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2020년 포스트시즌 첫 경기에서 가볍게 승리를 수확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7안타를 때려내며 4-0으로 승리했다. 역대 3전2선승제로 진행된 16번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팀이 플레이오프에 올라간 확률은 100%였다. 두산이 플레이오프 진출을 향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뜻이다.

두산은 1회 말 2년 연속 최다안타 타이틀을 차지한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우측담장을 넘기는 선제투런홈런으로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오재원도 4회와 6회 적시타를 때려내며 멀티히트와 함께 2타점을 기록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크리스 플렉센이 6이닝4피안타1볼넷11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포스트시즌의 서전을 멋지게 장식했다. 양팀은 5일 같은 장소에서 2차전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플렉센의 괴력투와 페르난데스의 선제 투런포

두산의 김태형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투수로 '20승투수' 라울 알칸타라 대신 8승 투수 플렉센을 예고했다. 물론 시즌 성적을 보면 플렉센이 알칸타라에 비할 순 없지만 시즌 마지막 한 달 동안에는 5경기에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0.85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내용을 선보인 바 있다. 김태형 감독은 일주일을 쉰 플렉센과 5일을 쉰 알칸타라를 1,2차전에 차례로 내세워 준플레이오프를 조기에 끝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맞서는 LG는 에이스 케이시 켈리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등판하면서 2차전까지 등판이 사실상 힘들다.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합류한 타일러 윌슨 역시 팔꿈치 염좌 후 1군 등판 없이 시즌을 마쳤기 때문에 1차전 투입이 다소 조심스러웠다. 이에 류중일 감독은 겁 없는 신인 이민호를 과감하게 1차전 선발로 내세웠다. 타선에서는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달리 오지환을 2번, 김현수를 3번에 배치하는 익숙한 타선을 들고 나왔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7년 동안 94승을 올린 더스틴 니퍼트의 시구로 시작된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플렉센은 1회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으며 위력적인 구위를 뽐냈다. 그리고 두산은 1회 말 공격에서 허경민의 몸 맞는 공에 이어 페르난데스가 선제 투런 홈런을 터트리며 2점을 먼저 뽑았다.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13타수1안타로 부진했던 페르난데스는 올해 포스트시즌 첫 스윙으로 팀에 리드를 안겨줬다.

플렉센은 2회 2사 후 김민성에게 첫 안타를 허용했지만 추가 진루 없이 이닝을 끝냈고 3회에도 삼진 2개를 곁들이며 삼자범퇴로 LG타선을 막아냈다. 1회 홈런을 허용한 이민호도 2회 2사 후 정수빈에게 번트 안타를 허용했고 3회에는 페르난데스에게 볼넷, 김재환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2사 1,2루 위기를 맞았지만 추가실점 없이 3회까지 잘 막았다. 3회까지 투구수는 47개를 던진 이민호가 56개의 플렉센보다 적었다.

플렉센이 4회 투구에서도 김현수와 로베르토 라모스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위력적인 구위를 이어간 가운데 두산은 4회 말 공격에서 기다리던 추가점이 나왔다. 두산은 박세혁의 볼넷과 김재호의 안타로 만든 1사 1,3루 기회에서 오재원의 2루타로 슼토어를 3-0으로 벌렸다. 두산은 이어진 1사 만루에서 페르난데스가 병살로 물러났지만 플렉센은 5회 2사2루의 득점권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으며 가볍게 승리투수요건을 갖췄다.

LG 타선을 얌전하게 만든 플렉센의 삼진쇼

플렉센은 6회 2사 후 김현수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했지만 라모스를 세 타석 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선발투수로서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마쳤다. 김재호가 김현수의 타구를 수비하다가 공을 떨어트릴 때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냉정을 지키던 플렉센은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 오면서 힘찬 포효로 관중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두산은 6회 말 공격에서 다시 오재원의 적시타로 점수차를 4점으로 벌리며 승기를 잡았다.

두산은 7회부터 올 시즌 선발 투수로 데뷔 첫 두 자리 승수를 올린 사이드암 최원준을 투입했고 최원준은 삼진 2개를 곁들이며 7회를 세 타자로 깔끔하게 막았다. 최원준은 8회 선두타자 유강남까지 삼진으로 처리하며 자신의 임무를 마쳤고 두산은 8회 1사 후 이승진을 마운드에 올려 두 타자를 막았다. 그리고 9회에는 마무리 이영하가 등판해 

완성되지 않은 미완의 투수들은 경기 초반 좋은 구위로 많은 삼진을 잡다가도 구위가 떨어지는 순간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상대에게 난타를 당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환상적인 시즌 마무리를 한 플렉센은 두산의 포스트시즌 첫 번째 선발 투수로서 전혀 손색이 없는 명품 투구를 펼쳤다. 6이닝 동안 106개의 공을 던진 플렉센은 4피안타1볼넷11탈삼진 무실점으로 LG타선을 꽁꽁 묶었다.

플렉센은 홍창기와 오지환, 김현수, 라모스로 이어지는 LG의 1~4번 타자를 상대로 무려 9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특히 정규리그에서 38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렸던 라모스에게는 3연타석 삼진을 뽑아내는 위력을 선보였다. 플렉센이 LG타선을 압도하며 긴 이닝을 책임진 덕분에 두산은 7회 시작부터 계획대로 원활한 불펜운용이 가능했고 2차전에서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 20승투수 알칸타라가 등판할 수 있게 됐다.

타선에서는 팀 내 최고령 야수 오재원의 활약이 돋보였다. 최주환의 부상회복이 더뎌 9번 2루수로 선발출전한 오재원은 2회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4회 펜스 상단을 때리는 적시 2루타, 6회에도 좌중간 적시타를 때려내며 2안타2타점의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아무리 정규리그에서 부진했다 해도 큰 경기에서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사실을 오재원이 한 번 더 증명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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