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도를 환영하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구단

아레나도를 환영하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구단 ⓒ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공식 SNS


 
투수들의 무덤으로 유명한 콜로라도 로키스의 쿠어스 필드는 타자들에겐 반대로 더할 나위 없을 좋은 구장이다. DJ 르메이휴 같은 특이 사례도 있지만, 이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타자들은 대체로 홈구장에서 성적과 원정 성적이 크게 차이가 나거나, 팀을 떠나고는 평범한 공격력만 선보인 채 잊혀져 가는 경우도 많았다.

콜로라도 간판 놀란 아레나도 역시 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는 홈경기 통산 OPS는 .985이지만 원정에선 0.8에도 미치지 못한다. 매해 골드글러브를 가져오고, 실버슬러거도 4번을 얻어냈지만 끝내 MVP와는 인연이 없었던 데에는 이 성적에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WBC 때조차 다른 구장을 쓰면서 초라한 공격성적만 낸 바 있다.

그랬던 그가 '하산'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목적지는 김광현이 뛰고 있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다. 카디널스는 골드슈미트라는 대형 타자를 데려왔으나 공격에서 여전히 크게 부족함을 느꼈었다. 이에 콜튼 웡을 떠나보내면서 유틸리티 토미 에드먼을 2루에, 그리고 현역 최고 수비력을 겸비한 3루수 아레나도를 배치해 수비력을 유지함과 동시에 파괴력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창단 28년이 된 콜로라도로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지만, 세인트루이스는 '쿠어스 필드산' 타자들에 두 번이나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첫 선수는 작년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던 래리 워커였다. 콜로라도에서 10시즌을 뛰다가 세인트루이스로 이적한 워커는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세인트루이스에서 커리어를 좋게 끝맺고 좋은 인상을 남겼었다.

2004시즌 부상으로 합류가 늦었던 워커는 부상에서 돌아와서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이면서 세인트루이스가 영입했다. 그리고 중심타선으로 출중한 활약을 선보이며 영입효과를 보여줬고, 월드시리즈에서도 콜로라도 시절 보여준 공격력을 재현하며 위용을 과시했다.

이듬해에도 부상으로 고생했지만 변함없는 기량으로 타선에서 여전히 중심이었으며 38세의 나이가 무색하게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그 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마지막 경기를 마친 그는 은퇴의 뜻을 밝혔고, 2년 간 144경기 출장에 OPS 0.9를 넘기면서 카디널스 팬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겼다.

워커가 떠나고 4년 뒤, 세인트루이스는 오클랜드 '쿠어스필드 거품'이 낀듯한 모습으로 고전하다 팀을 공개 저격해 눈밖에 난 콜로라도 출신 타자를 오클랜드에서 데려왔다. 맷 홀리데이였다. 이적할 즈음엔 폼이 올라와 있던 그는 약 8년 간 세인트루이스 타선의 중심에 있었다.

30홈런 시즌을 만들진 못했지만 2015년을 제외하면 꾸준히 20홈런을 찍었고 마지막 2년을 제외하곤 큰 이탈없이 뛰었다. FA 이후에도 7년 1억 2천만 달러에 팀에 남은 홀리데이는 세인트루이스에서 919경기를 뛰며 .288 .377 .486의 타출장에 143홈런과 561타점을 책임지면서 대표적인 모범 장기 FA로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홀리데이가 떠나고 5년이 지나 세인트루이스는 또 한 번 로키스 출신 대박을 노린다. 아레나도는 선배들이 보인 좋은 모습만 따라갈 것인가. 원정에서는 분명 명성에 걸맞은 성적까진 아니었으나, 새 홈이 될 부시스타디움과 주로 뛰게 될 아메리칸 패밀리 필드(밀워키)에서만큼은 강세를 보였다. 또한 상대로 만나온 NL 서부 4팀보다 만났던 중부 4팀을 상대로 원정에서 더 좋았던 점도 희소식이다.

아레나도 통산
NL 서부 상대 4팀 251경기 .271 .337 .490 wRC+ 116
NL 중부 상대 4팀 77경기 .296 .353 .531 wRC+ 134

더욱이 최근 쿠어스필드 출신이라서 발생한 저평가된 부분들에 대해 새로운 스탯의 개발과 함께 어느 정도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는데, 그 결과 아레나도는 쿠어스필드를 떠나도 큰 성적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여론이 많이 형성됐다.

과연 그는 이 긍정적인 예상을 현실로 만들면서 자신을 둘러싼 마지막 이견을 잠재우고 최고라는 타이틀을 더 공고히 할 수 있을까. 선배들이 보여준 길을 잘 따라간다면 분명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광현의 최고 도우미로서의 활약과 메이저리그 최고를 노리는 그의 새 도전에 귀추가 주목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MLB 아레나도 세인트루이스 김광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MLB에서 일어난 팩트에 양념쳐서 가공하는 일반인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