 작품에선 악녀로만 묘사된 크루엘라가 이처럼 매력적일 수 있을까. 속도감 있는 전개와 화면 전환으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물론 특정 캐릭터를 지나치게 확장한 탓에 이야기의 밀도는 떨어지는 편이지만 캐릭터 구축이 잘 돼 있어서 큰 흠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한줄평: 크루엘라가 만든 옷을 한번 입고 싶어진다
평점: ★★★★(4/5)

 
영화 <크루엘라> 관련 정보

원제: Cruella
감독: 크레이그 질레스피
출연: 엠마 스톤, 엠마 톰슨, 마크 스트롱
수입 및 배급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러닝타이몌: 133분
관람등급: 12세 관람가
국내 개봉 : 2021년 5월 26일 
 

 
크루엘라 엠마 스톤 디즈니 달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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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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