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것들이 멈춘 가운데, 여전히 멈추지 않는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지난 2015년 화려한 프로감독 커리어를 마무리하고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한 야구감독 이만수.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비까지 사용해가며 재능 기부를 시작한 그는 라오스라는 타지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많은 팬들이 라오스에서의 활동이 끝나면 국내 프로무대에서 그를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는 재능 기부를 멈추지 않았다. 이제 그의 무대는 베트남. 그렇다면 그는 어떤 이유에서 베트남을 무대로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게 된 걸까?

다음은 지난 1일,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이만수 감독과 화상통화를 통해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지난 4월, 베트남에 입국한 이만수 감독 .

▲ 지난 4월, 베트남에 입국한 이만수 감독 . ⓒ 헐크파운데이션 제공

 
- 안녕하세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사실 코로나 때문에 많이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평소에는 매년 50곳 이상에서 재능 기부를 하였는데,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모든 게 조심스러워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불러주시는 곳이 많았지만 갈 수 없었습니다.
 
베트남 재능기부도 사실 작년 봄에 시작할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모든 계획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16일 베트남 야구협회로부터 창설을 허가 받으면서, 더 이상은 미룰 수가 없다는 생각에 지난달 31일, 마지막 특별기를 타고 (베트남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 두 번째 무대는 베트남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동남아시아에 인도-차이나 반도라 불리는 5개국이 있습니다. 라오스를 중심으로,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가 있죠. 제가 현재 (만으로) 60세인데, 앞으로 20년 동안 이 다섯 나라에 야구를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라오스에 이어 베트남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 꿈을 생전에 다 이룰 수 없더라도 후배들이 마무리 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고, 저는 주춧돌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베트남에 들어오게된 계기는 재작년 12월 26일으로 돌아갑니다. 당시 하노이 한인학교에서 진행된 라오스와 베트남의 국가 대항 경기로 인해 베트남에 오게 되었습니다. 현장에 계셨던 한국 한인학교의 이장형 감독님께서 게임 이후 제게 베트남 야구에 대한 부탁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라오스에서 워낙 힘든 경험을 많이 했고, 베트남은 나름대로 아마추어 야구가 잘 구축되어 있다고 생각해서, 정중하게 거절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감독님께서) 부탁을 멈추지 않으셨고, 진심을 느껴서 야구장 건설과 제대로 된 선수 양성을 약속받고 이곳 베트남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베트남 정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내용을 기록한 것이 A4용지로 1050장 이상 나왔습니다. 그렇게 베트남 야구협회 자문위원과 국가대표팀 총감독이 되었습니다."
 
- 감독이 아닌 총감독의 명칭을 사용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저는 감독이 아닌 총감독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모든 활동을 재능기부로 하고 싶었기 때문에, 급여를 받지 않고 팀에 조언만 주는 총감독의 역할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야구인으로서 베트남 야구의 변화를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활동할 수 있기까지 이장형 선생님과 현지 스태프 미스터 판을 비롯한 많은 한국 분들의 도움이 정말 컸습니다. 사실 동남아 국가에는 아직까지 일본 스포츠의 영향이 큰데, 이제는 한국 스포츠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웃음)."
 
라오스에서 새로운 역사를 쓴 이만수 감독 .

▲ 라오스에서 새로운 역사를 쓴 이만수 감독 . ⓒ 헐크파운데이션 제공

 
- 라오스 얘기를 안 들어볼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맨발이 절반인 12명의 선수들로 시작을 했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힘든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라오스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었기 때문에, 그들을 한국에 데려가 한국 야구와 문화를 체험시켜주는 등의 활동을 했습니다.
 
이제는 민상기, 조민규 감독님 등 라오스 남녀 야구 국가대표팀에 한국인 감독님들이 파견될 정도로 그 규모가 커졌습니다. 라오스에 국제학교가 있는데 국제학교 출신 아이들이 코치로 선임되는 등, 드디어 그들이 직장을 찾고 꿈을 찾게 되어 정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 베트남 이후에 대해서도 계획을 하고 계신건가요?
"말씀드렸듯이 제 최종목표는 인도-차이나 반도에 야구를 보급하는 것입니다. 태국은 야구가 조금이나마 보급되어있고 한국인 제자들이 코치로 있기 때문에, 다음 무대는 미얀마나 캄보디아가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베트남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이만수 감독 .

▲ 베트남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이만수 감독 . ⓒ 헐크파운데이션 제공

 
- 조금 갑작스러운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감독님께 성공의 기준이란 무엇인가요?
"부끄럽지만 프로 생활을 할 때는 돈과 인기 등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은퇴 이후 재능기부 활동들을 하면서 제가 깨달은 것은, 보이는 것이 성공이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성공입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성공을 추구하는데, 그런 성공을 추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언젠간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 저는 그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지난 7년 동안 월급 한 번 안 받고 재능기부를 했기 때문에, 가족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그나마 불러주셨던 강연장도 코로나로 인해 더이상 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야구를 사랑하시는 우리 야구 팬 분들께서 제가 하고 있는 활동에 동참해주신다면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함께한다면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 이상은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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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만수 감독은 지난 2015년, 자비 4억 원을 기부함과 동시에 ‘헐크 파운데이션’이라는 이름의 재단을 설립하였다. 이 감독은 재단을 통해 한국과 라오스를 비롯한 국내외의 많은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으며 국내 야구 유망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의 활동에 동참하고 싶은 팬들은 하단 링크 혹은 '헐크파운데이션'을 검색하여 자세한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링크: http://www.hulkfoundation.org/bbs/page.php?hid=001_02
이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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