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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설치는 대리수술이나 유령수술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일부 병·의원 경영자들로 인해 선량한 의도를 가진 의료인들 모두가 '감시'를 용납해야 한다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과잉 금지의 원칙'을 위배할 소지도 있다고 본다.?
 수술실 CCTV 설치는 대리수술이나 유령수술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일부 병·의원 경영자들로 인해 선량한 의도를 가진 의료인들 모두가 "감시"를 용납해야 한다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과잉 금지의 원칙"을 위배할 소지도 있다고 본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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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설치 법안에 대해 여전히 국회 보건복지위는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여야 간 이견도 있고 법안 발의자인 김남국, 안규백. 신현영 의원 간의 의견조차 서로 엇갈린다. 상당히 오랫동안 계류된 이 법안은 5월 26일 공청회를 열고 어떻게든 결론을 내려는 수순으로 가는 것 같다. 

이런 이슈가 오래 지속되면 대다수 사람은 정작 그 핵심 사항과 본질을 잊게 된다. 어째서 조명을 받게 되었는지, 어떻게 하다 그게 법안으로까지 나오게 되었는지. 지금 정확히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의문스럽다. 

2020년 7월 안규백 의원 대표 발의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10명의 의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의 제안 이유 및 주요 내용은 이렇다. 수술실에 영상정보 처리기기를 설치하여 촬영, 녹음을 해서 의료분쟁에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도록 하고, 대리수술 등 불법 의료 행위를 예방하자는 것이다. 

즉 의료기관은 강제적으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고 환자,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 촬영, 녹음을 반드시 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어느 나라에서도 의료기관에 대해 영상물 등을 촬영, 유지하도록 이런 정도로 강력한 강제력을 발휘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나는 "강제로 수술실 내 CCTV 설치, 촬영, 녹음"이라는 법은 모든 의료인을 예비적 피의자로 취급하는 것이므로 적절한 방법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대리수술이나 유령수술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일부 병·의원 경영자들로 인해 선량한 의도를 가진 의료인들 모두가 '감시'를 용납해야 한다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과잉 금지의 원칙'을 위배할 소지도 있다고 본다. 

첫째, 영상물 촬영 및 녹음을 강제하는 위 법의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위 법안에 명시돼 있는 것처럼 "불법 의료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가 목적이라 한다면, 그것을 동의하기 어렵다. 수술실의 사정을 공개한다는 것은 '언제든 범죄를 저지를지 모르는 파렴치범을 감시하기 위한 전자발찌'를 채우는 그런 종류의 의미여선 안 된다. 그건 환자와 의사 간의 믿음을 회복하려는 방편 중 하나로서만 의미가 있다고 본다. 

약 7년 전인 2014년 나는 모 병원에서 발생한 신해철씨 사망 사건과, 같은 해 발생한 서울 모 성형외과의 수술실 생일파티 사건 보도를 보고 '수술실 영상 모니터링' 서비스를 생각해 실시하였다. 당시 신해철씨 사망 사건의 가장 큰 충격은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가 파괴되었단 점이었다. 

환자는 수술실에 들어가 마취가 되면, 주변에서 무슨 일이 생기는지 전혀 알 수 없게 된다. 신해철씨 사망 사건과 성형외과 수술실 생일파티 사건은 "의사를 어떻게 믿을 수 있냐"라는 원성과 여론이 일어나게끔 하였다. 

그래서 나는 2014년 당시 보호자가 수술실 내부 상황을 외부에서 와이파이(WIFI) 카메라를 통해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었다. 그걸 7년 넘게 지금까지 해 오고 있는데, 이를 실행한 이유는 "나를 감시하라"는 뜻에서라기보단, 바닥에 떨어진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를 회복하자란 목적에서였다. 

"우리는 떳떳하게 공개하고 보여줄 수 있고 숨기는 것이 없다"라는 태도를 보여야 그 정도로 악화된 여론 속에서도 환자들에게 우리를 믿어달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의료 행위와 치료란 신뢰가 없이는 원활할 수도 없고, 결과가 좋을 수도 없기 때문이었다. 

'수술실 영상 모니터링' 서비스는 많은 환자-보호자들의 호응을 얻었고, 지금껏 아무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여타 병·의원이 비슷한 서비스를 따라서 제공하게 되었다.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이 "그 병원은 수술실 모니터링 볼 수 있나요?"라고 나에게 묻는 경우까지 생겼다. 즉, '수술실 공개'에 대해선 각 의료기관의 자발적인 협조도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실제 유령수술과 대리수술을 막을 방법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일반인들은 '수술실 CCTV 강제화 관련법' 보도를 보면서, 그렇게 하면 실제 의료 사고가 줄어들 거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의료사고는 반드시 수술실 내부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2016년 서울 양천구의 모 의원은 1회용 주사기를 몇천 명의 환자에게 재사용하였고, 그 결과로 수십 명의 환자가 C형 간염에 걸렸다. 어이없는 사건이었다. 그 외에도 연예인 등에게 프로포폴 등의 향정신성 약물 (마약이라고 통칭할 수 있음)을 상습 투여하는 악질적인 행위도 그렇게 단속을 하는데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런 모든 현장의 문제들을 근절하기 위해, 나는 수술실 CCTV보다 병·의원 근무자 공익신고의 포상금제를 확대하는 방안이 더 현실적이라고 본다. 2013년 12월에 신사동 한 성형외과에서 발생한 여고생 뇌사 사건 및 유령수술 문제 공론화도 결국 내부 근무자의 공익신고가 주요한 동력이 되었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이미 여당에 의해 만들어져 있고, 처리를 기다리는 상태다. 또 의료기관 내부 종사자 등에 대해 공익 신고의 문턱을 낮춰 쉽게 만들고, 포상금제를 확대하는 것으로도 수술실 CCTV 이상의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회가 수술실 CCTV 하나에 너무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그 법이 핵심을 벗어나 있으며, 문제 해결의 실익 역시 그다지 높지 않을 것으로 예견할 수밖에 없다. 

태그:#수술실 C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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