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글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쁘떼뜨> 포스터

<쁘떼뜨> 포스터 ⓒ (주)예지림 엔터테인먼트

 
불어로 '아마도'란 의미의 '쁘떼뜨'는 '꿈의 공장'을 의미하는 원제(불어 Traumfabrik, 영제 Dream Factory)보다 영화 속 사랑을 더 잘 담아내는 제목이다. '쁘떼뜨'라는 단어처럼 확신할 수 없는 사랑이 이뤄지는 마법 같은 과정을 담은 이 작품은 분단 당시 독일을 배경으로 단 하루의 사랑을 운명으로 만들기 위해 인생을 바친 남자의 이야기다. 
 
군 제대 후 형이 일하는 영화촬영장에 온 에밀은 엑스트라 배우로 일한다. 베를린의 촬영장에서 에밀은 프랑스 최고의 여배우 베아트리체의 대역 댄서인 밀루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에밀은 밀루가 부당한 배우를 받는 걸 지켜주려다 촬영장에서 쫓겨나게 된다. 밀루에게 한 번이라도 마음을 표하고 싶었던 에밀은 형과 단역들의 도움으로 다시 밀루를 만나고 꿈과 같은 하루를 보낸다.
  
 <쁘떼뜨> 스틸컷

<쁘떼뜨> 스틸컷 ⓒ (주)예지림 엔터테인먼트

 
밀루는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하는 에밀에게 흔들린다. 명확한 인생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살아가지만, 용기와 열정을 지닌 에밀의 기운은 무기력과 슬픔에 빠져있던 밀루에게 힘이 된다. 다시 밀루와의 만남을 기대했던 에밀은 예기치 못한 소식을 듣게 된다. 동독과 서독이 분단되어 촬영이 중단된 것이다. 동독에 있던 에밀은 밀루를 만나고자 국경을 넘을 생각까지 할 만큼 극심한 상사병에 시달린다.
 
간절한 사랑에 하늘이 감복했는지 운명을 위한 우연이 펼쳐지게 된다. 분단으로 혼란에 빠진 촬영장에서 한 감독의 방에 들어간 에밀은 감독으로 오해를 받게 된다. 이에 형과 스태프들에게 도움을 청해 영화작업에 들어간 에밀. 에밀은 당시 체제선전을 위해 영화를 이용하려는 소련에 의해 자신의 진짜 정체와 상관없이 지원을 받게 된다. 판을 벌인 에밀은 작품의 주인공으로 베아트리체를 캐스팅하며 다시 밀루와 만나게 된다.
 
이 영화의 감성은 프랭크 카프라 감독 시절을 연상시킨다. '미국의 마음'으로 불리는 프랭크 카프라의 작품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은 모두 착한 사람들이며 이들이 겪는 고난과 역경은 인간의 따뜻한 마음에 기대어 얼음이 녹듯 해소된다. 좋게 보자면 해피 바이러스가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주인공 중심의 지나친 낙관주의가 개연성에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쁘떼뜨> 스틸컷

<쁘떼뜨> 스틸컷 ⓒ (주)예지림 엔터테인먼트

 
이 영화의 판타지는 <어거스트 러쉬>를 연상시킨다. 이 작품은 그 완성도와 별개로 기타를 처음 잡은 소년이 코드를 배우지도 않고 기타를 익혔다는 점에서 판타지 영화라는 비판을 들은 바 있다. <쁘떼뜨> 역시 영화에 대해 잘 모르는 주인공이 선택하는 작품마다 명작을 만드는 기적을 선보이는가 하면, 어떠한 계기나 갈등 없이 촬영장의 모든 스태프와 엑스트라들이 에밀을 좋아하고 따른다.

에밀은 자신이 생각하고 상상하는 걸 모두 현실에서 이뤄낸다.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호의적이며, 사랑을 제외하고 큰 갈등이나 좌절을 겪지 않는다. 어찌 보면 로맨스 역시 에밀의 판타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에밀은 마법사처럼 주변 사람들이 모두 자신에게만은 착한 사람이 되도록 만드는 힘을 보여준다.
  
 <쁘떼뜨> 스틸컷

<쁘떼뜨> 스틸컷 ⓒ (주)예지림 엔터테인먼트

 
1930~1940년대 프랭크 카프라의 고전영화라면 모를까, 현재 시각으로 봤을 땐 과하다 싶은 우연과 낙관이 등장한다. 꿈이 없는 에밀과 미래가 불확실한 밀루는 현대의 청춘들의 모습과 비슷하다. 이 두 사람이 시작은 우연이었지만 노력을 통해 행복을 이뤄내는 과정은 감정을 자극하는 포인트가 된다. 허나 이 포인트를 위해 과한 낙관주의로 이야기를 이어 나간 점은 다소 안일하게 느껴졌다. 
 
제목인 '쁘떼뜨'는 마음을 고백한 에밀에게 밀루가 한 대답이다. '아마도'라는 말처럼 사랑도 꿈도 불확실한 두 사람은 독일분단으로 인해 사랑마저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난 뒤 에밀이 밀루에게 말한 '쁘떼뜨'는 의문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바뀐다. 꿈과 열정이 있다면 '아마도'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작품의 의미는 독일의 통일처럼 우리의 삶에 가능성이 무궁무진함을 알려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쁘떼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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