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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키우는데 펫보험 가입 어렵지 않나요?"

6세 추정 페키니즈를 키우는 백씨(25)는 병원에 방문할 때마다 5만~6만 원씩을 지출하면서도 선뜻 펫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다. 보험 가입 연령에는 제한이 있는데 유기견의 나이는 추정치로밖에 알 수 없어 보험 가입이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또 반려견이 앓고 있는 곰팡이성 피부염이 기본 보장 항목에서 제외된다는 사실도 가입을 고민하게 했다.  

두 마리 포메라니안의 보호자 김씨(27)는 펫보험이 예방접종비를 보장하지 않는 것에 대해 큰 아쉬움을 표했다. 반려견을 처음 분양 받으면 최소 5차까지 기본 접종을 진행해야 하고, 심장사상충 등 주기적으로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도 있는데 다견 가정일 경우 이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야심차게 등장한 펫보험이지만, 막상 가입해도 실질적인 혜택을 받지 못 할 것이라는 보호자들의 우려에 시장은 침체되고 있다. 지난해(2019년) 10월 소비자행태조사(MCR) 결과에 따르면 펫보험에 가입 또는 갱신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보호자는 15%에 불과했다. 

보호자와 보험사의 동상이몽에 대해 수의사는 어떤 결론을 내놓았을까. 지난 11월 27일 기자는 블로그 'DVM.patissier'를 운영하는 빵굽는 수의사(아래 빵굽수)씨를 만나 이에 관한 의견을 들어봤다. 
   
빵굽는 수의사 씨의 프로필 사진.
 빵굽는 수의사 씨의 프로필 사진.
ⓒ 빵굽는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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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 되나요" … 가입 나이에 막히고 보장 항목에 막히고 

백씨처럼 유기견을 키우는 보호자는 정말 가입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빵굽수씨는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유기견에 관련된 보험 약관도 따로 없을 뿐더러, 유기견의 나이를 측정하는 데이터가 대체적으로 주관적 특성을 띠기 때문이다. 눈·치아의 상태 및 기본적인 촉진·시진을 통한 검진, 수의사로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연령을 판단하기 때문에 객관적 결과가 도출되기 어렵다. 실제 나이가 만 8세 미만이라고 하더라도 주관적인 검사 방식의 특성상 보험 가입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빵굽수씨는 다수의 노령견 보호자들이 가입을 포기한 이유인 '만 8세까지 가입 가능' 약관이 충분히 타당하다고 보았다. 모든 세포 에너지는 '글루코즈'라는 탄수화물 대사 산물을 사용하는데, 대략 7세부터 뇌의 글루코즈 사용 효율이 저하되기 때문에 이러한 기준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다만 오늘날 반려견의 수명이 양질의 진료와 영양 환경에 따라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보험 가입가능 연령을 9세나 10세로 연장하는 방안이 펫보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대표적인 3개 펫보험 비교분석 표.
 대표적인 3개 펫보험 비교분석 표.
ⓒ 송이나, 오승민 (내용출처: 위 3개 보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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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이 병원을 방문하는 가장 큰 원인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빵굽수씨는 병원 규모에 따른 차이가 존재한다면서도, 대체적으로 피부 질환으로 인한 방문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는 다수의 보험이 보장하지 않거나 특약 가입을 통해서만 보장 받을 수 있는 질환이다.

또한 소형견에게 자주 발생하는 슬개골-고관절 질환 역시 수술비 특약을 통해 제한적으로 보장하거나, 그마저도 보장에서 제외되는 상품이 대다수다. 이미 슬개골 탈구가 진행 중인 반려견은 보험 가입이 승인되어도 그와 관련된 보험금은 지급되지 않는다. 게다가 특약을 통해 이를 보장하는 상품의 경우에도 선천적·유전적 질병에 의한 손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약관 내용이 존재해 보호자들의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반려견을 진료한 수의사의 판단이 결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렇듯 펫보험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보다 더욱 제한적인 보장만을 제공하고 있다. 체계적인 의료보험 시스템에 적응한 시민들은 펫보험의 정책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진료비 표준화? "양날의 검일 수도"

보험사는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 수가제가 실시되고 있지 않아 보장 내용 확대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빵굽수씨는 펫보험 확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써의 진료비 표준화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그는 "우리는 감기로 동네 병원에 내원하면 대략 만 원 미만의 진료비를 지출한다. 반면 반려견의 경우, 그 몇 배에 달하는 진료비를 보호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 근본적 차이는 세금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사람의 경우 건강보험료 등을 매달 지불해 실제 병원에 갔을 때 부담하는 진료비가 적은 반면, 반려견은 이러한 정기적 지출이 없으니 병원에 가서 지출하는 금액이 보다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빵굽수 씨는 이러한 부분에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한편, 진료비 표준화가 환자 즉, 반려동물이 양질의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병원 간 경쟁구도가 사라져 '진료 수준'의 표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국가가 진료비의 범위를 정해 공시하는 대안을 예로 들었다. 가격의 상·하한선을 정하면 각 병원이 진료의 수준을 생각해 자체적으로 진료비를 책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빵굽는 수의사 씨가 수술을 진행하는 모습.
 빵굽는 수의사 씨가 수술을 진행하는 모습.
ⓒ 빵굽는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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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보장 안 되는 예방접종비, 국가가 나서야

초보 보호자들이 가장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곳은 단연 예방접종일 것이다. 많은 보호자들이 펫보험에 아쉬움을 표하는 부분도 바로 예방접종비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빵굽수씨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 상품에서도 백신 접종을 보장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독감 백신의 경우에는 비용의 일부를 국가가 지원한다. 기본적인 건강권을 보장하는 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 보험이 적용되는 것이다. 국가가 지자체와 연계해 광견병 예방접종 비용을 지원하는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빵굽수씨는 이처럼 심장사상충을 비롯한 각종 예방접종 등 반려동물에게 꼭 필요한 의료에 대해 국가 보장이 이루어진다면 보호자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 보장의 확대를 위해 최근 이슈였던 반려동물 보유세의 도입을 적극 주장했다. 보호자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한편 보호자가 국가에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제도 도입으로 보호자의 니즈가 충족된다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어 수의사의 금전적 니즈 역시 보장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이 건강한 삶을 오래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웰케어의 증진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4가구 중 1가구 이상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다. 반려동물 친화 사회를 조성하려면 펫보험 활성화가 필수적이지만, 현재 펫보험 시장은 보호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듯하다. 보호자와 보험사가 함께 웃기 위해서는 결국 반려동물 보유세와 병원 진료비 조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승민(mjseungmin) 시민기자와 공동으로 기획하였습니다.

송이나 rkskek4061@gmail.com
오승민 mjseungmin@naver.com


태그:#펫보험, #수의사, #강아지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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