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올해 출범 가능할까? 10일 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공수처의 구체적 출범 시기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 패스트트랙 사태를 겪으면서 어렵사리 법이 만들어지고, 지난 7월 시행 후 148일이나 '정지'돼 있던 상황을 감안하면 충분히 나올 만한 궁금증이다. 공수처법 개정안의 제안이유가 "공수처가 신속히 출범할 수 있도록 공수처장 후보추천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인 이유도 그 출범이 하염없이 미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연내 출범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일단 여권의 목표는 내년 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후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2021년 새해 벽두에는 공수처가 정식으로 출범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입법이 이뤄진 만큼 후보 추천과 임명 절차가 신속히 진행되도록 지원하겠다"고 '속도전'을 다짐했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연내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최종 인사청문회까지는 속도를 내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해 벽두'라는 목표가 순탄히 달성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제 야당의 '후보 추천 비토권'은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실제 출범하기까지는 어떤 산들을 넘어야 할까.
후보추천위부터 다시... 야당 측, 법적 조치 가능성
일단,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부터 다시 시작한다. 그간 공수처 출범이 막혔던 단계다.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 인사 2인, 야당 추천 인사 2인 등으로 구성된 추천위는 앞서 총 7인의 위원 중 6인의 찬성을 얻어야 공수처장 후보 2인을 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으로 추천위의 의결정족수는 '재적위원 3분의 2(5명)'로 완화됐다. 특히 참석 필수 인원에 대한 규정도 없다. 이제 야당 추천위원들이 반대하더라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바로 후보 2인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또 개정안에는 야당 추천위원들이 사퇴하더라도 대안이 마련돼 있다.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에 추천위원 추천을 10일 이내로 정하여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기간 내 추천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엔 직권으로 사단법인 한국법학교수회 회장과 사단법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을 추천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추천위는 조만간 가동돼 후보 2인을 곧장 추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당 추천위원들은 사퇴 외에 법적 조치도 가능하다고 예고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몫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즉각 사퇴하는 방안 외에 추천위에 참여하되 개정안대로 야당 추천위원들의 비토권이 박탈되는 의결이 이뤄지면 의결 무효확인과 집행정지 소송, 개정안에 대한 위헌심판청구를 제청하는 방안을 야당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절차가 정지되기는 어렵겠지만, 다소 지연될 가능성은 있다.
두번째 산, 인사청문회... '지연 전술' 땐 올해 열리기 힘들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대통령의 후보 지명 및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다.
대통령의 지명은 쉬울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새해 벽두 출범"을 기대했던 만큼, 추천위에서 추천한 후보 2인 중 1인을 곧장 후보자로 지명하고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시간이 적잖이 소요될 수 있다. 인사청문회법은 "국회는 임명동의안(인사청문요청안) 등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그 심사 또는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청문회 소관 상임위는 요청안이 회부된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청문회를 마치되, 청문회 기간은 3일 이내로 하도록 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이때 '지연전술'을 펼칠 수 있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 협상 때 취했던 태도가 대표적 사례다.
당시 한국당은 '20일 이내' 규정과 "청문회를 못 마치는 경우, 대통령이 1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는 청문회법 규정을 근거로 민주당의 '15일 이내 청문회 실시' 요구를 거부했다.
결국 현실적으로 관건은 올해 내에 인사청문회가 열리느냐, 거기까지 가지도 못하느냐이다. 2020년 남은 날은 21일이다.
또한 우여곡절 끝에 인사청문회가 열리더라도 야당의 '현미경 검증'을 견뎌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대한 흠결이 발견돼 여론이 악화되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힘들어진다.
사무실은 이미 마련... 공수처장 임명되면 나머지는 일사천리
인사청문회까지 마치면 거의 다 왔다. 공수처 출범이 목전이다. 하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절차가 있다.
대통령의 공수처장 임명 후 차장, 검사, 수사관 인선이 차례대로 이뤄진다. 차장은 공수처장의 제청을 받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검사들은 인사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토록 돼 있다. 수사관들은 처장이 임명토록 돼 있다.
공수처 검사를 추천할 인사위는 처장과 차장, 법무부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그리고 국회의장과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이 협의해 추천한 3인 등 총 7인으로 구성되나,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해 앞서 추천위 때와 같은 야당의 저지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공수처 검사의 요건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변호사 자격을 10년 이상 보유한 자로서 재판, 수사, 조사 업무를 5년 이상 수행한 경력이 있는 사람"에서 "변호사 자격 7년 이상 보유"로 완화됐다.
검찰과 비교할 때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검사는 처·차장을 포함해 25명 이내로, 수사관은 40명 이내로 제한돼 있다. 사무직원 20명을 더해도 100명에 못 미치는 조직인 셈이다. 사무실은 법무부가 있는 정부과천청사에 이미 마련된 상태다.
수사 대상은 대통령,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대법원장, 국무총리, 헌법재판소장, 검찰총장,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중앙행정기관 정무직, 청와대·국가정보원·감사원 등 3급 이상 공무원, 장성급 장교, 광역자치단체장, 시·도 교육감 등 약 7000명이 넘는 고위공직자들이다. 아울러 이들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까지 수사대상에 포함된다.
수사 범위는 고위공직자 직무 관련 중요범죄로 한정돼 있다. 직무유기나 폭행, 횡령과 배임, 알선수재, 변호사법·정치자금법·국가정보원법 위반 여부 등을 다룰 예정이다. 다른 수사기관과 사건 수사가 중복될 경우 '우선 수사권'을 갖지만, 기소권은 제한 받는다. 공수처는 수사대상 중 대법원장과 대법관, 검찰총장,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과 그들의 가족의 범죄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결국 지연되어 새해 벽두를 넘기더라도 새해 초에는 공수처가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은 공수처와 함께하는 첫 해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