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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의 아침(2005. 7. 23. 촬영).
 백두산 천지의 아침(2005. 7. 23. 촬영).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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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해협을 건너온 <종소리>

나는 2005년 7월 20일부터 25일까지 평양, 백두산, 묘향산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에 참석했었다. 재일동포 문인들도 그 대회에 참석했다. 나는 그분들을 평양 대동강 쑥섬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로부터 2020년 올 가을까지 해마다 철마다 시지 <종소리>를 멀리 도쿄에서 고국의 강원도 산골까지 한 번도 빠짐이 없이 꼭 보내주고 있다. 나는 그때마다 가능한 그 시지에서 두어 편을 <오마이뉴스>에 실어 고국 독자들에게 전해 드린 바가 있었다.

재일동포 문인들은 당신의 시가 고국 <오마이뉴스>에 실린 것을 대단히 자랑스럽고, 고맙게 여기고 있다. 그리하여 2012년 6월 12일 시지 <종소리> 50호 발행 기념일에는 조국의 문인 홍일선, 정용국 시인과 필자도 함께 도쿄로 초대해 재일동포들과 매우 의미 있는 모임을 갖기도 했다. 

이 땅에 사는 우리들 가운데는 인천공항에만 가도 혀가 꼬부라지는 이가 있는가 하면, 내 조국에서조차도 외국인 학교를 보내면서 우리 말 대신 영어 몰입교육에 치중하는 지도층도 있다. 어떤 전직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에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영어로 수업하겠다고 해 정체성을 의심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남의 나라에서 수십 년이 지나도 한민족의 정체성을 그대로 지닌 채 한복을 입고 우리 말 교육에 여념이 없는 재일 동포들을 보고 진짜 애국자를 만난 그 느꺼움에 눈시울이 뜨거웠다.

이번 2020년 10월 가을 호 <종소리> 제84호에 실린 주옥같은 시 가운데, 지면상 두 편만 소개한다.

"재일동포 여러분,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종소리> 제84호
 <종소리> 제84호
ⓒ 시지 <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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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상 예상도

                    김성철

평소엔 텔레비전을 안 보는데
이 가을 며칠 동안은
박힌 듯 태풍 소식만 봤다

안타깝다
조마조마하다
태풍 10호야, 너까지도
너까지도 조선반도를 택했단 말인가

평성에 계실 고모님은 아무 일 없는 지
땀 흘려 가꾼 새 거리 새 마을
제발 무사하기를 바라는
이 마음도 구름 낀 듯 무겁기만 하여라.

나는 얼결에 창문을 열어
멀리 내 나라 하늘을 그려본다.
나의 기상 예상도를 마음속에 펼쳐본다.

-조선반도에 들이닥친
태풍 8호, 9호, 10호는
분단의 장벽을,
딱 그것만을 하늘로 날려 보냈습니다.

그리고는 어느 새
조용히 없어져 버렸습니다.
하늘엔 태양이 눈부시고
푸르른 하늘이 가없이 펼쳐졌습니다.

나의 소원
나의 기상 예상도

 
   
한복을 입고 일본 도쿄의 거리를 누비는 재일 동포 소녀들.
 한복을 입고 일본 도쿄의 거리를 누비는 재일 동포 소녀들.
ⓒ 눈빛출판사/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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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일기2

                    리일렬

2020년 9월 x일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언제나 고맙습니다!

이른 아침 청소하는
내 귓가에 울리는 소리
은방울이냐 금방울이냐
맑디맑은 목소리

아침마다 공손히
머리 숙여 인사를 하는 너희 이마에 흐르는 구슬땀
올해 따라 더한 더위를 무릅쓰고
한달음에 달려와
아침 햇빛을 받아 눈부시구나!

여느 때 없이 힘든 나날에도
너희들은 강을 건너 언덕을 넘어
이 땅의
온갖 모진 비바람도 이겨내고
우리 학교로 오는구나!
너희 할아버지, 할머니가 닦아주시고
아버지, 어머니가 끊임없이 걷고 걸어
지켜온 그 길을
오늘은 너희들이
바람처럼 메아리처럼 달려오는구나!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언제나 고맙습니다!

얘들아, 나는
우리 학교를 다니는 너희들이 고맙단다
아직은 너희들에게 못해준 일 많아도
너희들이 커서
다시 우리 학교를 고향처럼 찾아올 그날에도
교문을 깨끗이 청소하며 기다리리라

 (*일부 표기는 고국의 현행 맞춤법에 따랐음을 양해 바랍니다. 언젠가는 남북 동포, 해외 동포까지 모두 하나된 맞춤법으로 통일이 될 그날도 꼭 오기를 학수고대합니다.)

  
평양 대동강변에서 만난 재일 문인들(2005. 7.). 이 가운데 세 분은 그새 고인이 되었다는 부고를 받았다.
 평양 대동강변에서 만난 재일 문인들(2005. 7.). 이 가운데 세 분은 그새 고인이 되었다는 부고를 받았다.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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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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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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