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신서유기8'의 한 장면

tvN '신서유기8'의 한 장면 ⓒ CJ ENM

 
올해 tvN 예능을 이끈 양대 축을 거론하자면 수요일 <유퀴즈 온 더 블럭>, 금요일 <신서유기>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이들 두 프로그램은 유재석과 강호동이라는 '예능 신'들이 이끈다는 점 외에도 코로나19 상황을 현명하게 극복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전자는 일반 시민들과의 돌발 만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섭외 중심 토크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방영 3년 만에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반면 시즌제 예능의 모범사례로 정착한 후자는 국내 명소를 찾아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각종 놀이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어느새 여덟 번째 시즌에 돌입한 <신서유기8 : 옛날옛적에>는 강호동을 중심으로 한 6명 구성원들의 좋은 합을 바탕으로 매주 쉴 틈 없는 웃음 폭탄을 안겨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지난 11일 방영분은 역대 시리즈 통산 최고 시청률을 기록할 만큼 뜨거운 성원 속에 성공리에 시즌을 마무리 짓고 있다(가구 기준 평균 7.8%, 최고 9.0%, 전국 가구 기준 평균 6.7%, 최고 7.6% / 케이블, IPTV, 위성 통합한 유료플랫폼 기준/닐슨코리아). 그런데 감독판·미방영분(12월18일 예정) 만을 남겨둔 <신서유기8>은 당초 우려감 속에 출발했었다.  

​앞선 시즌7이 빈번한 분장쇼로 식상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장기 시즌제 예능이 한계를 드러내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은 결과적으로 기우에 그쳤다. 지리산을 시작으로 단양, 영월, 제주도로 이어진 전국 일주급 촬영분은 이전 시즌을 능가하는 역대급 웃음을 매주 제공했다. <신서유기8>의 예상 밖 성공은 결정적 장면 3가지가 핵심 역할을 담당해줘서 가능했다.  

이번 시즌 최고의 선택 '훈민정음 윷놀이'​
 
 tvN '신서유기8'의 한 장면

tvN '신서유기8'의 한 장면 ⓒ CJ ENM

 
<신서유기8> 인기의 기폭제 역할을 담당해준 놀이가 바로 3화(10월23일 방영)에 등장한 '훈민정음 윷놀이'다. 누구나 잘 아는 전통 놀이인데 여기에 제작진은 한가지 규칙을 추가했다. 3대3 대결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출연자가 외래어, 외국어를 사용하면 그 즉시 해당 팀의 말은 모두 치워지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뭔 대수야?"라고 생각했던 6명 출연자들과 시청자들은 점점 요절복통 웃음의 늪에 빠져들고 말았다.  

​무심코 내뱉은 "OK', "파이팅!", "우리 팀" 등의 말로 인해 윷놀이는 매번 초기화가 이뤄지고 특히 빈번하게 실수를 범한 강호동은 동료들의 구박을 한 몸에 받기에 이른다.  일부 시청자들은 "웃다가 호흡곤란까지 왔다"고 할 만큼 이 장면의 여파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큰 기대감 없이 도입한 규칙 하나는 결과적으로 시즌8 전체를 아우르는 신의 한수가 되었다. 지난 8화(11월 27일)에서도 동일한 방식을 채택한 탁구 경기 역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강호동도 두손 두발 다 든 '좀비 게임'​
 
 tvN '신서유기8'의 한 장면

tvN '신서유기8'의 한 장면 ⓒ CJ ENM

 
11화(12월11일)에 등장한 좀비 게임 역시 이번 <신서유기8>에서 빼놓을 수 없는 놀이 중 하나다.  앞선 시즌들에서도 등장했던 것이지만 한가지 도구가 추가되면서 예측불허 재미를 형성했다. 제작진이 직접 만든 선글라스 형태의 눈가리개가 새롭게 등장했다. 완벽하게 시야를 가린 상황에서 2대4 시합으로 버티기에 돌입, 승자에겐 푸짐한 저녁 한상이 차려지는 평범한 구성이었지만 이것 역시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규현와 은지원 조가 무려 13분간 잡히지 않고 버티는 데 성공한 가운데 OB팀 강호동·이수근 조는 고작 3분만에 조기 탈락의 쓴 맛을 보게 된다. 하지만 순순히 강호동을 보내줄 동생들이 아니라는 건 시청자라면 이미 눈치채고 있었을 것이다. 좀비들에게 붙잡힌 강호동은 이내 항복을 외쳤지만 이에 아랑곳 없이 동생 좀비들은 항복을 인정하지 않은 채 그를 물어 뜯으며 괴롭힘을 선사한다. 요즘 TV 방송에선 가장 원초적인 방식의 놀이였음에도 불구하고 1인자(강호동)가 겪는 온갖 수모에 힘입어 웃음 강도는 더욱 배가되었다.  

​빈말 공약 남발 + 합종연횡... 용왕 후보 대토론회​
   
 tvN '신서유기8'의 한 장면

tvN '신서유기8'의 한 장면 ⓒ CJ ENM

   
제주도에서 진행된 7화(11월20일)에선 용왕 선발을 위한 대토론회가 열려 시청자들의 흥미를 선사한다. 이때는 공교롭게도 미국 대통령 선거 불복 논란이 여전히 화제 속에 시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시기였다. 용왕에 선정이 된 출연자는 1일 1소원권이라는 특혜 외에도 나머지 출연자들의 역할(분장)을 정해줄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되었다.  

각자 제1제당(이수근), 위풍당당(은지원), 주당(조규현), 강식당(강호동), 우미당(우리에겐 미래가 있당, 송민호), 무소속(피오)이라는 가상의 정당을 내건 6명의 후보들은 저마다 '아무말 대잔치' 수준의 토론을 펼치면서 보는 이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기성 정치 패러디 수준의 합당, 후보 단일화 등이 거론되는가 하면 지키지도 못할 공약이 난무하면서 혼탁 코믹 선거전이 정신없이 펼쳐진다. 그 결과 당선된 '용왕' 은지원은 한주 뒤 진행된 방송에서 1일1소원권을 사용해 장시간 진행되던 녹화의 판을 완벽하게 뒤집는 사건을 일으키기에 이른다.   

[번외] 밴드 '강호동과 뉴트리아'의 등장​
 
 tvN '신서유기8'의 한 장면

tvN '신서유기8'의 한 장면 ⓒ CJ ENM

 
한편 지난 11일 방송에선 촬영 현장 숙소에 비치된 드럼을 연주하는 강호동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그를 중심으로 즉흥 상황극을 펼친 <신서유기> 구성원들은 이에 '강호동과 뉴트리아'라는 신인 밴드를 급결성하면서 즐거움을 선사했다. 요즘 드럼 연주를 배우고 있다는 강호동은 박자 놓치는 실수를 범해 이수근 등 동료들에게 구박을 받는가 하면 별다른 연습 없이 연주에 나선 은지원과 비교까지 당하는 굴욕을 맛봤다.    

​그런데 이번 시즌8을 통해 새롭게 '뉴트리아(유해성 거대 동물)'란 별명을 부여 받은 강호동의 색다른 캐릭터와 맞물려 시청자들은 향후 나영석 PD가 제작하는 숏폼 예능에서 강호동의 밴드 음악 도전기를 다루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개진하기에 이른다. 별다른 생각없이 등장한 장면 하나에 힘입어 <신서유기8>은 향후 신규 예능으로 발전할 수 있는 소재 한 가지를 덤으로 얻는 수확까지 거두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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