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대 불운만 탓할 일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좋은 득점 기회가 또 찾아왔지만 올림피크 리옹 선수들은 끝내 골을 터뜨리지 못한 것이다. 반면에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의 골 결정력은 우승을 노리기에 충분했다. 골문 앞 마무리 능력에서 작은 차이로 보이는 것들이 실제 스코어로는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가르쳐 준 셈이다.

한스-디터 플리크 감독이 이끌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독일)이 우리 시각으로 20일(목) 새벽 4시 포르투갈 리스본에 있는 에스타디우 호세 알발라데에서 열린 2019-2020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두 번째 게임에서 올림피크 리옹(프랑스)을 3-0으로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24일 파리 생 제르맹(프랑스)과 꿈의 트로피 '빅 이어' 주인을 가리게 됐다.

'세어주 그나브리'의 슈퍼 골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강팀 맨체스터 시티를 물리치고 4강에 올라온 올림피크 리옹은 그 여세를 몰아 분데스리가 최고의 팀 바이에른 뮌헨을 위협했다. 이 게임 초반 흐름만 봤을 때는 리옹이 또 하나의 사건을 일으키는 듯했다. 그만큼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몇 차례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결정력은 상대적으로 모자랐다.

게임 시작 후 5분만에 올림피크 리옹의 간판 공격수 멤피스 데파이가 상대 골키퍼 노이어와 1:1로 맞서는 좋은 득점 기회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노이어가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리는 것을 피해 때린 데파이의 오른발 슛은 골문 오른쪽 옆그물에 걸리고 말았다.

그로부터 12분 뒤에 다시 그 자리로 칼 토코 에캄비가 공을 몰고 들어갔다. 그의 방향 전환 드리블 실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그리고 골문 바로 앞에서 회심의 왼발 슛을 날린 것이다. 따라붙는 마크맨을 떨어뜨리고 시도한 왼발 슛 타이밍도 좋았기에 누가 봐도 이것은 골이었다. 하지만 에캄비의 왼발을 떠난 공은 야속하게도 골문 오른쪽 기둥을 강하게 때리고 나왔다.

이렇게 두 차례나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친 올림피크 리옹은 곧바로 1분 뒤 도리어 한 방을 얻어맞고 말았다. 자신들의 능력으로 만든 귀중한 득점 기회를 두 차례나 놓친 팀과 딱 한 번 찾아온 기회를 기막히게 완성시킨 팀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 1분이었다.

18분, 바이에른 뮌헨은 정확도 높은 오른쪽 측면 연결로 먼저 골을 터뜨리는 실력을 발휘한 것이다. 요수아 키미히의 자로 잰 듯한 로빙 패스를 받은 세어주 그나브리가 좀처럼 믿기 힘든 횡단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자신에게 달라붙는 네 명의 상대 선수를 차례로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페널티 구역 반원 안, 골 라인으로부터 약 18미터 지점 정면에 이르러서는 강력한 왼발 슛을 성공시켰다. 리옹 골키퍼 앤소니 로페스도 손을 쓸 수조차 없는, 골문 왼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가는 슈퍼 골 바로 그것이었다.

7년만에 빅 이어 노리는 '바이에른 뮌헨'

그나브리의 슈퍼 골로 한숨을 돌린 바이에른 뮌헨은 33분에 뛰어난 집중력을 자랑하며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켜 이 게임 흐름을 휘어잡았다. 왼쪽 측면에서 페리시치가 낮게 깔리는 얼리 크로스를 반대쪽으로 빠르게 보내주었고 이를 기다렸다는 듯 간판 골잡이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미끄러지며 왼발 슛을 시도했다.

이 순간 임팩트가 거칠어 리옹 골키퍼 앤소니 로페스가 막아냈지만 바로 앞에 떨어진 공을 향해 달려든 주인공은 세어주 그나브리였다. 또 한 번 적중한 그의 왼발 골은 바이에른 뮌헨이 7년 만에 빅 이어를 들어 올리겠다는 확신이 담긴 듯 보였다.

