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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마다 생육 환경이 다르고, 그것에 알맞은 농사 방법도 다양하다. 그중에서 고추는 재배가 쉽지 않은 작물로, 고온다습한 여름에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된다. 그런 이유로, 병을 예방한다는 농사 방법과 다수확을 할 수 있다는 비결이 유튜브에 난무할 정도로 많다.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려는 유용한 정보도 있지만, 상식적이지 않는 것들도 있어서 경험이 많지 않은 농부에게 혼란을 주기도 한다. 농사는 날씨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고, 농사짓는 환경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런 이유로 농사는 정답 같은 표준화된 메뉴얼이 있을 수 없으며, 날씨와 흙 작물의 상태 등을 파악해서 
그것에 알맞은 해법을 찾아야 한다.
 
고추의 방아다리와 곁순이 생겨나고 있다
 고추의 방아다리와 곁순이 생겨나고 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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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것은 없고 다른 것은 있다

고추는 서너 개로 갈라지는 방아다리의 줄기에서 열매가 달린다. 그리고 방아다리 아래의 곁순(줄기와 잎 사이에서 나오는 새싹)은 제거를 해줘야 생육이 좋고 고추가 많이 달린다. 곁순을 제거하는 시기는 농부마다 제각각 자신의 경험으로 하지만 수확의 결과는 해마다 다를 수 있다. 그 이유는 똑같은 방법으로 하더라도 날씨와 작물의 상태 등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웃자란 모종을 심고, 방아다리 아래의 곁순과 잎을 일찍 제거한 고추
 웃자란 모종을 심고, 방아다리 아래의 곁순과 잎을 일찍 제거한 고추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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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자란 모종을 심고, 방아다리 아래의 곁순을 키우면서 웃자람을 억제한 고추
 웃자란 모종을 심고, 방아다리 아래의 곁순을 키우면서 웃자람을 억제한 고추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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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순이 생길 때부터 일찍 제거해야 한다는 경험도 있고, 손가락 한마디에서 한 뼘만큼 키운 후에 제거하면 더 좋다는 경험도 있다. 의견이 다양한 방법들이 틀린 것은
아니며, 고추 모종의 상태에 따라서 곁순 제거 시기를 조절하는 것이 다른 것이다.

튼실하게 잘 키운 모종이라면 곁순 제거는 일찍 하는 것이 생육에 도움이 된다. 반대로 줄기의 잎과 잎 사이의 간격이 넓은 웃자란 모종은 곁순을 늦게 제거하는 것이 생육을 억제하여 웃자람을 방지하고 고추가 많이 달린다. 

작년에, 똑같이 웃자란 모종을 나눠가진 이웃의 농부와 곁순 제거 시기를 놓고 의견이 달랐다. 그는 모종의 생육 상태는 무시한 채, 유튜브에서 본 것을 따라 하겠다고 했다. 웃자란 모종을 심은 후에 곁순을 일찍 제거한 고추와 달리, 곁순을 늦게 제거한 고추의 생육 상태와 수확량이 훨씬 좋았다. 
 
웃자란 모종을 심고, 곁순을 일찍 제거한 고추(왼쪽)와 늦게 제거한 고추의 생육상태는 많이 달랐다
 웃자란 모종을 심고, 곁순을 일찍 제거한 고추(왼쪽)와 늦게 제거한 고추의 생육상태는 많이 달랐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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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와 몸으로 기억된다

방아다리 아래의 곁순제거와 함께 잎까지 모두 제거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유를 물어보면 빗물이 튀어 올라서 잎에 묻으면 탄저병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방아다리 아래의 잎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그런 것이다.

광합성으로 생육에 필요한 양분을 만드는 잎을 서둘러 제거할 필요는 없다. 때가 되면 잎의 역할이 끝나고 노화되어 스스로 떨어진다. 방아다리 아래의 잎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엇갈려 나오는 것은 광합성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생존 전략이다.

방아다리에서 첫 고추열매가 달리는데, 곁순처럼 첫 열매도 위로 올라가는 양분을 억제한다. 마찬가지로 고추의 생육 상태를 보면서 제거 시기를 결정하면 된다.

농사는 듣는 것보다 보는 것이, 보는 것보다 직접 해보는 것이 머리와 몸으로 기억되고 이해된다. 농사를 잘 짓는 방법은 특별한 기술이나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예측불가능한 기후변화 시대에 작물의 생육특성을 이해하고 그것에 맞게  관리를 하고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태그:#고추, #방아다리, #곁순,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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