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여자부 역대 최다인 15연승에 도전했던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GS칼텍스 KIXX에게 패하며 시즌 개막 첫 패를 당했다. 물론 1세트 초반 외국인 선수 루시아 프레스코가 어깨부상으로 교체된 변수가 있었지만 역시 메레타 러츠와 이소영,강소휘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GS칼텍스는 흥국생명을 위협할 만한 강 팀이라는 게 다시 한 번 증명됐다. 이로써 흥국생명과 GS칼텍스는 지난 컵대회를 포함해 2020년 상대전적이 2승2패가 됐다.

그리고 흥국생명의 시즌 첫 패 만큼 배구팬들을 놀라게 하고 있는 팀은 6연패 후 3연승으로 반등에 성공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다. 10월 말 흥국생명전을 시작으로 내리 6연패를 당했던 도로공사는 12월 들어 IBK기업은행 알토스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2연전)를 연파하며 최근 3경기에서 승점 7점을 따냈다. 도로공사는 여전히 5위에 머물러 있지만 3위 기업은행과의 승점 차이가 5점에 불과해 충분히 중·상위권 도약을 노릴 수 있다.

외국인 선수 켈시 페인이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도로공사 상승세의 주역은 역시 3연승 기간 동안 80득점을 퍼부으며 부활한 '클러치박' 박정아였다. 하지만 박정아가 이렇게 뛰어난 활약으로 도로공사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건 이 선수의 지원 덕분이다. 최근 김종민 감독에 의해 도로공사의 주전 윙스파이커로 중용되며 기대 이상으로 활약해 주고 있는 전새얀이 그 주인공이다.

문정원의 수비, 박정아가 공격 전념할 수 있는 비결
 
 전새얀은 도로공사 이적 1년 만에 박정아이 가세하면서 코트에 나설 기회가 급격히 줄었다.

전새얀은 도로공사 이적 1년 만에 박정아이 가세하면서 코트에 나설 기회가 급격히 줄었다. ⓒ 한국배구연맹

 
외국인 선수가 자주 바뀌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효희 세터(도로공사 코치)의 은퇴로 이고은 세터가 급히 수혈됐지만 도로공사는 주전 멤버가 거의 바뀌지 않는 팀으로 유명하다. 센터 자리는 불혹의 나이에도 변하지 않는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정대영과 부상 복귀 후 더욱 완숙한 기량을 뽐내는 배유나가 있다. 임명옥 리베로는 2015년 김해란 리베로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은 후 한 번도 주전 자리를 위협 받은 적이 없다.

무관이던 시절 꾸준히 도로공사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토종 거포 자리는 2017년 대형FA 박정아를 영입하면서 고민을 씻었다. 도로공사는 박정아 합류 후 두 시즌 연속 챔프전에 진출했고 2017-2018 시즌에는 프로 출범 후 처음으로 통합 우승을 차지하며 황금기를 누렸다. 그리고 박정아가 마음껏 공격에 전념할 수 있게 해주는 도로공사의 '숨은 영웅'은 바로 '리시브하는 라이트' 문정원이다.

지난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4순위로 도로공사에 입단한 문정원은 174cm의 작은 신장 때문에 좀처럼 프로 무대에 적응하지 못하다가 생존을 위해 서브리시브를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그 결과 문정원은 2014-2015 시즌부터 도로공사의 주전 한 자리를 차지해 서브리시브와 수비, 그리고 비장의 무기인 서브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문정원이 수비에서 팀에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도로공사는 박정아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6개 구단 중 유일하게 '2인 리시브 체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문정원이라는 걸출한 수비수가 없다면 불가능한 작전이다. 실제로 문정원은 2017-2018 시즌 48.03%, 2018-2019 시즌 52.85%의 리시브 효율(이상 정규리그 기준)을 기록할 정도로 어지간한 리베로를 능가하는 수비력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문정원은 작은 신장의 한계 때문에 공격과 블로킹에서는 큰 기대를 하기가 힘들다. 팀 전술에 따라 종종 기습적인 퀵오픈이나 시간차 공격을 성공시키지만 랠리 도중에는 큰 오픈 공격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는 박정아와 켈시의 공격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에 김종민 감독은 공격에서 박정아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전새얀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공격과 높이로 문정원 자리 위협하는 전새얀
 
 전새얀의 최근 활약은 도로공사의 '붙박이 주전' 문정원을 긴장시키기 충분하다.

전새얀의 최근 활약은 도로공사의 '붙박이 주전' 문정원을 긴장시키기 충분하다. ⓒ 한국배구연맹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로 기업은행에 입단한 전새얀은 기업은행에서 두 시즌 동안 활약하다가 2016년 기업은행과 도로공사의 2:2 트레이드를 통해 최은지(KGC인삼공사)와 함께 도로공사로 이적했다. 전새얀은 이적 첫 시즌 고예림(현대건설), 최은지 등과 번갈아 출전하며 주전도약을 노렸지만 이듬 해 국가대표 거포 박정아가 합류하면서 벤치로 밀려나고 말았다.

김종민 감독은 수 년 간 박정아와 문정원, 외국인 선수로 주전 라인업을 꾸렸고 전새얀은 코트보다는 웜업존이 익숙한 선수로 전락했다. 외국인 선수 이바나 네소비치, 테일러 쿡의 부상과 퇴출 등으로 국내 선수들로 경기를 치른 시기에도 먼저 출전 기회를 얻은 선수는 전새얀이 아닌 '에이유' 유서연(GS칼텍스)이었다. 하지만 지난 5월 세터 보강을 위한 반대급부로 유서연이 GS칼텍스로 이적하면서 전새얀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고예림과 유서연이 차례로 팀을 떠나면서 전새얀은 이번 시즌 도로공사의 교체 1순위 멤버가 됐다. 그리고 도로공사가 6연패에 빠져 있던 지난 1일 기업은행전에서 전새얀은 부진하던 박정아 대신 주전으로 출전했다. 결과적으로 이 경기에서는 교체 투입된 박정아가 25득점을 올렸고 2세트 중반부터 문정원 대신 다시 코트에 들어온 전새얀도 블로킹 2개를 포함해 10득점을 올리며 도로공사는 6연패에서 탈출했다.

3일 후 현대건설전에서도 다시 주전으로 투입된 전새얀은 46.15%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면서 수비에서도 문정원의 대체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8일 곧바로 리턴매치를 치른 현대건설전에서는 집중적인 목적타를 받으면서 리시브 효율이 24.78%로 떨어졌지만 고비마다 서브득점 2개와 블로킹 1개를 기록하며 3-2 승리에 기여했다. 이제 전새얀은 '붙박이 주전' 문정원을 위협할 만한 선수가 됐다.

사실 박정아의 윙스파이커 파트너는 공격보다 수비와 서브리시브가 더욱 중요한 자리다. 그동안 작은 신장의 왼손잡이 공격수 문정원이 수 년 동안 꾸준히 주전 자리를 지킨 비결이다. 사실 수비로만 따지면 전새얀은 문정원과 비교하기 힘들다. 하지만 영리한 공격과 날카로운 서브, 그리고 의외로 높은 블로킹까지 갖춘 전새얀은 도로공사의 새로운 비밀무기로 예년보다 더욱 자주 코트에 설 기회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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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전새얀 문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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