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루시아를 대신할 새 외국인 선수를 구했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구단은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어깨부상으로 팀을 떠나게 된 루시아 프레스코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브라질 출신의 브루나 모라이스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8일 입국할 예정인 브루나는 2주의 자가격리 기간을 거친 후 빠르면 1월말, 늦어도 2월초에는 배구팬들에게 선을 보일 예정이다. 흥국생명으로서는 적게는 3경기, 많게는 5경기까지 국내 선수들만으로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흥국생명은 지난 3일 지상파TV를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었던 GS칼텍스 KIXX와의 경기가 중계팀의 코로나19 확진 때문에 오는 26일로 연기된 바 있다. 덕분에(?) 흥국생명은 작년 12월 29일 현대건설전(2-3패) 이후 9일 동안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코로나19 때문에 미뤄진 GS칼텍스와의 4라운드 경기가 열리는 오는 26일은 브루나가 국내 배구팬들에게 첫 선을 보일 확률이 높은 날이다. 

코로나19 때문에 V리그 봄 배구 경험하지 못한 루시아
 
 폴란드 국가대표 출신 톰시아는 2018-2019 시즌 흥국생명 통합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폴란드 국가대표 출신 톰시아는 2018-2019 시즌 흥국생명 통합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 한국배구연맹

 
흥국생명은 지난 2018-2019 시즌 '핑크폭격기' 이재영과 외국인 선수 베레니카 톰시아의 활약에 힘입어 김연경 시대 이후 10년 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흥국생명의 좌우 쌍포로 활약한 이재영과 톰시아는 득점 부문에서 나란히 2위(624점)와 3위(610점)에 오르며 흥국생명의 공격을 이끌었다. 물론 정규리그와 챔프전 MVP는 모두 이재영의 몫이었지만 공격과 블로킹에서 꾸준한 활약을 해준 톰시아가 없었다면 흥국생명의 통합우승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톰시아는 2019-2020 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신청서를 내지 않으며 흥국생명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선택했다. '디펜딩 챔피언'이 된 흥국생명은 드래프트에서 가장 늦은 6순위 지명권을 뽑았고 발렌티나 디우프(KGC인삼공사), 메레타 러츠(GS칼텍스 KIXX)같은 2m가 넘는 장신 선수들이 다른 팀에 지명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흥국생명은 새 외국인 선수로 이탈리아 출신의 날개 공격수 줄리아나 파스구치를 지명했다.

하지만 같은 이탈리아 출신의 디우프가 "왜 이런 선수가 V리그에 온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반면에 파스구치의 기량은 박미희 감독을 전혀 만족시키지 못했다. 결국 흥국생명은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 열린 배구 월드컵에 출전하고 있는 선수들 중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던 루시아를 파스구치의 대체 선수로 영입했다.

루시아는 디우프나 러츠처럼 엄청난 공격력으로 리그를 지배하진 못했지만 꾸준한 기량으로 지난 시즌 이재영과 함께 흥국생명의 쌍포로 활약했다. 도쿄올림픽 대륙 별 예선전 참가 때문에 자리를 비우기도 했지만 올림픽 예선 후 이재영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는 홀로 팀 공격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등 공헌도가 작지 않았다. 루시아는 지난 시즌 22경기에 출전해 425득점을 올리며 득점 부문 7위에 올랐다.

흥국생명은 시즌 막판까지 꾸준히 3위권을 유지하면서 플레이오프를 통해 2시즌 연속 챔프전 우승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정규리그 3경기를 남긴 시점에서 국내에 코로나19가 퍼지면서 리그가 전면 중단됐고 한국배구연맹은 시즌 조기 종료를 선언했다. 그렇게 루시아는 흥국생명을 상위권으로 이끌고도 정작 봄 배구 경기는 뛰어보지 못했고 힘들게 고국인 아르헨티나로 돌아갔다.

만21세 젊은 공격수 브루나, 흥국생명의 새 무기 될까
 
 어깨부상을 당한 루시아는 이번 시즌 11경기만 소화하고 V리그에서 퇴출됐다.

어깨부상을 당한 루시아는 이번 시즌 11경기만 소화하고 V리그에서 퇴출됐다. ⓒ 한국배구연맹

 
디우프와 러츠 등 지난 시즌 뛰어난 활약을 펼친 외국인 선수들은 2020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가 열리기 전 일찌감치 재계약 통보를 받았지만 흥국생명은 루시아에게 재계약을 통보하지 않았다. 러시아 출신의 거포 안나 라자레바(IBK기업은행 알토스)와 터키리그 BEST7에 선정됐던 헬렌 루소(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등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들이 대거 드래프트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또 다시 6순위 지명권을 뽑았고 라자레바와 루소가 앞 순서에 지명되면서 박미희 감독은 다시 루시아의 이름을 호명했다. 한국보다 수준 높은 리그에서 검증 받은 선수가 아니라면 굳이 흥국생명에 익숙한 루시아 대신 새로운 선수를 선발해 다시 V리그에 적응하는 기간을 갖게 하는 모험수를 둘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루시아는 이번 시즌 김연경까지 가세한 '레알 흥국'의 멤버가 됐다.

하지만 시즌 초반부터 어깨 부상을 당한 루시아는 작년 12월 5일 GS칼텍스전에서 1세트 공격을 시도하다가 어깨 통증으로 교체됐다. 검진 결과는 오른쪽 어깨 견관절 및 연결근육 손상으로 최소 4주 간 안정을 취한 후 재검을 받아야 하는 제법 큰 부상이었다. 흥국생명은 코로나19로 외국인 선수 교체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루시아를 끝까지 데려가려 했지만 루시아의 부상이 예상보다 심각해지면서 결국 교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루시아의 대체 선수로 흥국생명과 계약한 브루나는 만 21세의 젊은 선수로 이번 시즌 브라질 1부리그 플루미넨시에서 활약한 아포짓 스파이커(오른쪽 공격수)다. 192cm의 신장을 앞세운 높은 타점과 강한 파워가 돋보이는 선수로 알려졌지만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진 정확한 기량을 속단하긴 이르다. 물론 흥국생명에는 김연경과 이재영이라는 '최강 쌍포'가 있기 때문에 브루나는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팀에 착실히 적응하면 된다.

스포츠에서는 경험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이번 시즌 남자부에서도 만19세에 불과한 노우모리 케이타(KB손해보험 스타즈)가 득점 1위(718점)와 공격성공률 3위(55.08%),서브 2위(세트당 0.57개)를 달리며 맹활약하고 있다. 흥국생명이 브루나에게 '여자 케이타'가 돼주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겠지만 국내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하는 만큼 박미희 감독과 흥국생명 팬들은 브루나가 V리그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주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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