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후로 우투양타로만 활동했던 최지만(탬파베이 레이스)이 공식적으로 스위치 히터로 등록됐다. 7월 28일(이하 한국 시각) 부로 최지만의 선수 공식 프로필에서 타격 성향이 L(투수 기준 왼쪽 타석)에서 S(양쪽 타석 모두 활용)로 수정된 것이다.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룰5 드래프트로 2016년 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던 최지만은 27일 경기 이전까지 메이저리그 860타석을 모두 왼쪽에서만 출전했다. 그러나 27일 홈 경기 6회말 타석에서 처음으로 오른쪽 타석에 등장했는데, 그 첫 타석에서 홈런을 기록했다.

우투좌타 선택하는 오른손잡이들, 왼쪽 타석 이점 활용한 선택

야구가 시작된 이후 스위치 히터가 등장하기 전까지 보통 오른손잡이들은 투구와 타격을 모두 오른손으로만 했다. 반대로 왼손잡이들은 투구와 타격을 모두 왼손으로만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오른손 투수들의 공은 왼쪽 타석에 섰을 때 공략하기 쉽고, 왼손 투수들의 공은 오른쪽 타석에 섰을 때 공략하기 쉽다는 점이 드러났다. 왼손 투수인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왼손 타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약하듯이 모든 선수들에게 일반화를 적용할 순 없지만, 상대 투수의 손에 따라 대부분의 타자들이 타율에서 차이를 드러낸 것이다.

이러한 점을 활용하여 스위치 히터가 등장했다. 양쪽 타석을 모두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타격 연습을 다른 타자들보다 훨씬 많이 해야 한다는 핸디캡이 있지만, 최근 야구 라인업 구성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플래툰 시스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스위치 히터들은 오른쪽 타석과 왼쪽 타석에서의 타격 성향과 성적이 다른 편이다. 오른손잡이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나중에는 스위치 히터를 포기하고 왼쪽 타석만 선택하는 타자들도 있다. 현재 KBO리그 스위치 히터 중 1명인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의 경우도 왼쪽 타석과 오른쪽 타석에서의 통산 성적에서 차이를 보이는 편이다.

이 때문에 스위치 히터는 부담스러워 한쪽 타석을 고르는 성향도 있다. 왼쪽 타석이 1루 베이스와 조금 더 가깝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왼쪽 타석을 선택한 오른손잡이들도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인 타자였던 스즈키 이치로(은퇴)다. 파워보다 타격의 정확도 그리고 빠른 발을 이용하여 최대한 많은 안타를 만들어 냈던 이치로는 타격 폼 자체도 스윙의 과정부터 1루로 바로 달릴 수 있는 자세였다.

원래 이종범(현 LG 트윈스 코치)은 왼손잡이였는데, 유격수를 하려면 수비를 오른손으로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서 타격까지 오른손으로 바꾼 사례다. 원래 오른손잡이인 류현진은 투구만 왼손으로 배웠고, 타격은 그대로 오른쪽 타석에서 진행하는 사례다.

수비하는 손과 타격하는 손을 다른 손으로 할 수 있다는 규칙이 선수들에게 알려지면서 한국인 선수들 중에서도 류현진과 같이 서로 다른 손으로 야구하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강백호(kt 위즈), 김현수(LG 트윈스), 이정후, 서건창(이상 키움 히어로즈) 등 여러 선수들이 우투좌타로 활약하며 좋은 성적을 올렸다.

최지만도 포수로 야구를 시작하면서 타격은 왼쪽 타석을 선택했던 우투좌타였다. 인천 동산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할 때도 최지만은 포수로 계약했고, 마이너리그에서 포수와 1루수를 병행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포수의 대부분이 왼손에 미트를 착용하고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는데, 이러한 영향으로 최지만은 수비할 때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고 타격때만 왼쪽 타석에 선 것이다.

플래툰 시스템 활용하는 팀 증가... 기회에 한계 느꼈던 최지만

최지만의 경우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왼손 타자들의 주전 정착이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가 플래툰 시스템이다. 최희섭(현 KIA 타이거즈 좌타코치)은 플래툰 시스템에 가로막혀 메이저리그에서 풀 타임 주전에 이르지 못한 사례며, 주전 타자인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역시 왼손 투수가 선발로 등판하는 날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경우가 지금도 가끔 있다.

