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는 정규리그 5위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상위팀과 차례로 맞붙어 한국시리즈 우승팀을 가리는 '계단식 시스템'을 쓰고 있다. 아무래도 하위팀은 직전 시리즈에서 전력을 소모하고 올라오기 때문에 상위팀과의 시리즈에서 점점 불리해 질 수 밖에 없다. 올 시즌에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연장 13회까지 가는 혈전을 벌인 LG 트윈스가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 베어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07년 이후 13년 만에 3전2선승제로 진행된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은 '잠실 라이벌' LG를 두 경기 만에 꺾고 포스트시즌의 첫 관문을 비교적 여유 있게 통과했다. 물론 2차전에서는 8-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8-7까지 추격을 허용하며 경기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지만 2경기 만에 시리즈를 끝내면서 3일의 휴식일을 얻을 수 있었다. 여기에 마무리 이영하 등 불펜투수들이 자신감을 얻는 수확도 있었다.

하지만 두산은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해 플레이오프에서 kt 위즈라는 또 하나의 만만치 않은 산을 넘어야 한다. 1군 진입 6년 만에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하며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kt는 두산을 꺾고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잠실과 수원을 오가지 않고 고척돔에서만 5경기를 치르게 될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3승을 먼저 따내고 NC 다이노스가 기다리는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팀은 어디일까.

탄탄한 선발진과 다이너마이트 타선, 내친김에 KS까지

신생팀 혜택으로 우선적으로 지명한 대형신인들은 하나같이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고 외국인 선수 선발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했던 탓에 외국인 선수의 활약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3년 연속 최하위로 시작했던 kt는 착실히 전력을 다져나간 후 올 시즌 외국인 트리오의 대활약과 대형신인 소형준의 등장, 강백호, 황재균,  유한준, 배정대 등 베테랑과 신예가 조화를 이룬 타선의 활약 덕분에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티켓을 따냈다.

kt가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꿈꾸는 자신감의 원천은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윌리엄 쿠에바스, 배제성, 소형준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외국인 원투펀치의 기세는 두산에 다소 밀리지만 3, 4선발이 마땅치 않은 두산에 비해 후반기에만 8승을 따낸 슈퍼루키 소형준과 가을에 구위가 더욱 살아난 배제성이 이끄는 kt의 토종 선발진은 두산에 비해 확실한 우위에 있다.

다만 '홀드왕' 주권과 마무리 김재윤 정도를 제외하면 확실한 '믿을맨'이 없는 불펜은 kt의 불안요소다. 물론 베테랑 이보근과 유원상, 전유수, 좌완 조현우와 하준호로 이어지는 kt의 불펜은 양적으로 결코 부족하지 않다. 여기에 올 시즌 5선발 역할을 했던 김민수와 선발과 불펜을 오갔던 이대은도 롱맨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하지만 승부처에서 상대타자를 확실히 막아낼 수 있는 투수가 부족하다는 점은 kt 불펜의 약점으로 꼽힌다.

홈런과 타점, 득점, 장타율 타이틀을 싹쓸이한 2020년 최고의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kt 타선의 최대 장점이다. kt는 익히 알려진 상위타선뿐 아니라 주로 9번타자로 출전했던 심우준마저 시즌 51타점을 기록했을 정도로 어떤 타순에서 적시타가 터질지 알 수 없다. 90년대 초반의 빙그레 이글스를 연상케 하는 kt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은 분명 두산 마운드에 엄청난 압박이 될 것이다.

kt를 이끄는 이강철 감독은 2017~2018년 두산에서 투수코치와 수석코치, 2군 감독을 역임한 바 있다. 물론 이강철 감독의 길고 화려했던 야구인생에서 두산은 그저 잠시 스쳐 지나간 팀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강철 감독이 직전 소속팀을 상대로 포스트시즌 감독 데뷔전을 치르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공개적으로 내색하진 않겠지만 이강철 감독은 내심 본인의 손으로 친정팀(?) 두산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저지하고 싶을 것이다.

'가을타짜' 두산에게 PS 초보 kt는 좋은 먹잇감

다른 스포츠에도 많은 라이벌전이 있지만 두산과 LG의 잠실 라이벌전 만큼 야구팬들을 뜨겁게 하는 라이벌전도 드물다. 7년 만에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만난 두산과 LG는 역시 소문대로 뜨거운 혈전을 벌였지만 결과는 7년 전과 마찬가지로 두산의 승리였다. LG의 추격을 뿌리치고 2연승을 거둔 두산은 2018년 팀의 수석코치였던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와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두고 격돌하게 됐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크리스 플렉센의 '가을 에이스 본능'을 확인했다. 플렉센이 플레이오프에서도 에이스로서 역할을 다해준다면 두산은 시리즈 5경기 중 2경기를 매우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 다만 목의 담증세로 2차전에서 5이닝을 넘기지 못한 라울 알칸타라의 회복여부는 이번 시리즈의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3,4선발로 나설 것이 유력한 최원준과 유희관이 정규리그에서 kt에게 약했던 점도 두산에겐 걱정거리다.

시즌 마지막 2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8을 기록했던 마무리 이영하는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서도 3이닝을 2피안타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뒷문을 확실히 틀어 막았다. 이영하는 선발 출신인 만큼 플레이오프에서도 상황에 따라 멀티이닝 소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준플레이오프에서 등판 기회가 없어 투구 감각이 떨어졌을 함덕주, 홍건희, 김민규 등이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투구를 선보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292의 팀 타율로 12득점을 올렸다. 특히 100%의 성공률로 기록한 4개의 도루는 LG 배터리를 크게 흔들며 경기 흐름을 가져 오는데 큰 역할을 했다. 두산은 kt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뛰는 야구'의 위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다만 잠실에 비해 규모가 작은 고척돔에서 경기가 열리는 만큼 호세 페르난데스, 오재일, 김재환, 박건우, 최주환 등 장타력을 갖춘 중·장거리 타자들의 한 방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두산은 지난 2016년에도 1군 진입 4년 만에 처음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NC를 4연승으로 꺾고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은 작년에도 감독 데뷔 3년 차의 장정석 감독(KBS N SPORTS 해설위원)이 이끄는 키움에게 한국시리즈 스윕패라는 굴욕을 선사한 바 있다. 그 어떤 팀보다 가을야구 경험이 풍부한 두산에게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kt는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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