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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8일 nuguna에서 진행한 군포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청소년 배달 라이더 노동 실태 토론회
3월 18일 nuguna에서 진행한 군포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청소년 배달 라이더 노동 실태 토론회 ⓒ 청소년유니온
 
코로나19는 2020년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이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가져왔으며, 이는 노동시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속에서도 성장하는 업계가 있다. 바로 플랫폼 배달 시장이다. 코로나 이후 자연스럽게 플랫폼을 통해 음식을 집으로 배달시키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 되었으며, 이는 플랫폼 배달 노동시장 성장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플랫폼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청소년 노동자 유입도 높아졌다.

적지 않은 청소년이 진입한 플랫폼 배달 노동시장은 비대면 일상을 떠받치는 버팀목이었으나 정작 그곳에서 일하는 라이더의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작년 국정감사 때 나온 한국산업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청소년 배달 라이더의 산재 승인 건수는 사망 63명, 부상자 3092명에 이르며, 올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25명의 청소년이 산재 사고를 당했다.

실제로 산재 승인을 받지 못하거나 신고하지 못한 건수까지 고려해볼 때 수많은 청소년 라이더가 다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 또한 사업장에 소속되어 일하는 것이 아닌 개인 사업자로 적은 수수료라도 더 많이 배달하기 위해 라이더가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난 10년보다 라이더의 산업 안전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청소년 라이더가 우리의 비대면 일상을 떠받치며 안전을 위협받고, 노동기본권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이들의 문제를 살펴보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의 존재와 문제를 드러내고,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단초로써 작년 군포시청소년노동인권센터와 사단법인유니온센터, 청소년유니온이 군포시를 중심으로 청소년 배달 노동자 실태를 조사했다.

청소년 배달 라이더의 실태

실태조사를 진행하며 가장 눈에 들어왔던 응답이 있었다. 청소년 라이더들은 일터에서 폭언, 폭행 등 각종 인권 침해를 당하는 일이 빈번하였으며, 나아가 업체에서 임대(리스) 오토바이 수리 비용을 과다하게 청구해 이를 갚지 못하는 청소년 라이더에게 노예 계약으로 보일 정도의 노동을 시켰다.

면접조사에 참여했던 한 청소년 라이더는 "배달 대행사 사무실 앞에서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로 다른 배달 기사 형들에게 목을 졸리는 등 폭행을 당했다. 경찰에 신고하려 하였지만 경찰에서도 담배를 피운 우리 잘못이라며 폭행 신고를 받아주지 않았다"라고 증언했다.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부모님에게 비밀로 일하고, 코로나19로 인해 학교까지 문을 걸어 잠근 상황에서 이들이 일터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부모도, 교사도, 경찰도 아닌 배달 대행사에서 일하는 '착한 관리자 형'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착한 관리자 형이 모든 업체에 있기만을 바랄 수는 없다. 심지어 '나쁜 관리자 형'이 있는 사례도 존재한다.

면접조사에 참여한 다수의 청소년 라이더들은 특정 업체에서는 관리자가 자신의 배달 업무를 청소년 노동자에게 떠넘기며 콜 수를 채우지 못할 시 CCTV없는 곳에 끌고 가서 기합을 주거나 폭행한다고 증언하였으며, 만약 일을 그만둘 경우 SNS를 통해 현상금을 걸어서 잡히면 맞고 돈을 뜯긴다고 증언했다.

또 사고를 내어 소년원에 들어간 청소년이 오토바이를 반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년원에서 나올 때까지 한 달 120만 원씩 리스 비용을 청구하고 오토바이를 일부러 망가트린 뒤 수리비를 청구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이처럼 배달 대행업체에 대한 최소한의 관리조차 없는 상황에서 몇몇 특정 업체는 청소년 라이더를 폭행하고, 협박하고, 강제 노동을 시킨다.

또 다른 문제로는 청소년 라이더가 자신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에 있었다. 자신이 무엇으로 보호받는지, 무엇을 보장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일을 시작하면서 어떤 계약서를 작성했는지' 묻자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응답이 42.3%였지만, 이후 면접조사 등을 통해 드러난 것은 실제로 본인이 어떤 계약서를 작성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계약서가 아예 없거나 인지조차 못 하는 경우가 57.7%에 달했다.

