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링 홀란드의 발끝이 노르웨이 대표팀에서도 매섭다. 대표팀 데뷔골을 넣고 3일 만에 멀티골까지 넣었다. 지난 5일, 오슬로에서 열린 네이션스리그 리그B 1조 1차전에서 홀란드는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추격골을 넣었다. 큰 키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습적인 침투를 해 낮은 크로스를 잘라서 넣었다. 이는 세 번째 A매치이자 A매치 데뷔골이었다. 골문을 한 번 여는 게 어려웠지 두 번은 쉬웠다. 3일 뒤인 8일에는 북아일랜드를 상대로 역전골과 쐐기골을 터뜨렸다. 홀란드의 두 골과 함께 쇠를로트의 멀티골이 터지면서 북아일랜드에 5-1로 대승을 거뒀다. 만약 3차전에서 루마니아를 잡는다면 그룹A로의 승격도 유력해 보인다.

1990년대의 노르웨이는 국제 무대에 자주 나왔던 팀이었다. 당시 에질 올센이 지휘봉을 잡은 뒤로 1994년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고 1998년 월드컵에도 연속으로 본선에 올랐다.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토레 안드레 플로의 활약으로 브라질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이에 1승 2무로 16강에 오르기도 했던 유럽 강호였다. 그러나 프랑스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20년이 넘게 월드컵 무대에 서지 못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간절한 이유다. 월드컵만큼이나 유로 본선도 오르고 싶을 노르웨이다. 지난 벨기에-네덜란드 유로 2000에서 조별리그를 소화했던 이후로 20년간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앞으로 펼쳐질 유로 플레이오프에서의 승리가 매우 간절하다.

이런 상황에서 홀란드의 가세는 큰 호재다. 게다가 4경기에서 3골을 터뜨리는 활약을 보자 노르웨이 국민들은 20년여 만에 월드컵과 유로 본선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홀란드는 물론 노르웨이의 전력이 많이 좋아졌다. 1990년대 이후 부진했던 것과는 달리 여러 유망주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주목을 받고 15세 253일의 나이로 노르웨이 최연소 대표팀 출전 기록을 세웠던 마르틴 외데가르드가 시작점이었다. 이후 조슈아 킹이 본머스 이적 후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면서 대표팀의 주축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셀틱에서 뛰며 공격력도 겸비한 센터백인 크리스토퍼 아예르의 성장세가 인상 깊다. 아예르는 몇 년 전부터 리버풀과 아스날 등의 주시를 받고 있다. 그 외에도 셰필드의 '클럽 레코드' 사네르 베르예와 보르도의 마르쿠스 헨릭센, 풀럼의 스테판 요한센 등도 대표팀을 이끄는 선수들이다. 여기에 임팩트 있는 공격수인 엘링 홀란드의 가세가 큰 힘이 되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는 라스크 라예르베크 감독이 노르웨이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스웨덴 출신으로 스웨덴 대표팀 감독만 10년을 하며 이름을 알렸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나이지리아를 이끌고 대한민국과 맞붙기도 했다. 유로 2016에서는 '유럽 약체'였던 아이슬란드를 본선까지 올리며 '기적'을 썼다. 이는 본선에 그치지 않고 8강까지 이어지며 아이슬란드는 '인구 33만, 프로축구 선수 100명의 기적'으로 유명해졌다. 라예르베크는 유로를 마지막으로 아이슬란드 지휘봉을 내려놓고 노르웨이에 왔다. 그는 주로 단단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역습 전문 전술에 능하다. 비교적 유럽에서는 약체로 꼽히는 북유럽 팀들에게 잘 맞는 전술이다. 특히 스웨덴처럼 수비가 기본인 국가에 잘 맞았다. '실리축구'를 중시하기 때문에 재미는 뒷전일지 몰라도 당장 본선 진출과 월드컵 무대가 그리운 노르웨이 국민들에게는 최적의 감독이다. 선수들과 더불어 라예르베크 감독의 전술은 한층 더 팀을 완성시켰다.

지난 네이션스리그 두 경기에서도 수비적인 전술을 추구했다. 특히 오스트리아 전에는 7명이 페널티 박스까지 내려와서 오스트리아를 강하게 압박하며 육탄방어를 했다. 코너킥 상황에서는 무려 10명이 페널티 박스에서 수비를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이 전술의 방점은 홀란드였다. 많은 인원을 수비에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에서 스스로 해결해 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홀란드는 그 기대에 맞춰 경기 흐름을 풀어주고 직접 해결까지 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스트리아 전에서는 크로스 상황에서의 실책과 페널티킥 실점이 겹쳐 패배했지만 북아일랜드를 상대로는 5골이나 넣는 기염을 토했다. 결코 수비에만 집중하는 전술은 아니었던 것이다.

사실 라예르베크는 아이슬란드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은퇴를 고려했는데 미래가 보이는 노르웨이 선수단이 매력적이어서 감독직을 수락했다고 한다. 그만큼 노르웨이의 미래 비전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남은 네이션스리그와 유로 플레이오프, 그리고 월드컵 예선에서의 활약이 기대되는 상황. 실제로도 세 대회에서 호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유로 2020과 2022년 월드컵은 본선 진출까지 바라볼 수 있다.
 
 유로 2020 플레이오프 루트 C

유로 2020 플레이오프 루트 C ⓒ 스코틀랜드 대표팀 트위터


 
노르웨이는 유로 2020 예선 F조에서 스페인과 스웨덴에 이어 3위를 차지하며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스웨덴과 스페인 등에 밀리지 않고 경쟁하면서 거둔 결과였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스코틀랜드, 이스라엘과 세르비아와 함께 루트 C에 편성됐다. 루트 C 안에서 4강 토너먼트가 열리는데 여기서 우승하면 유로 본선 진출이 가능하다. 스코틀랜드와 이스라엘은 서로 네이션스리그에서 만나 1-1 무승부를 기록한 바 있다. 노르웨이가 비교적 두 팀보다 전력이 높기 때문에 해볼 만하다. 세르비아는 최근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에 '신흥 강호'인 노르웨이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4강에서는 세르비아를 만나고 결승전에 진출한다면 스코틀랜드와 이스라엘 경기 승자를 상대해야 한다. 우승한다면 유로 2000 이후로 21년 만에 본선에 오를 수 있다.

​한편 월드컵 예선은 올해 말부터 조 추첨을 시작으로 유럽 예선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다만 네이션스리그와 유로 2020의 일정이 코로나19로 변경되었고 월드컵 예선 역시 일정을 수정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다만 유로에서 경쟁력을 증명한 노르웨이기 때문에 월드컵 예선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 여러 신예와 유럽 주요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함께하는 노르웨이. 이들의 매 경기가 기대되는 이유가 아닐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노르웨이 축구 대표팀 엘링 홀란드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