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외국인 원투펀치의 호투를 앞세워 선두 NC를 연파했다.

맷 윌리엄스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13일 통합 창원시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10안타를 때려내며 4-3으로 승리했다. 전날 드류 가뇽의 호투에 힘입어 11-3으로 승리한 KIA는 이틀 연속 선두 NC의 덜미를 잡으며 사실상 공동 4위나 다름 없는 두산 베어스, kt 위즈와의 승차를 1.5경기로 좁혔다(56승47패).

KIA는 4회 2사 1,2루에서 적시타를 때린 최원준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유민상도 2안타1타점1득점으로 좋은 타격감을 뽐냈다. 마운드에서는 6.1이닝6피안타3사사구4탈삼진2실점으로 호투한 애런 브룩스가 10승고지를 밟은 가운데 부상으로 이탈한 전상현 대신 마무리로 나선 사이드암 박준표가 1이닝 1볼넷무실점으로 프로 데뷔 첫 세이브를 신고했다.

유동훈 이후 나타나지 않았던 타이거즈의 고정 마무리
 
 13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NC 다이노스 경기에서 KIA 투수 박준표가 9회말을 무실점으로 마무리하고 밝은 표정을 지으며 포수 한승택에게 가고 있다.

13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NC 다이노스 경기에서 KIA 투수 박준표가 9회말을 무실점으로 마무리하고 밝은 표정을 지으며 포수 한승택에게 가고 있다. ⓒ 연합뉴스

 
한 해 건너 한 번씩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던 해태 타이거즈 시절, 선동열과 임창용이라는 최고의 마무리 투수를 거느리고 있던 타이거즈는 2001년 KIA로 팀명이 바뀐 후 오랜 기간 마무리와 필승조 부재에 시달렸다. 특히 유동훈(KIA 육성군 재활코치)이 2009년 '역대급 몬스터시즌(6승2패22세이브10홀드 평균자책점0.53)'을 보낸 후 KIA는 2년 이상 활약해 준 확실한 마무리 투수를 만나지 못했다.

2011년과 2012년 10세이브를 기록한 마무리 투수조차 없었던 KIA는 2013년 앤서니 르루와 2014년 하이로 어센시오를 영입해 외국인 투수에게 뒷문을 맡겼다. 르루와 어센시오는 마무리를 맡은 시즌에 나란히 20세이브를 기록했다. 하지만 두 외국인 투수가 마무리로 활약하던 시절 KIA에 필승조로 활약한 투수는 최향남과 최영필, 김태영, 서재응(KIA 투수코치), 김병현 등 전성기가 지난 투수들 뿐이었다.

KIA는 1년 만에 미국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윤석민이 30세이브를 올렸던 2015년 젊은 좌완 심동섭이 21홀드, 백전노장 최영필이 10홀드를 기록하며 필승조의 체계가 잡히는 듯했다. 하지만 윤석민은 2016년 다시 부상으로 16경기 밖에 등판하지 못했고 KIA는 후반기부터 삼성 라이온즈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타이거즈로 컴백한 노장 임창용(3승3패15세이브4.37)에게 뒷문을 맡겼다.

KIA는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로부터 2016년 세이브왕에 올랐던 김세현(SK 와이번스)을 영입했다. 김세현은 KIA 이적 후 잔여 시즌 동안 8세이브, 한국시리즈에서 2세이브를 기록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김세현은 이후 2년 동안 단 4세이브를 추가하는데 그치며 작년 시즌이 끝난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SK로 이적했다.

KIA는 작년 시즌 중고신인 전상현과 '예비역 콤비' 박준표, 문경찬(NC)으로 구성된 새로운 필승조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들은 24세이브와 30홀드를 합작하며 KIA의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하지만 KIA의 새 필승조는 올해 문경찬의 난조와 트레이드, 전상현의 부상으로 다시 붕괴위기에 놓였다. 결국 KIA의 윌리엄스 감독은 손가락 부상에서 막 돌아온 박준표를 올 시즌 KIA의 세 번째 마무리 투수로 내세웠다.

2년 동안 자책점 18점, 데뷔 첫 세이브까지

광주에서 태어나 진흥고에 진학한 박준표는 고교 2학년 시절 더 많은 경기에 등판하기 위해 서울 중앙고로 전학을 갔다. 박준표는 고교 졸업반 때 서울의 여러 대학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지만 서울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고 고향인 광주에 위치한 동강대학교로 진학했다. 동강대에서 해태의 레전드 출신 문희수 감독의 지도를 받은 박준표는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7라운드 전체62순위로 연고팀 KIA에 지명됐다.

대학진학부터 프로입학까지 원하는 대로 척척 이뤄졌지만 박준표의 프로 적응은 순탄치 않았다. 프로에서 4년을 보낸 박준표는 107경기에 등판해 7승4패10홀드 평균자책점6.72를 기록하며 인상적인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사이드암 투수로서 비교적 위력적인 공을 던지지만 빠른 공과 커브에만 의존할 정도로 구종이 단조롭고 경기운영능력도 서툰 편이라 상대 타자들에게 수를 읽히고 난타를 당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평범한 불펜 투수였던 박준표는 경찰 야구단에서 군복무를 마친 후 전혀 다른 투수로 돌아왔다. 군복무 기간 동안 싱커의 완성도를 높이며 기존의 빠른 공, 커브와 함께 3가지 구종을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는 까다로운 투수로 거듭난 것이다. 그 결과 박준표는 작년 시즌 49경기에서 56이닝을 던지며 5승2패15홀드2.09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투구내용만 보면 작년 리그 최고의 불펜 잠수함이었던 한현희(키움)를 능가했다.

박준표는 올 시즌에도 문경찬, 전상현이 차례로 기복을 보인 와중에도 흔들림 없이 좋은 구위를 유지했다. 7월까지 30경기에 등판한 박준표는 4승10홀드 1.44로 리그를 대표하는 잠수함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그러던 8월초 훈련 도중 손가락 인대 부상을 당한 박준표는 13일 41일 만의 복귀전에서 4-3으로 앞선 9회에 등판해 볼넷 하나로 NC타선을 틀어 막고 세이브를 기록했다. 프로 데뷔 8년 만에 기록한 박준표의 첫 세이브였다.

문경찬 트레이드 후 KIA의 뒷문을 책임졌던 전상현은 지난 11일 어깨 염증 부상으로 1군에서 말소됐다. 일단 휴식 후 상황을 지켜보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잔여 시즌 박준표가 KIA의 뒷문을 책임져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2년 동안 89.1이닝을 던지면서 자책점이 18점에 불과한 리그 최고의 잠수함 불펜 투수 박준표라면 KIA의 새로운 수호신으로 충분히 좋은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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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 타이거즈 박준표 사이드암 데뷔 첫 세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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