다음으로는 보험 가입과 관련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작성했는지 물었을 때 모른다 57.7%, 작성했다 14.1%로 드러났다. 모른다는 문항이 이렇게 높다는 것은 애당초 다수의 청소년 라이더가 본인이 산업재해 보상보험 적용이 가능한지조차 모른다는 뜻이며, 이들 대부분이 높은 확률로 산업재해보상보험을 적용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교육과 노동인권 교육이 현장 청소년 노동자에게 가닿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분쟁에서 최소한의 대응조차 하지 못한 채 그저 당하고만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내 생애 첫 노동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난 문제인식을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청소년 라이더가 겪는 문제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두 번째는 나이가 어리다는 것이 문제 현장에서 더 약자로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 세 번째는 교육의 부재로 인해 문제 상황에서의 자기 대처 능력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다.

청소년 라이더들은 본인의 노동을 "양아치나 하는 것"이라고 자주 이야기했다. 본인이 생각했을 때 그런 것이 아닌, 주변의 시선이 그러하다는 표현이었다. 실제로 이들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자 신고했지만 돌아온 것은 사회의 외면이었다. 이는 아주 심각한 문제이다. 청소년 노동자들에게 있어 지금의 노동 경험은 본인의 생애에서 '첫 번째로 경험하는 노동'이기 때문이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앞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할 청소년들에게 첫 번째 일 경험은 한 사람에게 평생에 걸쳐 이어나갈 노동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요한 첫 번째 노동 경험이 부당한 대우로만 점철되어 있다면 이들이 이후에 어떤 경로를 겪게 될 것인가에 대해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 청소년 노동자는 어리다는 이유로 더 취약한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플랫폼 노동의 특성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누구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청소년 노동자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최소한의 협상력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사고 시 발생하는 수리비나 배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 등 대부분이 전가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심하면 '노예 계약'으로 보일 정도로 굴레가 되어 사실상 무급 노동을 하는 상황까지 보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는 자신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 전혀 모른다는 점이었다. 설문조사를 통해 드러난 결과에서는 '모른다' 응답 비중이 가장 높았다. 문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고사하고 무엇으로 보호받는지 조차 모르고 있다는 뜻이었다. 특히 문제 상황에서 학교에 도움을 요청한다는 생각조차 없던 것이 큰 문제 지점으로 보였다.

청소년 라이더가 겪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 방법은 노동인권 교육과 사업장 안전 관련 의무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청소년이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청소년 노동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 하는 가치 판단은 접어두고 이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를 중요한 지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는 교육이나 복지 측면에서 청소년 노동자의 생계를 어떻게 보장하고 교육 현장에 집중할 수 있게 할 것인가와 별개로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나아가 사업체에 대한 제재도 이루어져야 한다. 헌법에서 금지하는 강제 노동의 소지가 있음에도 신고하기엔 너무나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산업안전 등에 대한 문제는 수시로 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적발 시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학교의 역할이 매우 시급히 촉구된다.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지점은 청소년 라이더가 분쟁을 겪고 있을 때 학교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학교를 다니는 라이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역시 학교에 도움을 청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기대조차 없었다. 이는 학교에서 '일하는 청소년'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대하는가에 대해 심각하게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지점이다.

청소년 노동자를 교육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 역시 문제이지만, 청소년들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문제를 학교에서 어떻게 보호하고 교육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생계 문제로 노동시장에 내몰리는 청소년들에게 단순히 일을 그만두라는 것이 아닌, 어떻게 해야 이들이 더 좋은 노동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고, 사회가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

그 모든 노동이 똑같이 소중하고 구별할 것 없이 귀중하다고 이야기 하지만, 그럼에도 청소년의 노동은 더욱 각별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사회공동체와 처음 계약을 맺고, 노동을 이어가는 그 중요한 과정에서 이 시간에 대한 기억이 어떠하냐에 따라 평생에 걸친 노동 현장 경험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배우는 것보다 본인이 직접 해보는 경험은 노동을 이해하고 체득하는데 있어 보다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의 교육은 이를 외면하거나 오히려 너무 이른 경험이라는 이유로 회피하도록 권유할 뿐이다. 이 부분에 있어 교육에 대한 성찰이 다시금 필요하다. 교육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와 과정에서 무엇을 경험토록하며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적극적으로 해야만 한다.

청소년 당사자에게 현실의 일터는 모멸감과 고통밖에 없는 공간으로 존재한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사각지대에 있는 청소년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를 더욱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송하민 청소년유니온 위원장이 쓴 글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5,6월호에도 실렸다.


#배달노동#청소년#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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