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들은 즐겁다> 관련 이미지.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 관련 이미지. ⓒ 영화사울림


친구들과 놀고 엄마 아빠와 즐겁게 맛있는 것을 먹는 것. 어쩌면 유년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 중 하나일 것이다. 소박하고 작은 행복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의 세계에선 세상의 전부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고 소중하다.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 속 다이(이경훈)도 그렇다. 몸이 아픈 엄마(이상희)는 병원에서 장기 입원 중이고, 화물 운송 일을 하는 아빠(윤경호)는 외벌이 하느라 다이를 돌 볼 겨를이 없다. 엄마의 아픔과 아빠의 바쁨을 이해하는 아이는 스스로 철이 들곤 하는 법. 다이 또한 그렇다. 

불치병임을 직감하면서도 엄마의 퇴원 날짜를 기리며 아빠 몰래 병문안 가기를 즐거움으로 삼던 다이는 학교에서도 공부를 곧잘 한다. 학원을 다니지 않는데 받아쓰기를 만점 받아 반 친구의 시샘도 받지만, 이내 마음을 연 두 친구와 단짝이 되고 폐가 근처 공터에 자기들만의 아지트를 만들어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다이의 일상은 수업과 친구들과의 놀이, 엄마 병문안으로 짜여 있다. 한 계절이 지나면 노란 꽃이 피는 한 화분을 마치 보물인양 생각하며 가꾼다. 꽃이 피면 엄마가 퇴원할 거라는 약속을 내심 되새기며 말이다. 하지만 본인 또한 잘 알고 있다. 엄마의 병이 쉽게 낫지 않을 거란 것, 제법 빠른 시일에 영영 이별할 수도 있다는 것 말이다.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 관련 이미지.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 관련 이미지. ⓒ 영화사울림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 관련 이미지.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 관련 이미지. ⓒ 영화사울림


영화는 아이들 세계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를 중심 소재로 삼고 있다. 세상의 전부인 엄마의 죽음을 예견한 다이는 친구들과 놀면서도 어떤 어두움을 느낀다. 동시에 친구들 또한 그 어두움을 알고 품어주려 한다. 어른과는 또 다른 방식이다. 아이가 중심 캐릭터로 나선 영화에서 어른의 방식과 방법이 녹아들었다면 작품 자체가 어색하겠지만 영화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세상을 제시하는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동명의 원작 웹툰을 영화화한 <아이들은 즐겁다>는 기본적으로 무해하고 해맑은 아이들 세계, 그들이 세상을 대하는 방식과 특히 죽음을 바라보는 방식을 제법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다이'라는 이름은 영어 단어로 보면 죽음이라는 의미다. 또한 극중 다이가 친구들과 끝말잇기를 할 때 '죽'자로 시작되는 단어로 '죽음'을 내뱉는 것을 보면 그만큼 그의 삶에 엄마의 죽음이 깊이 개입돼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영화는 상태가 악화된 엄마가 요양원으로 옮겨지고, 그런 엄마를 아이들이 찾아나서며 본격적인 절정에 치닫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처럼 잠시간의 로드 무비가 화면에 펼쳐진다. 극적이진 않지만 소소하게 미소 지을 수 있는 순간이다. 

전반적으로 장면 간 호흡이 다소 길고, 느리다는 점을 제외하면 <아이들은 즐겁다>는 캐릭터를 구현한 방식이나 이야기를 다룸에 있어서 세련된 영화다. 오디션 프로 출신이자 독특한 미성과 피아노 연주로 주목받은 이진아가 음악을 맡았는데 이 또한 독특한 지점이다. 여러 모로 5월 가정의 달에 어울리는 한 편의 영화다.

한줄평: 죽음을 대하는 아이의 자세가 주는 진한 여운
평점: ★★★☆(3.5/5)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 관련 정보

감독 및 각본: 이지원
원작: 허5파6 작가 웹툰 <아이들은 즐겁다>
출연: 이경훈, 박예찬, 홍정민, 박시완, 옥예린, 윤경호, 이상희 등
제작: ㈜영화사 울림
제공: CJ ENM
배급: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러닝타임: 109분
관람등급: 전체관람가
개봉: 2021년 5월 5일
 




 
아이들은 즐겁다 어린이날 이상희 윤경호 이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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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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