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선수 선정을 두고 고민하던 두산의 결론은 이번에도 내야수였다.

두산 베어스 구단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FA 자격을 얻어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한 오재일에 대한 보상 선수로 멀티 내야수 박계범을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8일에도 최주환(SK 와이번스)에 대한 보상 선수로 내야수 강승호를 지명했던 두산은 이번에도 내야 자원인 박계범을 선택하면서 2명의 베테랑 내야수가 빠진 자리를 20대 중반의 젊은 내야수들로 채웠다.

지난 2014년 삼성에 입단하며 프로생활을 시작한 박계범은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친 후 작년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1군 경기에 출전하며 팬들에게 얼굴을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과 올해 1군에서 통산 146경기에 출전한 박계범은 타율 .226 7홈런41타점48득점8도루를 기록했고 유격수와 3루수가 주 포지션이지만 경우에 따라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자원이다. 

올 시즌 균열이 생긴 두산의 탄탄한 내야진

두산은 2018년(77개)과 2019년(83개) 2년 연속 최소 실책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내야가 탄탄한 팀이다. 실제로 조쉬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이나 라울 알칸타라처럼 다른 구단에서 활약하던 외국인 투수들이 두산 이적 후 성적이 좋아지는 큰 비결 중 하나는 물 샐 틈 없는 수비를 자랑하는 두산 내야의 도움을 받기 때문이다(물론 넓은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 느끼는 심리적 편안함이 가장 큰 이유지만).

그렇다고 두산의 내야수들이 수비만 잘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1루수 오재일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연속 20홈런80타점 시즌을 만들었고 허경민도 최근 6년 동안 세 번이나 3할 타율을 기록한 엘리트 3루수다. 두산이 왕조를 건설하기 시작한 2015년부터 올해까지 6년 동안 평균타율 .296를 기록했던 유격수 김재호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뛰어난 재치와 빠른 발, 의외의 펀치력을 겸비한 오재원은 큰 경기에서 유난히 강하다.

백업 내야수들도 탄탄하기는 마찬가지. 준수한 수비와 폭발적인 장타력을 갖추고도 오재원과 허경민 때문에 지명타자를 전전했던 최주환(SK)은 실질적인 주전선수나 마찬가지다. 내야 어떤 자리든 구멍이 생길 때마다 완벽하게 빈 자리를 채워주는 '슈퍼 유틸리티' 류지혁(KIA 타이거즈)도 있었다. 여기에 빠른 발을 갖춘 신예 이유찬과 거포 유망주 김민혁, 그리고 화려한 주전들 때문에 2군생활을 전전해야 했던 신성현도 있다.

하지만 완벽했던 두산 내야는 올 시즌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2018년 타율 .313 15홈런81타점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낸 오재원이 2019년 최악의 부진에 빠진 데 이어 올해도 좀처럼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다. 여기에 시즌 초반부터 불펜이 크게 흔들리면서 좋은 활약을 펼치던 류지혁을 강속구 투수 홍건희와 트레이드했다(설상가상으로 류지혁은 KIA 이적 후 5경기 만에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두산은 시즌이 끝난 후 85억 원을 투자해 핵심 내야수 허경민을 붙잡는 데 성공했지만 주전 1루수 오재일과 2루수 최주환의 이적을 막는데 실패했다. 순식간에 내야의 오른쪽이 허전해진 데다가 류지혁마저 없는 상황에서 두산이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내야 보강 방법은 보상선수 지명이었다. 두산이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강승호에 이어 프로 7년 동안 1군에서 200경기도 채 출전하지 못한 박계범을 지명한 이유다.

두산의 휑한 오른쪽 내야, 박계범이 차지할까

순천 효천고 시절 투수와 유격수를 병행하면서 강한 어깨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박계범은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전체17순위)로 삼성에 지명됐다. 고졸 내야수로 범위를 좁히면 1차 지명을 받은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의 임병욱(현재는 외야로 전향), kt 위즈의 특별 지명을 받은 심우준에 이어 3번째로 빠른 지명이었다(박계범은 빅리그 진출을 노리는 국가대표 주전 유격수 김하성보다도 지명순서가 빨랐다). 

하지만 박계범이 입단했을 당시 삼성에는 김상수라는 쟁쟁한 주전 유격수가 있었고 3루수 박석민(NC 다이노스)이 이적한 2016년에는 아롬 발디리스라는 외국인 3루수를 영입했다. 결국 박계범은 프로 입단 후 3년 동안 1군에서 단 8경기에 출전해 한 번도 타석에 서보지 못하고 상무에 입대했다. 상무에서는 유격수 뿐 아니라 3루, 2루,우익수까지 많은 포지션을 소화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다가 2018년 9월 전역했다.

상무에서의 경험을 통해 멀티 내야수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박계범은 작년 1군에서 58경기에 출전해 타율 .256 4홈런25타점26득점5도루로 출전경기 대비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80경기에 출전하며 더 많은 기회를 얻었던 올해는 타율 .195 3홈런16타점으로 부진했고 루키 김지찬과 군복무를 마친 강한울에게 밀리며 입지가 더욱 줄어 들었다. 따라서 박계범에게 두산 이적은 야구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박계범의 두산 이적이 기회가 될 수 있는 이유는 현재 두산은 1,2루 자리가 '무주공산'이기 때문이다. 통산 타율 .226의 박계범이 뛰어난 타격능력이 필요한 1루수를 소화하는 것은 무리지만 수비가 중요한 2루에서는 충분히 주전 경쟁을 벌일 수 있다. 아니면 1,2년 정도 멀티 내야수로 활약하면서 경험을 쌓다가 김재호에게 유격수 자리를 물려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물론 이는 FA 김재호가 이번 겨울 두산에 잔류한다는 게 전제돼야 한다). 

유난히 팀 내 FA를 다른 구단에 자주 빼앗기는 두산은 이원석, 이형범 등 보상 선수 성공사례도 그만큼 많다(두산에서는 큰 활약을 하지 못한 포수 이흥련도 필승조로 성장한 이승진을 데려오기 위한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다). 이미 군복무를 마쳤고 삼성에서 1군 경험도 쌓은 박계범 역시 충분히 선배들처럼 보상선수 신화를 쓸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제 자신에게 찾아올 기회를 잡는 것은 전적으로 박계범의 노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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