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타니안> 포스터

<모리타니안> 포스터 ⓒ (주)디스테이션

 
 
다큐멘터리 감독인 케빈 맥도날드는 영화에 있어서도 사회고발 성격이 강한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을 다룬 <라스트 킹>, 방위산업체의 비리를 폭로하는 내용의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가 그 대표작이다. 그의 신작 <모리타니안>은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자행한 끔찍한 수용소인 관타나모를 소재로 한다. 출간과 동시에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관타나모 다이어리'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진실이 지닌 무게감에 대해 말한다.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관타나모 수용소가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해 짚어 볼 필요가 있다. 2001년 9월 11일, 소위 911테러라 일컬어지는 중동 테러단체 알 카에다에 의한 테러가 미국 내에서 벌어진다. 이 사건은 미국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세계 최고의 강대국인 그들이 타국에 의해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이에 미국 정부는 그들 헌법의 가치인 자유와 평등, 인권을 억압하는 정책을 펴게 된다.
  
 <모리타니안> 스틸컷

<모리타니안>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미국 내에서는 인권을 탄압하는 고문과 같은 조사방법을 시행할 수 없기에 쿠바 미국 기지 내에 만들어진 장소가 관타나모 수용소다. 미군과 정보기관은 911 테러단체와 연관되어 있다고 여기는 이들을 이 수용소에 데려가 고문으로 거짓 자백을 받아낸다. 이 과정에서 성폭력을 비롯한 온갖 고문이 자행된다. '관타나모 다이어리'의 저자인 모헤마두 울드 슬라히는 알 카에다와도 짧은 기간 훈련을 받았다는 이유로 관타나모로 오게 된다. 작품의 제목이 '모리타니안'인 이유는 그가 모리타니안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서쪽에 위치한 모리타니에서 살던 슬라히는 알 카에다와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던 중 관타나모로 끌려간다. 3년 동안 슬라히의 소식을 들을 수 없었던 어머니는 뒤늦게야 아들이 관타나모에 있다는 걸 알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다. 인권 활동을 하는 변호사 낸시 홀랜더는 이 사실을 알고 슬라히를 만나기 위해 관타나모로 향한다. 결백함을 주장하는 그를 돕기 위해 자료를 요청한 낸시는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한다.
 
한편 군 역시 낸시가 슬라히 문제에 대해 정식으로 재판을 요청하자 군 변호사 스튜어트에게 일을 맡긴다. 911테러로 친구를 잃은 아픈 기억이 있는 스튜어트는 재판에서 승리하고자 결의를 불태운다. 하지만 그 역시 자료를 받고 낸시와 같은 충격 그리고 의문을 느낀다. 두 사람이 군에서 받은 자료는 대다수의 내용이 검열로 검은 줄이 쳐져 있다. 이 자료를 보기 위해서는 군 내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
  
 <모리타니안> 스틸컷

<모리타니안>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법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따른다. 재판에서 판결이 나기 전까지 피고인은 무죄로 간주된다. 하지만 관타나모에서는 유죄추정의 원칙이 지배적이다. 관타나모에 잡혀온 이들은 고문을 통해 스스로 죄를 실토하도록 강요받는다. 죄가 없다 하더라도 고문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짓 자백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몰리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건국이념이자 그들 헌법에서 최우선으로 여기는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다.
 
작품은 이 당시 미국이 냉전시대처럼 경직되어 있었음을 보여준다. 낸시와 함께 슬라히 사건을 맡은 테리는 이 사건을 재판하는 것만으로 미국 사회에서 그들이 비난 받을 것을 염려하며 손을 떼려는 모습을 보인다. 스튜어트 역시 군 내부 자료를 받고자 하지만 반역자로 자신을 몰아치는 상황에 직면한다. 그럼에도 낸시와 스튜어트가 진실을 알기 위해 분투하는 이유는 그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 인권의 가치 때문이다.
  
 <모리타니안> 스틸컷

<모리타니안>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매슬로우의 욕구 충족 이론에 따르면 가장 낮으면서도 높은 충족을 바라는 욕구는 생존의 욕구다. 911 테러는 미국인들로 하여금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공포를 느끼게 만들었고, 이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을 가져왔다. 미국 정보기관의 무차별적인 통신기록 수집 등의 기반이 된 애국법이 통과된 것도 이때다. 생존에 대한 공포 때문에 인권을 향한 억압과 탄압을 그들 스스로 허락한 것이다.
 
미국이 잊었던 가치를 조명한 이 영화는 엔딩 크레딧에서 실존인물인 슬라이와 낸시, 스튜어트를 보여주며 인권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 지 강조한다. 오랜 수감생활 후에도 미소를 잃지 않으며, 자신을 힘들게 한 이들을 용서한다는 슬라히의 말은 인권이 지닌 품격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6년 동안 관타나모에 수감되어 있던 슬라히는 재판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지만, 오바마 정부의 항소로 인해 10년이 넘는 시간을 그 안에서 보내게 됐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모리타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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