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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람이 얼마나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 존재인가. 머리로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이 자명함을 몸으로 실감하는 나날입니다.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구나' 스펙터클한 한 주였지요.

지난주 오마이뉴스에 글을 다섯 편 송고했고, 그 글이 다 채택 되었어요. 그중 두 기사는 탑 배치가 되어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지요. 대부분 악플이었지만... 와! 인생이 제 멋에 겨워 흘러갑니다.

작가? 언감생심!

저는 작가를 꿈꾼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렸을 때, 제일 자신 없었던 것이 예체능과 글쓰기였어요. 초등학교 때, 한 친구에게 기죽었던 것이 그 출발이었지요.

그 아이는 언니 덕을 보기도 했지만, 공부든 그림이든 글쓰기든 뭐든지 잘해서 선생님의 귀여움을 독차지했어요. 그때부터 나 스스로 그림도 못 그리고, 글도 못 쓰는 아이로 여겼던 것 같아요.

대학에 들어와서 약간의 반전이 있긴 했어요. 대학 1학년 때였을 거예요. 전공 교양 과목이었는데 말이죠. 예기치 않게 교수님이 내 이름을 부르시더니, 리포트 정리를 잘했다고 칭찬하시는 거예요.

'내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겠지.' 

대학 4학년 때는 졸업논문을 써야 했어요. 영어로 써야 했죠. 전공이 그렇다 보니 말이죠. 도서관에서 석박사 논문을 찾아 읽고 인용하며 자기 의견을 도출해 겨우겨우 제출했어요. 그런데 그 논문이 학과 학회지에 실리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 거예요.

'내가 좀 정리를 잘하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기르고 약간의 숨통이 트였을 때, 동네 책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했지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모임 밴드에 뻔질나게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폭발했나 봐요. 반응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글을 잘 쓴다고, 깔끔하게 쓴다고 하더라고요. Y라는 친구는 블로그 활동을 해보라고 하더군요.

'블로그는 무슨!'  

항상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를 하며, 한 발짝 느리게 가는 저에게 그것은 그리 혹하는 미끼가 아니었던 것이지요. 그런 그가 이번에는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보라는 거예요.

'브런치가 뭐지?'

하도 바람을 넣는 것에 못 이겨 2019년 가을에 브런치 작가 신청도 했었지요. 브런치팀은 귀신같이 알아보더군요.

'이 사람은 글쓰기를 지속할 수 없는 사람이구나!'

별로 아쉽지도 않았습니다. 브런치 작가 탈락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말았죠. 이렇게 느그적 느그적 뭉개고 있었는데 말이죠. 나를 밀어대는 고마운 사람들이 계속 나타나는 거예요.

작년 여름, 두 명의 친구와 함께 김승희의 <남자는 모른다>는 시집을 읽고 밴드와 블로그에서 감상평을 공유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녀들은 이미 블로그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저 보고도 빨리 블로그 활동을 시작하라고 성화였어요. 그녀들의 아우성에 떠밀려 블로그 활동을 시작했지요. 날마다 들락날락 꽤 재미있더군요.

그런데 3, 4개월이 흐른 시점에 블로그 활동이 시들해지고 말았어요. 게시된 글을 읽지도 않고 이웃 신청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명이라도 진심으로 읽어주기를 바라는 제 마음과는 좀 거리가 있었지요.

그러던 차에 그녀들 중 S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어요. S에게 블로그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했어요. 그녀는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게 저에게 맞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래? 그럼 한번 해보지 뭐.'

그녀의 브런치 작가 도전기를 참고하여, 저도 드디어 올 1월 말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만난 작가 중에 '시인과 아나운서'라는 필명으로 시를 쓰는 사람이 있어요. 작가 소개에 의하면, 시인이자 아나운서로 활동하기 때문에 그런 별명을 쓰는 거였어요. 어느 날 문득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어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순수 우리말로 어쩜 그렇게 아름다운 시를 낳는지.

저는 구글 검색을 하면서, 여러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오창석 시인(브런치 필명, 시인과 아나운서)의 <사랑으로 물들다>라는 시집이 '더꿈'이라는 출판사에서 발간되었다는 것과 그 출판사 대표가 브런치의 이주현 작가라는 것을 말이에요. 지금은 출판업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와! 이렇게 나랑 차원이 다른 작가들의 따끈따끈한 글을 집에 앉아서 편안히 받아보고 있었다니!'

저에게는 놀라움이었고 기쁨이었답니다.

댓글 하나가 오마이뉴스로 이끌었어요

이주현 작가는 저에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않는 고운 사람이에요. 일전에 제가 쓴 '우산을 펼 것인가, 접을 것인가'에 대한 댓글을 달아주었지요. 마음이 뭉클해지더군요.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이주현 Mar 24. 2021

나눔에 대한... 아주 깊은 생각을
하게 되는 글이었어요.^^
그래서 단숨에 숨도 쉬지 않고 읽어 내려갔어요.
(제가 맘에 드는 글을 만날 때 보이는
징후 같은 거예요 ㅎㅎㅎ)

어찌나 글도 맛있게 쓰시는지요~~
우리가 '함께' 살아가면서..
생각하고 지켜나가야 할 가치들이 많겠지요.

나눔이... 진정한 나눔인지...
보이기 위한 나눔인지에 대한
속 시원한 이야기들을 보면서...

제 자신도 한번 글에 비춰보았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의도치 않게
보이기 위한 나눔을 했던 적도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함이거나,
나 자신에게 보이기 위한 나눔이었겠지요.

우산을 접고 함께 걸어간다는 것....
정말 가슴 뛰게 멋졌거든요 작가님^^

그래서 제일 먼저 댓글 달고 싶어서
우선 ㅋㅋㅋㅋ

하나씩 시도해 보려고요~
함께 걷는 방법을 찾아가 보려 합니다.

그렇게 삶의 가치가 될 꿈을
엮어 가볼까 합니다.
마구 가슴이 뛰는 글이었어요. ^^

그래서 작가님께 감사하다는 인사
다시 드리고 싶었습니다. ^^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 꼭 읽어볼게요~~~
지금 주문~~!!^^


'우산을 펼 것인가, 접을 것인가'를 브런치에 올리면서 누가 이런 글을 좋아할까, 심드렁한 마음이었거든요. 그런데 이주현 작가의 댓글에 찌그러졌던 마음이 활짝 펴지는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더꿈' 출판사 대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지요. 저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출판업을 했던 사람이 내 글이 좋다고 했는데... 그럼 한번 오마이뉴스에 기고해 볼까.'

뒤돌아보니, 한 번도 꿈꿔보지 않은 시민기자의 자리에 오기까지 여러 사람이 제 곁을 스쳐 지나갔네요. 바람처럼 저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말이에요. 인생이 그런 것 아닐까요. 스스로 바람이 되어 흘러가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바람에 실려 전혀 의도치 않았던 세계로 흘러가기도 하는 것!

고운 사람들이 만든 바람에 이끌려 이 자리에 당도한 것, 참 고마운 일입니다. 나도 고운 바람이 되어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싶은 날입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 브런치에도 실리는 글


태그:#오마이뉴스시민기자, #댓글 , #브런치작가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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