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디> 포스터

<노바디> 포스터 ⓒ 유니버설 픽쳐스

 
<노바디>는 <하드코어 헨리>를 통해 POV 스타일 액션을 선보인 일리야 나이슐러 감독이 메가폰을 쥐고, <존 윅> 시리즈의 데릭 콜스타드가 각본을 쓴 작품이다. 여기에 <데드풀2>의 감독이자 <분노의 질주>를 비롯해 다양한 액션영화에 참여해 온 데이빗 레이치가 제작에 참여했다. 액션을 위한 드림팀이 뭉친 이 영화는 미드 <브레이킹 배드>의 사울 굿맨, 밥 오덴커크가 수상한 가장으로 변신하며 그 매력을 더한다.
 
SNL 작가를 시작으로 코미디언, 배우, 연출가 등 자신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밥 오덴커크는 액션과는 거리가 먼 배우다. 소심하고 기운이 없어 보이는 외형의 그는 자신의 모습에 딱 어울리는 가장을 연기한다. 허치는 한 집안의 가장이다. 그의 일상은 집과 직장을 오가는 반복되는 사이클이다. 부부 관계는 소원하고, 아들은 아버지와 데면데면하며, 귀여운 막내 딸만 그를 반긴다. 
  
 <노바디> 스틸컷

<노바디> 스틸컷 ⓒ 유니버설 픽쳐스

 
그렇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던 그는 내면의 정체성을 깨우는 순간과 마주한다. 집안에 강도가 들고, 이들을 잡으려는 아들을 허치가 말리면서 그들은 돈을 훔쳐 도망친다. 가족은 물론 경찰과 직장동료들도 허치를 겁쟁이라 생각하고 비난한다. <존 윅>이 아내가 남긴 개로 인해 분노가 폭발한 킬러, 존 윅을 보여줬다면, <노바디>는 딸의 고양이 머리핀 때문에 숨겨왔던 내면의 폭력성을 깨우는 가장, 허치의 모습을 조명한다.

허치는 강도가 돈을 훔쳐가는 과정에서 고양이 머리핀을 가져갔다고 생각하고 그들을 찾고자 한다. 강도가 손에 한 문신을 힌트로 도시 전역을 뒤지며 범인을 찾는 허치의 모습은 이전의 무기력한 아버지와 전혀 다른 면모를 보인다. 

허치가 메인 빌런인 러시아 마피아 율리안과 엮이게 되는 사건 역시 배출 욕구에서 비롯된다. 강도에게 폭력을 발산하지 못한 그는 버스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율리안의 동생과 그 친구들을 상대로 혈투를 펼친다. 불쾌한 상황에서 도망칠 수 있었지만, 대결을 택하며 온몸이 피에 젖도록 싸움을 반복한다. 이 지점에서 관객들은 허치가 평범한 가장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작품 속 미스터리에 빠져들게 된다.
  
 <노바디> 스틸컷

<노바디> 스틸컷 ⓒ 유니버설 픽쳐스

 
허치가 혼자 율리안의 본거지를 습격하는 장면은 예기치 못한 반격으로 허를 찌르는 매력을 선사한다. 하이라이트는 허치가 일하는 공장에서의 대규모 액션 장면이다. 마치 <람보> 시리즈를 보는 듯한 대혈투가 연출된다. 
 
영화의 액션 스타일은 <존 윅>과 흡사하다. <존 윅> 시리즈가 극찬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그 액션에 현실성이 있다는 거다. 현란한 카메라 워킹을 통해 화려한 액션을 연출해내기 보다는 동작에 있어 디테일을 더했다. 허치는 60대를 바라보는 가장이다. 기술적으로 뛰어날 순 있지만 스피드와 힘에서는 무뎌지는 모습을 보이며 현실감을 더한다. 
  
 <노바디> 스틸컷

<노바디> 스틸컷 ⓒ 유니버설 픽쳐스

 
배역을 위해 2년 동안 액션을 연마한 밥 오덴커크는 드웨인 존슨, 빈 디젤 같은 강인한 액션 스타들과는 차별화된 액션을 선보인다. 고령의 나이에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면서 어딘가 모르게 허술한듯 보이는 그의 모습은 코믹한 리암 니슨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액션이 지닌 감도가 거칠고 잔혹함에도 불구하고 허치의 캐릭터 때문인지 즐기면서 감상할 수 있겠다. 
 
'노바디(nobody)'는 보잘 것 없는 사람이란 뜻이다. 가정 내에서 소외된 허치가 그 중심으로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이 작품은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고유한 정체성을 지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노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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