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이 빅리그 데뷔전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양현종은 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타깃 필드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3.1이닝4피안타(1피홈런) 1볼넷8탈삼진1실점을 기록했다. 경기는 초반 기선을 제압한 양현종의 역투와 6회 상대 폭투로 얻은 결승점에 힘입어 텍사스가 3-1로 승리했다.

텍사스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나이(만 33세65일)에 빅리그 선발 마운드에 오른 투수가 된 양현종은 10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동안 8개의 삼진을 잡는 'K쇼'를 펼쳤다. 이는 역대 빅리그 데뷔전을 치른 한국인 선발 투수 중 가장 많은 삼진 기록이었다. 비록 승리는 챙기지 못했지만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의 눈도장을 찍기에 충분한 역투를 선보인 양현종은 2.08이었던 평균자책점이 2.25로 소폭 상승했다.

'KKK이닝'으로 시작한 양현종의 선발 데뷔전

지난 2017년 6월1일 10년의 마이너리그 생활을 견딘 오스틴 비벤스 더크스는 만32세32일의 나이로 선발 마운드에 오르며 텍사스 구단 역사상 가장 늦은 나이에 선발로 등판하는 투수가 됐다. 하지만 이 기록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한국인 투수 양현종이 만33세65일의 나이로 선발 데뷔전을 치렀기 때문이다. 양현종은 우완 일색인 텍사스 마운드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등판하는 좌완선발이기도 하다.

양현종은 빅리그 선발 데뷔전에서 주전 포수 호세 트래비노와 배터리 호흡을 맞췄다. 텍사스는 좌타자 윌리 칼훈 정도를 제외하면 네이트 로우와 조이 갈로, 찰리 컬버슨 등 주전 선수 대부분이 선발 출전했다. 이에 맞서는 미네소타는 바이런 벅스턴과, 넬슨 크루즈, 조쉬 도널슨 등 강타자들을 대거 라인업에 포함시켰고 7번 우익수로 출전한 맥스 캐플러를 제외한 8명의 우타자가 선발 출전했다. 

현지에 내린 비로 30분 늦게 시작된 경기에서 텍사스가 1회 초 삼자범퇴로 물러난 가운데 양현종이 생애 처음으로 빅리그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벅스턴을 삼구삼진으로 돌려 세운 양현종은 2015년 아메리칸리그 MVP 도널슨을 시속 146km의 빠른 공으로 연속 삼진 처리했다. 양현종은 2사 후 크루즈까지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아내며 빅리그 첫 선발 등판 첫 이닝을 'KKK이닝'으로 장식했다.

1회 단 12개의 공으로 미네소타가 자랑하는 상위타선 3명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 세운 양현종은 2회 선두타자 카일 갈릭을 공 2개 만에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양현종은 1사 후 포수 미치 가버를 상대로 시속 142km의 빠른 공을 던지다가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허용하며 선취점을 내줬다. 하지만 양현종은 흔들리지 않고 호르헤 폴랑코를 헛스윙 삼진, 맥스 케플러를 루킹 삼진으로 잡아내며 추가위기 없이 마운드를 내려왔다.

텍사스 타선이 미네소타 선발 루이스 도프를 상대로 3회까지 1안타 빈공에 시달린 가운데 양현종은 3회 선두타자 미구엘 사노를 3구삼진으로 처리했다. 1사 후 안드렐튼 시몬스를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삼진으로 잡아낸 양현종은 2사 후 벅스턴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다. 하지만 양현종은 도널슨을 1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하며 실점 없이 첫 득점권 위기를 넘겼다.

4회 무사 만루 위기 제외하면 완벽했던 'K쇼'

3회까지 도프를 전혀 공략하지 못한 텍사스는 4회 초 공격에서 3안타를 때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1-1 동점 상황에서 4회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은 크루즈에게 중전안타, 갈릭에게 2루타, 가버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무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다. 양현종은 무사만루 위기에서 폴랑코를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1사 후 존 킹으로 투수가 교체되면서 이날 투구를 마쳤다. 킹이 후속타자들을 잘 막으면서 양현종의 실점은 늘어나지 않았다.

투수가 많은 삼진을 잡기 위한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바로 마운드에서 위력적인 스트라이크를 최대한 많이 던지는 것이다. 양현종은 이날 마운드에서 66개의 공을 뿌리는 동안 44개의 스트라이크(스트라이크 비율 66.7%)를 던졌다. 그리고 양현종의 공격적인 투구는 아메리칸리그 팀 홈런 공동 3위(39개) 미네소타 거포들의 많은 헛스윙을 유도했다. 양현종이 10개의 아웃카운트 중 8개를 삼진으로 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이었다.

3.1이닝4피안타8탈삼진1실점. 선발 데뷔전임을 고려하면 양현종의 투구는 전혀 나무랄 데가 없었다. 다만 양현종이 앞으로도 선발 투수로 활약하기 위해서는 4회 무사 만루 위기를 내줄 때처럼 상대 타순이 한 바퀴 돈 다음 집중력이 떨어지는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 아리하라 고헤이의 복귀 시점이 언제가 될 지 알 수 없지만 팀 내 좌완 선발이 부족한 만큼 양현종은 앞으로도 선발과 롱릴리프를 오가며 빅리그에서 요긴하게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MLB 텍사스 레인저스 양현종 삼진쇼 미네소타 트윈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