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역대 최다승(210승) 투수 '송골매' 송진우. 한미일 최상위 리그를 모두 경험한 '대성불패' 구대성과 '야생마' 이상훈(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코리안 빅리거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KK'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까지. KBO리그는 지난 40년의 역사 동안 일일이 손에 꼽기도 힘들 정도로 위대한 좌완 투수들을 많이 배출했다.

KBO리그 한국시리즈 최다 우승(11회)에 빛나는 명문 KIA 타이거즈 역시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이라는 전설적인 좌완 투수를 배출했다. 2007년부터 작년까지 KIA에서만 14년 동안 활약한 양현종은 2017년 20승을 비롯해 무려 9번이나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며 통산 147승을 수확했다. 이는 송진우, 정민철(한화 이글스 단장,161승),이강철(kt 위즈 감독, 152승)에 이어 역대 최다승 4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다.

하지만 타이거즈 좌완 역사에서 '까치' 김정수와 '리빙 레전드' 양현종 정도를 제외하면 그 면면은 초라하기 그지 없다. 이런 우편향(?)된 마운드를 가지고도 위대한 왕조를 세울 수 있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양현종마저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미국으로 떠난 올 시즌, KIA는 양현종의 뒤를 이을 유력한 좌완 유망주를 찾아냈다. 스프링캠프 두 번의 연습경기에서 노히트 투구로 KIA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는 좌완 루키 이의리가 그 주인공이다.

김정수-양현종 외 없었던 타이거즈 좌완 에이스

KBO리그 초창기의 이상윤을 시작으로 '국보' 선동열','팔색조' 조계현(KIA 단장), '아이언맨' 이강철, '에이스 오브 에이스' 이대진(KIA 불펜코치), '창용불패' 임창용, '대한민국 우완 에이스' 윤석민까지. 타이거즈는 해태 시절부터 위대한 투수들을 대거 배출한 '투수왕국'이었다. 김성한, 한대화, 이순철(SBS스포츠 해설위원), 이종범(LG트윈스 작전코치) 같은 강타자들도 많았지만 타이거즈 왕조를 지탱한 힘은 역시 강력한 마운드였다.

하지만 위대한 해태의 마운드 계보에서도 좌완 투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김정수와 신동수라는 뛰어난 두 명의 좌완 투수가 해태 마운드의 한 축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1994년 신동수가 LG로 트레이드되고 2000년 김정수가 '사인앤트레이드'로 SK 와이번스(현 SSG랜더스)로 이적하면서 타이거즈의 좌완은 양현종 등장 전까지 10년 가까이 확실한 에이스급 투수가 나오지 않았다.

KIA가 지난 2005년 외국인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를 내주는 출혈을 감수하면서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하던 좌완 유망주 전병두를 데려왔다. 전병두는 제1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대표팀으로 선발되며 기대를 모았지만 2006년5승,2007년3승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2008년 또 한 번의 트레이드를 통해 SK로 이적한 전병두는 SK 이적 2년째이던 2009년 8승4패8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3.11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폭발했다. 

2000년대 후반 강속구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던 진해수(개명 전 진민호)는 KIA에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하다가 SK를 거쳐 LG로 이적한 후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셋업맨으로 자리 잡았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 두 자리 수 홀드를 기록한 심동섭도 입단 당시의 기대치에 비하면 크게 성장하지 못한 채 어느덧 프로 12년 차가 됐다. 양현종의 후계자로 주목 받았던 김기훈(상무)도 프로에서 1승도 올리지 못하고 군에 입대했다.

외국인 좌완 투수의 활약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건 마찬가지. KIA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데뷔한 게리 레스는 두산 이적 후 본격적으로 성적이 나오기 시작했고 2011년에 활약했던 트래비스 브랙클리는 다혈질적인 성격이 더 유명했다. 2017년 KIA의 우승멤버인 팻 딘은 KIA의 좌완 외국인 투수로는 드물게 2년 동안 활약했지만 통산 성적은 15승14패2홀드5.04로 평범하기 그지 없었다. 

2경기 연속 노히트 투구 펼친 겁 없는 루키

충장중학교 시절부터 팀을 소년체전 금메달로 이끈 에이스로 활약했던 이의리는 광주일고 진학 후에도 1학년 때부터 조준혁(인하대), 정해영(KIA) 등 선배들과 함께 공식경기에 투입되며 황금사자기 우승에 기여했다.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정해영과 광주일고의 원투펀치로 활약한 이의리는 작년 6월 황금사자기 1회전에서 강릉고 김진욱(롯데 자이언츠)과 눈부신 투수전을 펼치며 야구팬들에게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좌완 강속구 투수라는 이점과 고교 통산 평균자책점1.67의 눈부신 성적을 기록한 이의리는 예상대로 KIA의 1차 지명 선수로 낙점됐고 KIA도 이의리에게 3억 원의 계약금을 안겼다. 참고로 양현종이 2007년 2차 1라운드1순위로 KIA에 입단하며 받은 계약금은 2억 원이었다(당시 KIA는 인하대 출신의 대졸투수 오준형(KIA 전력분석코치)을 1차지명, 고졸 투수 양현종을 2차 1라운드로 지명하며 같은 액수의 계약금을 안겼다).

박건우, 장민기, 이승재와 함께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된 루키 이의리는 지난 7일 자체 정백전에 등판해 시속 148km의 빠른 공을 던지며 1.2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1볼넷1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물론 대부분의 주전급 야수들이 이의리의 팀에 포함되면서 주로 백업이나 2군급 선수들을 상대했지만 이의리의 투구내용은 맷 윌리엄스 감독과 정명원 투수코치를 만족시키기 충분했다.

슈퍼루키 이의리의 진가는 13일 프로에서의 실질적인 첫 실전등판이었던 한화 이글스와의 연습경기에서 또 한 번 드러났다. 선발 임기영에 이어 4회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이의리는 10타자를 상대하며 볼넷2개와 몸 맞는 공 1개를 허용했지만 탈삼진 3개를 잡아내는 위력적인 투구로 2.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이날 시속 148km의 빠른 공을 던진 이의리는 날씨가 따뜻해지고 힘이 더 붙으면 충분히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던질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는 키움 히어로즈의 장재영을 비롯해 롯데의 김진욱 등 뛰어난 활약이 기대되는 대형 신인 투수들이 유난히 많다. 하지만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낸 루키는 단연 연습경기 5이닝 무실점을 기록 중인 KIA의 좌완 이의리다. 물론 이의리가 시즌 개막 후에도 1군 마운드에 오르려면 장현식, 김현수, 김유신 등과의 5선발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하지만 양현종의 루키 시절을 보는 듯한 겁 없는 좌완의 등장은 야구팬들을 들뜨게 하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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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 타이거즈 좌완 에이스 이의리 연습경기 노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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