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뱅가드> 포스터

<뱅가드> 포스터 ⓒ (주)디스테이션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영화 전문가들은 중화권 최고의 액션배우 성룡의 커리어를 걱정했다. 이소룡이 강인한 육체와 비장미가 돋보이는 액션으로 할리우드를 사로잡았다면, 성룡은 아크로바틱한 동작과 코믹이 돋보이는 액션을 선보이며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러시아워>, <턱시도> 등을 통해 코믹 액션 배우로의 진가를 선보인 그는 말년에 접어들어 중국으로 그 무대를 옮겼다.  

보란 듯이 여전히 액션배우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 그이지만 반응은 이전과 다르다. 어느 순간부터 국내에서도 성룡의 신작은 전혀 화제가 되지 않고 있다. 이유는 작품에 대한 실망감이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독창적인 액션 장면으로 인기를 모았던 성룡 영화의 추락을 잘 보여주는 작품인 <뱅가드>는 그 이유가 단순히 나이든 액션스타에 있지 않음을 알게 한다. 중국으로 돌아간 후 선보인 작품들의 약점은 크게 두 가지다.   
 
 <뱅가드> 스틸컷

<뱅가드>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뱅가드>는 성룡표 액션이지만, 젊은 배우들을 대거 출연시키며 세대교체를 보여준다. 성룡이 연기하는 탕환팅은 국제 민간 경호업체 뱅가드를 이끄는 대표다. 새해 축제가 한창인 런던 한복판에서 VIP 고객이 범죄 조직에 납치되고, 뱅가드는 그를 구출하는 데 성공한다. 이때 액션의 중추가 되는 건 성룡이 아닌 레이전위 역의 양양을 비롯한 젊은 배우들이다. 이후 작품의 무대는 아프리카로 넘어간다.  

범죄조직이 VIP의 딸 파리다를 노리면서 그녀를 찾아 보호하는 과정 중 싸움이 붙는다. 이때 레이전위와 파리다가 범죄조직에 납치를 당하면서 뱅가드팀은 그들을 구하기 위해 무대를 두바이로 바꾼다. 뱅가드의 화려한 팀워크와 성룡 영화 특유의 창조적인 액션 장면은 이 작품이 지닌 장점이다. <홍번구>, <신화> 등 성룡과 함께 좋은 호흡을 보여준 당계례 감독은 이번에도 액션에 있어 힘을 준다.   
 
 <뱅가드> 스틸컷

<뱅가드>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다만 이 힘의 방향성이 쾌감을 줄 수 있느냐고 하면 의문이다. 이 작품의 액션과 유머는 8090 성룡의 코믹 액션 영화와 닮아있다. 그때의 액션과 유머 스타일을 담다 보니 현대에 보기에는 유치한 면이 크다. 최근 화려한 말발과 시원한 액션을 선보이는 할리우드 코믹 액션 영화를 생각할 때, 이 작품이 선보이는 기술은 올드하다. 온고지신의 자세로 옛것의 매력 속 새로움을 선보였다면 모를까, 그저 옛것에 머무른다.  

이런 유치함이 유독 잘 나타나는 장면이 아프리카 액션 장면이다. 8090 성룡 영화라면 웃음과 함께 즐길 수 있겠지만 지금은 2020년이다. 진중해야 할 때 갑자기 웃음을 유발하려고 하고, 로맨스가 뜬금없이 진행되는 지점들은 현대 코믹 액션의 흐름과 괴리가 있다. <차이니즈 조디악>, <쿵푸 요가> 등의 작품이 이런 단점을 보여준 바 있다. 이 단점은 <뱅가드>에서도 이어진다.  

다음은 서양을 배경으로 하지만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점이다. 중국이 G2에 올라서면서 영화 속 중국은 강한 위상을 보인다. 마치 미국이 전 세계를 지키는 내용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그 주인공이 중국이 된다. 이 작품에서도 중국인으로 구성된 뱅가드 팀은 글로벌 범죄조직을 막기 위해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한다. 범죄 조직이 미국을 공격할 때 이를 도와주는 건 중국인이 중심이 된 뱅가드다.   
 
 <뱅가드> 스틸컷

<뱅가드>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문제는 서양을 배경으로 할 때 그 조화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공간과 이야기가 따로 노는 기분이 강하다. 음식에 있어서도 동양과 서양의 조리법과 재료를 적절히 조합하며 맛을 주는 음식이 있는가 하면, 맛이 따로 느껴져 먹기 힘든 음식이 있다. 이 작품의 경우 후자에 가깝다. 

중국으로 간 성룡은 여전히 액션배우로의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젊은 배우와 함께 합을 맞추거나, 젊은 배우의 뒤에서 진두지휘 하는 역할로 효율적으로 액션을 선보이는 법을 터득했다. 여기에 100편이 넘어가는 영화에 출연하며 쌓은 노하우는 여전히 독창적인 액션을 선보인다. 다만 이런 노하우가 묻힐 만큼 8090 스타일에 함몰된 구성과 유머, 중화사상이 강하게 담긴 이야기는 아쉬움을 남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뱅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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