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인천남동럭비경기장에서 열린 코리아 럭비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양팀 선수들이 스크럼을 짜고 있다.

10일 인천남동럭비경기장에서 열린 코리아 럭비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양팀 선수들이 스크럼을 짜고 있다. ⓒ 박장식

 
10일 열린 코리아 럭비 챔피언십의 결승전에서 현대글로비스가 2020년 첫 대회 우승을 가져갔다. 현대글로비스는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스코어 34-19의 승리를 거두었다. 현대글로비스는 후반전에서의 집중력을 바탕으로 대역전극을 펼치며, 짜릿한 승리를 만끽했다.

이번 대회는 2019년 10월 열렸던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이후 13개월만에 열린 실업 선수들의 경기였다. 오래간만의 경기인 탓에 일부 실업팀은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려움 끝에 열린 경기였던 만큼 선수들의 투혼도 더욱 빛을 발했다.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는 허슬 플레이와 짜릿한 득점이 펼쳐졌다.

초반에 밀렸던 현대글로비스

포스코건설이 코로나19로 인한 훈련 부족 등의 이유로 불참한 가운데, 부전승으로 결승에 무혈 입성한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와 3일 경기에서 상무를 꺾고 오른 현대글로비스(이하 현대)가 맞붙었다. 현대는 지난 전국체육대회 준결승전 당시 한전에게 29-24로 아쉬운 패배를 했기에, 이날 설욕도 펼쳐야 했다.

경기 초반 대등한 경기를 펼쳤던 양팀이었지만, 전반 12분경 장정민이 첫 번째 득점을 올리며 한전이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장정민 선수가 현대의 우측 진영이 빈 틈을 돌아나가듯 달려나갔고, 뒤따르는 선수들을 따돌리며 그라운드 끝단에 공을 꽂아넣어 첫 트라이를 신고했다. 
 
 10일 인천남동럭비경기장에서 열린 코리아 럭비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양팀 선수들의 러크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인천남동럭비경기장에서 열린 코리아 럭비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양팀 선수들의 러크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 박장식

 
이어 현대도 상대측 진영에서 거듭되는 러크 상황을 뚫고 20분 경 동점을 만들어냈다. 한전 측 진영 끝단에서 펼쳐진 러크 상황, 볼을 빼낸 허재준이 박종열에게, 다시 이용승 선수에게 패스했고, 이용승 선수는 이를 바로 망설임 없이 좌측에 밀어넣어 트라이를 신고했다. 점수는 5-5가 되었다.

경기 재개 6분만에 한전이 다시 앞서나갔다. 장정민이 다시 중원에서부터 돌파하는 트라이를 만들어낸 데 이어, 오윤형이 컨버전 킥을 성공시켜 5-12를 만들었다. 현대의 강진구 선수도 35분 경 좌측을 돌파해 극적인 트라이를 성공시켰으나, 앞서 현대 선수가 공을 놓치는 파울이 뒤늦게 발견되어 노 트라이가 되는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 극적 역전... 더블스코어 가까운 점수까지

현대글로비스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상황 끝에 전반이 마무리되었다. 선수들은 후반이 시작되자 다시 열전을 펼쳤다. 이 때 현대가 초반 분위기를 잡았다. 후반 시작 2분만에 이진규가 앞으로 차낸 킥을 강진구가 낚아채 트라이를 만들었다. 이어 정부현도 컨버전 킥을 성공시키며 12-12, 동점을 만들었다.

직후에는 다시 한전이 달아나는 점수를 만들었다. 상대 진영을 돌파한 장정민의 패스를 받은 김정민이 트라이를 넣고, 컨버전 킥도 성공하며 7점을 다시 달아났다. 현대도 다시 한전 측 진영 극단에서 펼쳐진 러크 상황 최강산이 만든 트라이로 다시 동점을 만들며 호각세를 이어나갔다.
 
 10일 인천남동럭비경기장에서 열린 코리아 럭비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현대글로비스 선수들이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10일 인천남동럭비경기장에서 열린 코리아 럭비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현대글로비스 선수들이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 박장식

 
동점 상황이 이어지던 후반 29분 경, 한전이 패널티를 범하며 현대에게 패널티 킥을 내줬다. 정부현 선수가 패널티 킥을 골로 연결시키며 22-19로 역전을 거뒀다. 그대로 탄력을 얻은 현대 선수들은 36분 스크럼 상황 상대를 밀어붙이며 또 트라이를 성공시켰다. 현대는 컨버전 킥도 성공하며 단숨에 경기를 열 점 차로 몰아붙였다.

경기 최후반인 40분에는 현대글로비스가 쐐기 트라이를 박아넣었다. 이용승이 상대 선수들을 좌측 극단에서 밀어내며 트라이를 기록했고, 점수는 34-19가 되었다. 결국 경기가 그대로 끝났고, 후반전에만 무려 29점을 뽑아낸 뒷심 발휘 끝에 현대글로비스가 2020년 첫 우승컵을 가져가게 되었다.

"'집 앞마당에서 뛰어보자'는 생각으로 이겼죠"

선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도 적지 않았다. 한전의 김남욱 선수가 목 부상을 입어 경기가 잠시 중단되는 한편, 선수들이 코피를 쏟거나 상처를 입어 교체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한 현대글로비스는 지역 연고지인 인천에서 우승을 거두는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올해부터 팀을 지휘하게 된 김용회 감독은 첫 번째 대회 출전부터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영광을 얻게 되어,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도 큰 힘을 얻게 되었다.
 
 이날 경기에서 활약한 현대글로비스의 정부현 선수(왼쪽), 정연식 선수(오른쪽).

이날 경기에서 활약한 현대글로비스의 정부현 선수(왼쪽), 정연식 선수(오른쪽). ⓒ 박장식

 
일본 리그에서 한국으로 복귀해 이날 첫 경기를 가진 정연식 선수는 "국내 복귀 후 첫 경기이다보니 부담이 안 될 수가 없었다"라면서, "즐기자는 생각으로, 집 앞마당에서 뛰어보자는 생각을 한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고 우승 소감을 말했다.

정연식은 후반전 극적인 역전에 대해서도 "전반에는 실수가 잦아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후반을 앞두고 선수들끼리 차근차근 점수를 만들자고 해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곧 있을 리그에서 부상 조심하되 지금처럼 하다보면 좋은 결과 있을 것 같다"며, "리그 끝나고 열릴 올림픽도 잘 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한 정부현 선수도 "제가 잘 해서가 아니라, 팀 전체가 잘 해준 덕분에 받은 상이다. 과분하다"며 웃었다. 이어 "첫 대회이기도 하고, 코로나19 때문에 제한된 상황에서 준비를 했다. 또 대회가 취소되거나 연기될까 두려웠는데 흔들리지 않은 덕분에 이런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소외를 밝혔다. 

정부현 선수는 "시합 전에 주장 용승이형이 서로 믿고 같이 가자고 했었다. 옆에서 도와주고, 동료들도 함께 잘 해준 덕분에 후반에 정신 차리고 일어설 수 있었다"고 역전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정부현은 곧 열릴 리그에 대해서도 "이때까지 해왔듯 집중하면서 한 번도 안 지고 전승우승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대한럭비협회는 국제대회 준비 및 럭비의 흥행 등을 위해 이어 열리는 코리아 럭비 리그를 이번 시즌부터 동계대회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2020-2021 코리아 럭비 리그는 모든 실업 팀이 참가한 가운데 3차 라운드까지 진행되는데, 12월 열릴 1라운드는 인천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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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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