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마른 챔피언' 아데산야가 무패 도전자의 반란을 단 9분 만에 진압했다.

UFC 미들급 챔피언 이스라엘 아데산야는 27일(이하 한국시각) UAE 아부다비의 파이트 아일랜드에서 열린 UFC 253 메인이벤트 미들급 타이틀전에서 도전자 파울로 코스타를 2라운드 3분59초 만에 펀치에 의한 KO로 제압했다. 지난 3월 요엘 로메로와의 1차 방어전에서 다소 소극적인 경기를 펼치며 비판을 받았던 챔피언 아데산야는 13전 전승 11KO의 강력한 도전자 코스타를 가볍게 제압하며 챔피언의 위용을 과시했다.

한편 존 존스의 타이틀 반납으로 공석이 된 라이트 헤비급의 새 챔피언을 가리는 타이틀전에서는 랭킹3위 얀 블라코비치가 랭킹 1위 도미닉 레예스를 2라운드 KO로 꺾으며 라이트 헤비급의 15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당초 블라코비치는 존스를 괴롭혔던 레예스에 비해 약체로 평가 받았지만 12승1패의 레예스를 KO로 꺾고 벨트의 새 주인이 되며 라이트 헤비급의 새로운 최강자로 우뚝 섰다.
 
 아데산야(왼쪽)는 대접전이 될 거란 예상을 깨고 코스타를 비교적 손쉽게 제압했다.

아데산야(왼쪽)는 대접전이 될 거란 예상을 깨고 코스타를 비교적 손쉽게 제압했다. ⓒ UFC

 
킥복싱 토너먼트 우승하고 UFC에 도전한 무서운 신예

18세 때 영화 '옹박'을 본 후 격투기 선수의 꿈을 키운 아데산야는 킥복싱 무대에서 무려 80전75승5패라는 화려한 전적을 보유하고 있다. K-1이 사라진 현재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킥복싱 단체로 꼽히는 'Glory'의 미들급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니 입식 파이터로서 아데산야의 실력은 따로 의심할 필요가 없다. 아데산야는 2012년부터 종합격투기를 병행하며 종합격투기에 대한 욕심도 감추지 않았다.

2017년까지 뉴질랜드와 중국, 호주 등의 중소단체를 거친 아데산야는 11전 11승11KO라는 완벽한 전적을 쌓으며 종합무대에서도 얼굴을 알렸고 2018년 2월 입식 커리어를 끝낸 후 UFC와 계약하며 옥타곤 도전을 시작했다. UFC 데뷔전에서 롭 윌킨스를 2라운드 KO로 제압한 아데산야는 두 달 후 이탈리아 출신의 마빈 베토리를 판정으로 꺾으며 옥타곤에서도 빠른 적응 속도를 보였다.  

아데산야의 다음 상대는 지난 2012년 '황소' 양동이와의 대결로 국내 격투 팬들에게도 이름을 알렸던 하와이 출신 파이터 브래드 타바레스였다. 타바레스는 미들급 10대 챔피언 로버트 휘태커에게 KO로 패한 후 내리 4연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지만 무서운 신예 아데산야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변칙적인 타격으로 타바레스를 압도한 아데산야는 여유 있는 판정승을 거두며 옥타곤 3연승을 달렸다.

단숨에 미들급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아데산야는 2018년 11월 데릭 브런슨이라는 쉽지 않은 상대를 만났다. 하지만 아데산야는 브런슨의 태클시도를 노련하게 방어했고 1라운드 종료 40초를 남기고 돌진하는 브런슨의 안면에 니킥을 적중시켰다. 승기를 잡은 아데산야는 브런슨에게 돌진해 강력한 펀치를 퍼부으며 1라운드 종료 9초를 남겨 두고 가볍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UFC 진출 후 아데산야가 거둔 4번의 승리가 단 9개월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아데산야는 작년 2월 미들급 10차 방어까지 성공했던 '전설' 앤더슨 실바를 상대했다. 경기는 당연히 미들급의 떠오르는 강자 아데산야의 판정승으로 끝났지만 아데산야는 경기가 끝난 후 실바에게 절을 하며 격투계의 대선배이자 UFC의 전설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 실바가 엎드린 아데산야의 등을 두드려 일으키고 승리를 축하해 주는 장면은 미들급의 새 시대가 열렸다는 걸 의미하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13전 전승 11KO의 도전자 코스타 가볍게 제압

챔피언 로버트 휘태커의 탈장수술로 타이틀전을 치르지 못한 아데산야는 켈빈 가스텔럼을 상대로 한 잠정 타이틀전에서 5라운드 가스텔럼을 두 번이나 다운시키며 판정승을 따냈다. 그리고 작년 10월 챔피언 휘태커와의 통합 타이틀전에서 아데산야는 한 수 위의 타격 능력을 과시하며 휘태커를 2라운드 KO로 제압하고 18전 전승이라는 완전무결한 전적으로 미들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아데산야는 지난 3월 코스타와 1차 방어전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코스타의 부상으로 시드니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출신의 로메로를 상대했다. 아데산야는 스트라이크포스 시절이던 2011년 이후 9년째 KO패가 없는 로메로를 상대로 좋은 말로 안정된, 나쁜 말로 소극적인 경기로 일관하며 무미건조한 판정승을 따냈다. 챔피언에 오르기까지 18경기 중 14번의 KO승을 따냈던 아데산야였기에 1차 방어전의 졸전은 격투팬들을 더욱 실망시켰다.

부상에서 돌아와 아데산야의 2차 방어전 상대로 낙점된 코스타는 아데산야의 마른 체구와 1차 방어전 졸전을 근거로 자신이 아데산야를 KO로 꺾고 새 챔피언에 오를 거라 호언장담했다. 실제로 코스타는 아데산야를 만나기 전까지 13전 전승 11KO라는 엄청난 전적을 가지고 있는 미들급 최고의 하드펀처다. 과거 실바가 크리스 와이드먼에게 한 방에 무너진 것처럼 아데산야 역시 코스타의 펀치에 당할 확률이 높다는 격투팬들의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는 코스타의 공언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리치가 길고 킥이 좋은 킥복서 출신의 아데산야를 상대로 스탠딩 타격전을 고집한 것은 코스타의 큰 실수였다. 레그킥을 통해 코스타의 전진을 저지한 아데산야는 영리하게 경기를 운영하며 1라운드를 따냈다. 2라운드 중반 헤드킥으로 코스타를 위축시킨 아데산야는 2라운드 후반 왼손 펀치로 코스타를 다운시키고 이어진 파운딩을 통해 가볍게 경기를 마무리하며 2차 방어에 성공했다.

아데산야는 193cm에 달하는 큰 키와 리치 203cm의 긴 팔다리에 골격도 그리 크지 않아 단단해 보이는 체격과는 거리가 있다. 코스타를 비롯한 상대들이 경기 전 아데산야를 만만하게 보는 이유다. 하지만 아데산야는 킥복싱 80전 경력에서 오는 풍부한 경험과 경기 노하우, 여기에 종합 무대에서도 20연승을 거둔 화려한 전적을 갖춘 챔피언이다. 올림픽 레슬러와 무패 도전자가 차례로 무너진 미들급에서 아데산야의 독주시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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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UFC 253 미들급 타이틀전 이스라엘 아데산야 파울로 코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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