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논란의 중심에 있던 '쌍둥이 자매'가 결국 철퇴를 맞았다. 흥국생명 구단은 1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중학 시절 학교 폭력을 저지른 이재영과 이다영 자매에 대한 무기한 출전정지 결정을 내렸다. 대한배구협회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문을 발표하며 여자배구 대표팀 명단에서 이재영과 이다영의 이름을 삭제했다. 국가대표에서도 무기한 자격박탈을 당하며 사실상 배구계에서 퇴출된 것이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실력과 상품성을 겸비했던 V리그를 대표하던 스타플레이어였다.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급격히 향상된 여자배구의 인기에 쌍둥이 자매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았다. 하지만 쌍둥이 자매가 V리그의 발전과 여자배구의 인기에 기여했다고 해서 과거에 했던 잘못이 덮어질 수는 없다. 공정한 잣대로 징계를 해야 장기적으로 비슷한 불행의 반복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동안 쌍둥이 자매를 코트에서 볼 수 없는 여자배구는 그들의 빈 자리를 대신할 새로운 스타의 발굴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V리그에서 차지했던 비중이 워낙 컸기 때문에 이들을 대체할 선수를 찾기는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이번 시즌 리그에 새로 합류한 신인 선수들은 활약이 미약해 배구팬들의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선배의 양보와 팀의 추락으로 신인왕 오른 선수들
 
 2017-2018 시즌 신인왕 김채연은 김세영과 이주아가 합류한 2018-2019 시즌 다시 벤치로 물러났다.

2017-2018 시즌 신인왕 김채연은 김세영과 이주아가 합류한 2018-2019 시즌 다시 벤치로 물러났다. ⓒ 한국배구연맹

 
프로 원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탄생한 16명의 신인왕 중에서 가장 활약이 좋았던 선수는 단연 '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이었다. V리그에 데뷔하자마자 득점(756점)과 공격성공률(39.68%), 서브(세트당 0.41개) 1위를 휩쓴 김연경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 나이에 정규리그 MVP와 챔프전 MVP, 신인왕을 휩쓸며 리그를 지배했다. 김연경에게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배구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반면에 역대 신인왕 중에서 가장 활약이 미미했던 시즌은 GS칼텍스 KIXX 소속이었던 양유나가 신인왕에 올랐던 2009-2010 시즌이었다.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GS칼텍스에 지명된 윙스파이커 양유나는 2009-2010 시즌 26경기에 출전해 25.45%의 공격 성공률로 59득점을 기록했다. 신인으로는 나름대로 쏠쏠한 활약이었지만 신인왕에 선정되기엔 다소 아쉬운 활약이었다.

사실 당시 신인왕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선수는 정규리그 25경기에서 171득점을 올린 장소연(SBS스포츠 해설위원)이었다. 하지만 이미 국가대표 센터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가 은퇴 후 다시 V리그에 복귀한 장소연은 신인왕 자격이 없다며 수상을 고사했고 차점자인 양유나가 그 해 신인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양유나는 한송이(KGC인삼공사), 이소영 등에게 밀려 백업으로 전락했다가 2013-2014 시즌이 끝난 후 프로무대를 떠났다.

2017-2018 시즌의 신인왕 김채연(흥국생명) 역시 상대적으로 '대어'가 없었던 시즌의 신인왕으로 꼽힌다. 2017년 신인 드래프트는 2015년의 강소휘(GS칼텍스)나 2016년의 지민경(인삼공사) 같은 대형 유망주가 마땅히 없었다. 신장 165cm로 수원전산여고 시절에는 전천후 선수로 활약했지만 프로에서는 뛸 포지션조차 모호하던 한수진(GS칼텍스)이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을 정도(한수진은 현재 리베로로 활약하고 있다).

그렇게 마땅한 신인왕 후보 없이 진행되던 2017-2018 시즌은 흥국생명이 외국인 선수의 부진으로 순위싸움에서 뒤쳐 지면서 김채연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흥국생명의 박미희 감독은 신인센터 김채연의 경험을 쌓게 해주기 위해 주전 출전 기회를 늘렸고 김채연은 28경기에 출전해 109득점을 기록하며 한수진, 이원정(GS칼텍스), 김주향(IBK기업은행 알토스) 등을 제치고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신인 최고 활약 이선우가 고작 14경기23득점
 
 인삼공사의 이선우는 경기당 평균 1.64득점(14경기23득점)을 올리고도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군림하고 있다.

인삼공사의 이선우는 경기당 평균 1.64득점(14경기23득점)을 올리고도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군림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2017년 정도는 아니지만 작년 신인 드래프트 역시 예년에 비해 대형 유망주들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2018년에는 이주아(흥국생명), 박은진(인삼공사), 정지윤(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이 있었고 2019년에는 정호영(인삼공사), 이다현(현대건설), 권민지(GS칼텍스) 같은 대형 유망주들이 쏟아져 나온 '풍년'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각 구단들이 선수들을 제대로 파악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큰 악재였다.

결국 작년 신인 드래프트는 세터 김지원(GS칼텍스)이 2008년의 염혜선(인삼공사) 이후 12년 만에 전문세터로 1순위 지명을 받았고 39명의 지원자 중 13명(수련선수 포함)만이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았다. 취업률은 고작 33.3%로 역대 가장 낮은 수치였다. 2라운드부터 '패스'를 외치는 팀이 즐비했고 4라운드에서는 한 팀도 선수를 지명하지 않았을 정도로 썰렁하기 그지 없는 신인 드래프트였다.

역대 가장 관심이 적었던 드래프트답게 신인들의 활약도 V리그 출범 후 가장 저조하다. 1순위 김지원은 원포인트 서버로 종종 출전하다가 작년 연말 훈련 도중 우측 발목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하며 사실상 정규리그 출전이 힘들어졌다. 기업은행의 최정민은 2경기에만 교체로 출전했고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김정아 역시 원포인트 서버로만 6경기에 출전했다. 두 선수 모두 아직 프로 첫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신인 선수 중에서 그나마 가장 많은 기회를 얻고 있는 선수는 2순위로 지명된 인삼공사의 이선우다. 작년 10월 18일 기업은행전에서 블로킹으로 프로 첫 득점을 올린 이선우는 12월 6일 기업은행을 상대로 선발 출전해 11득점을 올리며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인삼공사의 순위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의정, 고민지 등 선배들에게 자리를 내줬고 이번 시즌 14경기에서 28.57%의 성공률로 23득점을 올리는 데 그치고 있다.

이다영의 이탈이 확정되면서 흥국생명의 신인세터 박혜진도 잔여 시즌 동안 김다솔 세터와 함께 번갈아 가며 기회를 얻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염혜선의 루키 시절 만큼 날카로운 토스를 선보이기엔 박혜진에게 남은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아직 어떤 선수가 이번 시즌 신인왕에 선정될 지 알 수 없지만 이번 시즌의 신인들은 앞으로 더욱 분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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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신인왕 이선우 쌍둥이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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