야구에서 적용되고 있는 플래툰(Platoon) 시스템은 상대 팀의 선발투수에 따라 선발 타자 라인업을 다르게 적용하는 선수 운영 시스템인데, 최근 대부분의 프로야구 팀들은 플래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상대 팀의 선발투수가 오른손 투수라면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들 중 왼손 타자들의 출전 비율이 많으며, 왼손 투수를 상대하는 날에는 오른손 타자들의 출전 비율이 많은 편이다.

물론 일부 왼손 타자들의 경우 상대 선발투수가 왼손 투수일 경우에도 선발로 출전하는 사례가 있다. 이런 경우는 그의 역할을 어느 정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오른손 타자가 팀에 없거나, 그 왼손 타자가 팀에서 대체 불가능할 정도로 존재감이 큰 사례다.

그러나 최근 대다수의 프로 팀들은 포지션마다 오른손 타자와 왼손 타자를 균형있게 구성하고 있다. 2루수나 유격수, 중견수 등 수비에 중점을 둔 포지션은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 차원에서 백업 선수들을 배치하지만, 1루수나 3루수, 코너 외야수 등 수비 부담이 덜한 포지션에 강타자들이 주로 배치되면서 타격에 조금이라도 더 신경을 쓰려는 노력이 플래툰 시스템 보급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최희섭(좌투좌타)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시절 올멘도 사엔즈(우투우타)와 함께 1루수를 플래툰으로 나눠 맡아야 했다. 김현수 역시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활약하던 시절 좌투우타인 조이 리카드(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산하 트리플A)에게 출전 기회가 밀렸던 적이 있었다.

예전에는 기량을 향상시켜 플래툰 시스템을 극복하고 풀 타임 주전을 차지하려는 경향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팀 운영의 효율성 차원에서 플래툰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게 됐고 선수들도 어느 정도 이를 받아들이게 됐다. 플래툰 시스템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면 선수들도 자신의 강점을 집중적으로 활용하며 팀에 힘을 보태 시너지 효과를 불러올 수는 있다.

그러나 오른쪽 타석의 성적이나 왼쪽 타석의 성적 한 쪽만 좋은 타자들은 자연스럽게 경기 출전의 기회가 줄어들 수 밖에 없게 됐다. 성적 차이가 크지 않더라도 플래툰을 너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팀 운영 때문에 피해를 본 선수도 있다. 출전 기회를 많이 늘리며 경기력을 집중적으로 끌어 올려야 하는 선수들에게는 이런 시스템이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최지만도 성장 속도가 더디게 된 요인이 있었다. 룰5 드래프트로 LA 에인절스에 지명되어 승격이 되었는데, 에인절스에는 노쇠화가 진행되는 중이었지만 그래도 베테랑이었던 1루수 알버프 푸홀스가 있었다. 지명타자 또는 1루수 백업 자리를 놓고 C.J. 크론(우투우타, 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등과 경쟁하면서 최지만은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하고 에인절스를 떠났다.

다만 탬파베이 레이스에서는 최지만이 팀과 잘 어울리며 플래툰으로라도 기회를 얻는 데 성공했다. 레이스의 팀 운영 성향과 맞물려 오히려 크론이 팀을 떠나게 됐다. 대신 레이스가 일본인 타자 쓰쓰고 요시토모(우투좌타)를 영입하면서 최지만은 풀 타임 출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최지만이 가치 향상을 위해 선택한 스위치 히터

설상가상으로 쓰쓰고는 개막전에서 류현진이 5이닝을 채우지 못하게 했던 결정적인 홈런을 날리면서 최지만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이 날 개막전에서 왼손 투수였던 류현진이 상대 팀 선발투수로 등판하면서 왼손 타자였던 최지만은 또 벤치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경기 후반 대타로 볼넷 1개를 얻는 데 그쳤다.

이에 최지만은 그 동안 모의 훈련에서만 연습했던 오른쪽 타석을 메이저리그 실전에서도 활용하게 됐다. 왼손 투수의 공을 좀 더 보기 위해서 최지만은 그 동안 오른쪽 타석에서 훈련을 시도했던 적이 종종 있었다.

