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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돈 국립중앙의료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왼쪽)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코로나19 중앙 예방접종센터 G동에서 열린 국립중앙의료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명돈 국립중앙의료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왼쪽)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코로나19 중앙 예방접종센터 G동에서 열린 국립중앙의료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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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면역은 달성하기 어려울 겁니다." 

지난 3일 국립중앙의료원 기자간담회,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 감염내과 교수)이 뜻밖의 발언을 내놓았다.

정부가 '백신 수급' 불안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9월 국민 70% 1차 접종, 11월 집단면역 달성'을 강조한 것과는 사뭇 결이 다른 내용이었다. 

오명돈 "바이러스 근절이 아니라, 피해 최소화에 중점 둬야"

이날 오 위원장은 "많은 국민들은 집단면역에 도달하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지고 마스크를 벗고, 거리두기를 종료하고, 세계 여행도 격리 없이 자유롭게 다닌다고 믿으며 그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백신) 접종률 70~80% 도달로 바이러스가 사라지고 거리두기 종료하는 일은 저절로 따라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집단면역 70%론'은 코로나19 기초감염 재생산지수가 3이라는 학술데이터에서 출발한다. 이 경우 한 명의 감염자가 세 명을 감염시키고, 그 다음에 아홉 명에게 감염되는데, 이를 막으려면 세 명 가운데 최소한 두 명, 즉 68%가 면역을 가지면 환자수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백신은 성인만 대상으로 허가받은 제품이기 때문에 성인의 백신 접종률을 90%로 가정하면, 전체 인구의 백신 접종률은 76.5%이고, 감염예방효과가 95%라고 가정하면 집단면역이 달성된다. 다만 문제는 백신 가운데 감염예방효과가 95% 이상인 백신은 아직 없다는 점이다. 

화이자 백신 효과가 95% 가량이라는 것은 백신을 맞은 본인에게 나타나는 '발병예방효과'일 뿐, 다른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2차감염 예방효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오 위원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통상 감염 예방효과는 발병 예방효과보다 떨어지고, 영국에서 2차감염 에방효과를 조사한 연구를 보면 가족 전파를 막는 감염 예방효과는 백신 1회 접종 때 40~50%였다.

오 위원장은 '재생산지수 3'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바이러스 전파를 결정하는 요소 가운데 접촉기회, 모임의 크기와 행위, 소위 '믹싱 패턴'은 상황에 따라 크게 다르기 때문에 재생산 지수는 연구대상과 장소에 따라 0.7에서 6.3까지 매우 큰 범위에 걸쳐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재생산 지수 3과 집단면역 70%라는 수치가 아무런 의심도 없이 불변의 진리처럼 통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파우치 박사(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는 최근 백악관 브리핑에서 집단면역이라는 개념 자체를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집단면역 도달하더라도 감염 확산 위험이 곧바로 제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섣불리 거리두기 완화하면 유행이 다시 시작될 수 있어서 고령층과 고위험군은 집단면역 발생 이후에도 계속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집단면역에 관한 생각 이외에도 ▲ 코로나 바이러스는 토착하여 지구상에 계속 존재하게 될 것 ▲ 코로나19는 독감처럼 되어 우리는 백신을 맞으며서 코로나와 살게 될 것 ▲ 바이러스의 근절보다는 입원 중증 환자를 줄이는 피해 최소화로 가야 하며 중증화 위험도가 높은 고령 고위험군에 집중해야 한다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과학적 예측에 근거한 백신 접종 전략은 바이러스 근절이 목표가 아니라 중증 환자와 사망을 줄이는 피해 최소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부 "퇴치가 아니라 일상생활 회복이 목표"
 
지난 4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경궁 입구에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 전국 5인 이상 집합금지' 안내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지난 4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경궁 입구에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 전국 5인 이상 집합금지" 안내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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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질병청은 설명자료를 통해 "집단면역 달성이 어려워 백신 접종이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 아니라 집단면역으로 코로나19 유행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인플루엔자처럼 관리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방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은 공중보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목표"라며 "코로나19도 대규모 예방접종을 통해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지속 관리(하는 것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 역시 4일 백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변이도 많고 계속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 퇴치라는 목표는 애당초 생각하지 않은 부분이고 목표한 적도 없다. 정부에서 목표로 한 것은 일상생활 회복"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 위원장의 발언의 의미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집단면역 달성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 두 번째 이론상 집단면역이 달성되더라도 코로나19 이전으로 바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 세 번째 코로나19의 '종식'은 없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코로나19 위기 대응 문제를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보건당국의 입장과 배치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백신접종 계획을 총괄하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또한 1월 25일 코로나19 브리핑을 통해 "집단면역의 형성과 종식의 개념은 다르다"라며 "예방접종을 최대한 빠르고 안전하게 하더라도 방역조치, 특히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그런 조치들을 병행해야 된다는 필요성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론상으로라도 '집단면역'을 달성해서 이전의 일상을 되찾는 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점이다. 지난 3일 미국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변이바이러스', '미국의 낮은 백신 동의율', 일부 지역이나 국가가 집단면역을 이룬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접종률이 높은 미국의 집단면역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집단면역 전적으로 백신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 일단 많이 접종해야"
 
75세 이상 어르신들이 2월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아트홀에 마련된 백신접종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접종 받고 있다.
 75세 이상 어르신들이 2월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아트홀에 마련된 백신접종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접종 받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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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집단면역 달성 여부를 떠나 일단 '접종률' 자체를 70% 이상으로 높이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을 통해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함은 더 이상 확진자가 늘어나지 않음을 의미하지 감염병이 갑자기 줄어든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100% 가까이 백신 접종을 하더라도 코로나 바이러스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규모 유행 국가는 3차 유행이 도달하기 전에도 지역별로 20% 가까운 항체 양성률을 보였고, 요구되는 백신접종률이 낮아졌다"라며 "반면 우리나라는 항체 양성률이 1%가 되지 않아서 집단면역을 전적으로 백신에 의존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은 50%에 가까운 접종률과 30% 정도 감염으로 사실상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3회차 부스팅과 추가적인 백신 접종을 성공적으로 이어나간다면 충분히 집단면역으로 부를만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전 질병관리청장)은 "오명돈 교수가 특별한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집단면역이 되든 안 되든 한 명이라도 더 보호해야 하니까 최대한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아야 하지 않겠나"라며 "70%를 넘어서 최대한 많이 접종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한국역학회 회장) 또한 "집단면역은 접종률70~80%면 된다고 확정되는 것도 아니고, '변이 바이러스'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관련돼 있다"면서 "움직이는 목표'인 것도 맞지만, 중요한 것은 집단면역이 되냐, 안 되냐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접종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전파를 억제하고 건강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코로나19를 관리하는 데 집단면역의 의미가 있고,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본다"라며 "(집단면역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아주 없앤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태그:#집단면역, #오명돈,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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