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팀 랄프 하셀휘틀 감독은 주심의 종료 휘슬 소리를 듣고 테크니컬 에어리어 안에서 그대로 무릎을 꿇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아무리 홈 게임이었다고 해도 디펜딩 챔피언을 이긴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었다. 사우샘프턴은 이 귀중한 승리를 거두고 순위표를 6위까지 끌어올렸다. 수 년 간 2부리그를 전전하다가 2012-2013 시즌부터 다시 프리미어리그로 올라온 뒤 2015-2016 시즌에 맨유 바로 다음 순위인 6위로 그 시즌을 끝낸 것이 최고 순위였기에 이번에 다시 그 이상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랄프 하셀휘틀 감독이 이끌고 있는 사우샘프턴 FC가 한국 시각으로 5일 오전 5시 세인트 메리's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0-202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 리버풀 FC와의 홈 게임에서 비교적 이른 시간에 터진 대니 잉스의 절묘한 발리 골을 끝까지 지켜내 1-0으로 이겼다. 이 덕분에 리그 선두권 판도가 점입가경으로 접어들었다.

옛 동료들을 울린 '잉스'의 멋진 결승골

게임 시작 후 2분만에 짜릿한 골이 프리킥 세트 피스로 나왔고 이 골이 끝내 유일한 골이 되고 말았다. 홈 팀 사우샘프턴이 측면에서 얻은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제임스 워드-프로우즈가 올린 공을 골잡이 대니 잉스가 과감한 왼발 점프 발리 슛으로 성공시킨 것이다. 리버풀 골키퍼 알리송 베케르도 예측하지 못해 포물선을 그리며 반대쪽 골문 구석에 떨어지는 공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 결승골 주인공 대니 잉스는 2017-2018 시즌까지 리버풀 FC 선수들과 세 시즌을 함께 뛴 바 있기에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으리라. 비록 많은 게임을 그들과 함께 뛰지는 못했지만 14게임 3골(프리미어리그 세 시즌 기록) 발자취를 남기고 온 팀이기에 이 절묘한 골은 결과를 놓고 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어웨이 팀 리버풀은 그들이 자랑하는 세 명의 공격수(사디오 마네-호베르투 피르미누-모하메드 살라)를 앞세워 이후 게임을 뒤집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카일 워커-피터스와 얀 베드나렉 양쪽 풀백들이 엄청난 수비력을 뽐낸 사우샘프턴 골문을 제대로 흔들지 못했다. 

리버풀은 이 게임을 통해 67%에 이르는 압도적인 점유율과 두 배에 가까운 패스 성공 횟수(사우샘프턴 352회, 리버풀 675회)를 기록했지만 실질적인 유효 슛은 후반전에 사디오 마네가 깔아찬 왼발 슛 하나밖에 기록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반면에 사우샘프턴의 유효 슛 기록은 3개, 전체 슛 대비 기록(사우샘프턴 42.86%, 리버풀 5.9%)을 비교해도 리버풀이 상대 수비벽 앞에 효율적인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 결과 프리미어리그 선두권에 더욱 흥미로운 판도가 만들어지고 말았다. 1게임을 덜 치른 2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선두 리버풀이 같은 승점(33점)이 된 것은 물론 7위 에버턴(16게임 29점)까지 선두를 넘볼 수 있는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놀랍다. 

유럽 진출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손흥민이 이끌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도 1게임을 덜 치른 입장에서 리버풀과의 승점 차이가 4점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다시 선두 자리를 넘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면에서 리버풀은 이번 달 프리미어리그 일정 속 결코 쉽지 않은 소용돌이를 만난 셈이다. 

이번 주말 FA(축구협회)컵 일정이 끝난 뒤에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1위 싸움(1월 18일 오전 1시 30분, 안필드)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모자라 토트넘 홋스퍼와의 어웨이 게임 일정(1월 29일 오전 5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이 있다. 이 두 게임 결과가 이번 시즌 리버풀의 프리미어리그 순위표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제 사우샘프턴은 오는 9일(토) 쉬루스버리 타운과의 FA컵 홈 게임을 뛰며, 아슬아슬하게 선두 줄타기를 하고 있는 리버풀 FC는 그보다 하루 먼저 8일(금) 열리는 아스톤 빌라와의 FA컵 어웨이 게임을 위해 빌라 파크로 떠난다.

2020-202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 결과(5일 오전 5시, 세인트 메리's 스타디움)

사우샘프턴 1-0 리버풀 FC [득점 : 대니 잉스(2분,도움-제임스 워드-프로우즈)]

2020-202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현재 순위표
1 리버풀 FC 17게임 33점 9승 6무 2패 37득점 21실점 +16
2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6게임 33점 10승 3무 3패 33득점 24실점 +9
3 레스터 시티 17게임 32점 10승 2무 5패 31득점 21실점 +10
4 토트넘 홋스퍼 16게임 29점 8승 5무 3패 29득점 15실점 +14
5 맨체스터 시티 15게임 29점 8승 5무 2패 24득점 13실점 +11
6 사우샘프턴 17게임 29점 8승 5무 4패 26득점 19실점 +7
7 에버턴 16게임 29점 9승 2무 5패 26득점 20실점 +6
8 아스톤 빌라 15게임 26점 8승 2무 5패 29득점 16실점 +13
9 첼시 FC 17게임 26점 7승 5무 5패 32게임 21실점 +11
10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17게임 26점 7승 5무 5패 24득점 21실점 +3
11 아스널 FC 17게임 23점 7승 2무 8패 20득점 19실점 +1
12 리즈 유나이티드 17게임 23점 7승 2무 8패 30득점 33실점 -3
13 울버햄튼 원더러스 17게임 22점 6승 4무 7패 18득점 24실점 -6
14 크리스탈 팰리스 17게임 22점 6승 4무 7패 22득점 29실점 -7
15 뉴캐슬 유나이티드 16게임 19점 5승 4무 7패 18득점 26실점 -8
16 번리 15게임 16점 4승 4무 7패 9득점 20실점 -11
17 브라이튼&호브 알비온 17게임 14점 2승 8무 7패 21득점 28실점 -7
18 풀럼 15게임 11점 2승 5무 8패 13득점 23실점 -10
19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 17게임 8점 1승 5무 11패 11득점 39실점 -28
20 셰필드 유나이티드 17게임 2점 2무 15패 8득점 29실점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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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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