그리고 이어진 후반전에 올림피크 리옹의 결정적인 만회골 기회가 있었다. 58분, 바이에른 뮌헨 수비수가 쓰러진 틈을 타 아와르가 날카로운 패스를 반대쪽으로 밀어주었고 전반전에 골대 불운을 겪은 에캄비에게 귀중한 득점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에캄비의 슛은 각도를 줄이고 달려 나온 골키퍼 노이어의 오른쪽 다리에 막히고 말았다. 당대 최고의 골키퍼 앞이라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올림피크 리옹의 결정적인 득점 기회는 이렇게 세 차례나 어긋나 버렸다. 

반면에 바이에른 뮌헨은 88분에 얻은 측면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까지 완벽하게 쐐기골로 완성시켰다. 정확도 높은 오른발 킥 실력을 자랑하는 요수아 키미히가 감아찬 프리킥을 향해 골문 앞에서 골잡이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솟구쳤고 올림피크 리옹 수비수 마르셀로 등 뒤에서 헤더 골을 꽂아 넣었다. 레반도프스키의 이마를 떠난 공은 골키퍼 로페스가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왼쪽 기둥 바로 옆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렇게 세 번의 기회를 완벽하게 골로 성공시킨 바이에른 뮌헨은 결승전에 올라 하루 먼저 그곳에 도달한 파리 생 제르맹(프랑스)과 만나게 됐다. 그들은 2012-2013 시즌에 도르트문트(독일)를 물리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기억이 있기에 7년만에 다시 영광을 꿈꾸고 있다. 파리 생 제르맹은 이 대회 첫 우승을 노리지만 바이에른 뮌헨은 여섯 번째 빅 이어를 꿈꾸는 중이다. 

아울러 어느 팀이 우승하더라도 이번 시즌 피날레는 잊지 못할 역사가 된다. 파리 생 제르맹은 이미 세 개의 트로피(리그 1, 프랑스 FA컵, 리그 컵)를 들어올려 시즌 모든 대회 싹쓸이가 가능하고, 바이에른 뮌헨도 분데스리가 우승 트로피, 포칼 컵(독일 FA컵) 우승 트로피에 이어 이른바 '트레블'의 영광을 기대하고 있다.

2019-2020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결과(20일 오전 4시, 에스타디우 호세 알발라데)

바이에른 뮌헨 3-0 올림피크 리옹 [득점 : 세어주 그나브리(18분,도움-요수아 키미히), 세어주 그나브리(33분,도움-레반도프스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88분,도움-요수아 키미히)]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
FW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AMF : 이반 페리시치(63분↔킹슬리 코망), 토마스 뮐러, 세어주 그나브리(75분↔필리피 쿠티뉴)
DMF : 티아고 알칸타라(82분↔코랑탱 톨리소), 레온 고레츠카(82분↔벵자맹 파바르)
DF : 알폰소 데이비스, 다비드 알라바, 제롬 보아텡(46분↔니클라스 쥘레), 요슈아 키미히
GK : 마누엘 노이어

올림피크 리옹 선수들
FW : 칼 토코 에캄비(67분↔제프 렌 아델라이드), 멤피스 데파이(57분↔무사 뎀벨레)
MF : 맥스웰 쿠르네, 후셈 아와르, 브루노 기마랑이스(46분↔티아구 멘데스), 막상스 카쿼레, 레오 두뷔스(67분↔케니 테테)
DF : 페르난도 마르칼(72분↔하이얀 샤르키), 마르셀로, 제이슨 데나이얼
GK : 앤소니 로페스

2019-2020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일정
바이에른 뮌헨 - 파리 생 제르맹
(8월 24일 오전 4시, 에스타디우 두 스포르트 리스보아 에 벤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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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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