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부로 스포티파이와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라이선스 합의가 완료되며 카카오 엔터가 유통하는 음원을 스포티파이에서도 들을 수 있게 됐다.

3월 11일부로 스포티파이와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라이선스 합의가 완료되며 카카오 엔터가 유통하는 음원을 스포티파이에서도 들을 수 있게 됐다. ⓒ Spotify

 
세계 최대의 음원 서비스 스포티파이에서도 이제 유명 한국 아티스트들의 곡을 들을 수 있을 전망이다.

스포티파이와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 엔터)는 11일 입장문을 통해 글로벌 라이센싱 재계약에 대한 합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카카오 엔터가 유통하는 음원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서비스에 제공된다. 이제 카카오 엔터가 유통하는 아이유, 임영웅, 지코, 마마무, 세븐틴 등 유명 가수들의 음원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카카오 엔터 관계자는 공식 입장에서 "카카오 엔터테인먼트(구 카카오M)는 스포티파이측과 음원 유통을 위한 계약 협의를 마치고,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서비스에 음원 공급을 재개하기로 했다"라며 "다양한 국내외 파트너들은 물론 이번 스포티파이와의 협업을 통해 더 많은 전 세계 음악팬들이 우리의 아티스트를 만나고, K팝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2월 2일에 국내 진출한 스포티파이에서는 아이유, 임영웅, 지코 등 유명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곡을 들을 수 없었다. 카카오 엔터가 유통하는 음원에 대해 국내 콘텐츠 제공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까닭이었다. 3월 1일부터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서비스에서도 카카오 엔터 유통 음원이 스포티파이에서 사라졌다. 하루 전인 2월 28일, 스포티파이와 카카오 엔터와의 기존 라이센싱 계약이 만료된 후 신규 라이센스 합의가 늦어지며 공백기가 발생한 것이다.

팬·가수도 불편 호소

 
 3월 1일 스포티파이에서 카카오 엔터테인먼트가 유통하는 음원이 모두 사라지자 한국 팬 뿐 아니라 글로벌 케이팝 팬들 역시 불편을 호소했다.

3월 1일 스포티파이에서 카카오 엔터테인먼트가 유통하는 음원이 모두 사라지자 한국 팬 뿐 아니라 글로벌 케이팝 팬들 역시 불편을 호소했다. ⓒ 트위터 캡쳐

 
급작스러운 결정에 팬들도, 가수들도 불편을 호소했다. 전 세계 케이팝 팬들은 SNS를 통해 스포티파이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의 음원이 빠진 것에 대해 '#스포티파이카카오엠(#SpotifyKakaoM)' 등 해시태그 및 다양한 수단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3월 1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케이팝을 위해 음원 유통산업의 독과점 방지법을 만들어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같은 날 힙합 그룹 에픽하이의 타블로는 트위터를 통해 "기업이 예술보다 탐욕을 우선할 때 왜 아티스트와 팬들이 고통받는가"라며 사태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에픽하이는 올해 1월 20일 정규 10집 '에픽 하이 이즈 히어'를 발표했는데, 이 앨범 역시 카카오 엔터 유통으로 글로벌 스트리밍에서 제외됐다. 

일각에서는 이 상황을 스포티파이와 카카오 엔터의 힘겨루기로 해석하기도 했다. 국내 1위 음원 서비스 '멜론'을 운영, 국내 음원 유통시장의 37.5%를 차지하고 있는 카카오 엔터가 스포티파이의 한국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음원 공급 합의를 미루고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카카오 엔터는 2016년 애플 뮤직의 한국 도입 시 음원 공급 계약을 맺지 않으며 한국 시장 진출을 제한한 바 있다. 

다른 한 편으로는 국내 협상이 길어지자 스포티파이가 글로벌 음원 유통책을 바탕으로 강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카카오 엔터는 "2월 28일 자로 만료 통보받은 기존 계약 갱신을 요청했으나 해외와 국내 계약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정책에 따라 계약이 만료됐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스포티파이의 "1년 반 전부터 협상을 진행해왔다"는 설명과 반대되는 주장이다. 

하지만 11일 글로벌 라이센싱 재계약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며 이번 사태는 우선 일단락됐다. 케이팝 팬, 아티스트들의 목소리를 의식한 것인지 양사 모두 빠르게 합의에 도달했다. 권력 싸움으로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한 스포티파이 관계자는 "해외 라이센싱 계약 만료 1년 반 전부터 협상을 진행해왔고, 단순히 계약 만료가 된 사항이다. 오랜 기간 노력해왔는데 안타깝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내 한 음원 업계 관계자 역시 "글로벌 시장에 음원을 제공하지 않으면 카카오 엔터 측에도 손해다. 협상 과정에서 이견은 있었을지라도 견제와 힘겨루기 등 권력 싸움 등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숨 돌린 카카오엔터·스포티파이
 
 지난 2월 2일 국내 시장에 진출한 스포티파이는 현재 0.5% 점유율에 그치며 고전 중이다.

지난 2월 2일 국내 시장에 진출한 스포티파이는 현재 0.5% 점유율에 그치며 고전 중이다. ⓒ Spotify

 
사실 카카오 엔터 유통 음원의 부재는 스포티파이의 국내 진출에 상당한 타격이었다. 3월 3일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 자료에 따르면 스포티파이의 2월 4주차 일간 사용자 (DAU, 안드로이드 아이폰 합산) 점유율이 0.5%에 그쳤다. 비싼 요금제,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공고한 기존 점유율 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원이 없다는 사실이 치명적이었다. 이번 합의를 통해 스포티파이와 카카오 엔터 양 측 모두 한 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지난 10일간의 협상 과정에서 한국 소비자뿐 아니라 전 세계 소비자들이 케이팝 음원을 듣지 못했고 아티스트들 역시 피해를 본 것이 사실이다. 스포티파이에서 케이팝의 인기는 대단하다. 지난해 케이팝 상위 10팀의 스트리밍 수치는 106억 회에 달했고 모든 케이팝 플레이리스트는 1800억 분 이상 재생됐다.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을 맞아 스포티파이가 제공한 '이퀄(Equal)' 테마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플레이리스트는 케이팝 걸그룹의 노래를 선곡한 '걸 크러쉬(Girl Krush)'였다. 

"아티스트, 레이블 및 권리자 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의 음원 스트리밍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나갈 것입니다."(스포티파이)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대한민국 음악산업의 성장과 안정적인 창작 생태계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카카오 엔터)

이번 스포티파이와 카카오 엔터의 계약은 플랫폼 간의 의견 차가 아티스트들과 팬들의 불편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도헌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https://brunch.co.kr/@zenerkrepresent/581/)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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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2013-2021)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2019-2021) 메일 : zener1218@gmail.com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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