그러나 2016년에 최지만은 실전에서 오른쪽 타석을 선택하지 않았다. 당시 에인절스 감독이었던 마이크 소시아 전 감독과 스프링 캠프에서 상의한 결과, 무리한 도전을 하지는 않기로 결정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0년 메이저리그가 코로나19 여파로 인하여 초단기 시즌으로 대폭 단축됐다. 심지어 그 시즌마저도 일부 팀의 선수단 구성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등장하면서 안전하게 마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이렇게 되면 선수들의 출전 기회는 더 줄어들고, 연봉이 조금이라도 부담스러운 선수의 트레이드를 시도하는 레이스의 성향을 감안하면 최지만의 향후 진로도 불투명했다.

25일 개막전에서 최지만은 선발투수가 왼손 투수 류현진이었던 이유로 경기 후반 대타 출전으로 1타석만 나왔다. 26일 경기에서는 1루수 1번타자로 선발 출전하여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1타점 1득점을 올렸다. 26일에는 맷 슈메이커가 상대 선발투수였고 27일에는 토마스 해치가 상대 선발투수였다.

그런데 27일 경기에서 레이스와 블루제이스의 경기는 선발투수들이 일찍 내려가면서 사실상 불펜 데이의 흐름이 됐다. 해치가 2.1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갔고, 블루제이스의 두 번째 투수는 왼손 투수인 앤서니 케이가 올라왔다. 최지만은 두 번째 타석이었던 3회에 케이를 상대로 왼쪽 타석이 아닌 오른쪽 타석에 섰다.

다만 오른쪽 타석에 처음 섰을 때부터 좋은 것은 아니었다. 첫 오른쪽 타석에서는 케이를 상대로 삼진을 당하며 아쉽게 물러났다. 그 사이 팀은 두 번째 투수였던 트레버 리차드가 4실점하면서 0-4로 뒤진 상태였고, 최지만은 6회말 공격에서 다시 한 번 케이를 상대로 오른쪽 타석에 섰다.

그리고 최지만은 다시 만난 케이를 상대로 초구 홈런을 날렸다. 타구 속도만 시속 177km가 나왔는데, 이는 최지만이 이전까지 왼쪽 타석에서 날렸던 36개의 홈런보다도 훨씬 빠른 타구였다. 원래 최지만이 오른손잡이였기 때문에 파워 활용이 더 익숙했을 가능성도 있다.

공식 프로필 변경 완료, 더 많은 노력 필요하게 된 최지만

왼손 투수 케이를 상대로 오른쪽 타석에 두 차례 들어섰던 최지만은 이후 다시 오른손 투수들을 상대할 때는 왼쪽 타석에 섰다. 그러다 9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최지만은 오른손 투수 켄 자일스를 상대로 4구 3볼 1스트라이크 상황까지 왼쪽 타석에 섰다.

그런데 여기서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자일스가 최지만을 상대하던 도중 몸에 이상을 호소했고, 결국 부상으로 인해 중도 교체된 것이다. 블루제이스는 최지만을 마저 상대하기 위해 급하게 왼손 투수인 브라이언 모란을 호출했다.

여기서 또 놀라운 상황이 벌어졌다. 급하게 올라온 모란이 몸을 풀 시간이 필요했고, 그동안 최지만이 타석을 바꾼 것이다. 모란이 몸을 푸는 동안 최지만도 헬멧을 바꿔 쓰고 오른쪽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최지만은 모란의 공 1개를 골라내는 데 성공하며 밀어내기 볼넷으로 출루했다.

최지만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한 점을 더 따라붙은 레이스는 후속 타자 브랜든 로우의 적시타로 9회말에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연장 10회부터 도입되는 승부치기에서 블루제이스가 1점, 레이스가 2점을 내는 데 성공하며 역전승까지 거뒀다.

올 시즌 최지만이 왼손 투수를 상대한 경기는 27일 경기가 처음이었다. 그동안 정규 시즌에 오른쪽 타석에 들어선 적이 없었던 최지만은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오른쪽 타석에서 타격을 연습하는 모습을 가끔 보이기는 했지만, 당시까지는 케빈 캐시 감독도 최지만의 스위치 히터를 공식적으로 표명하진 않았다.

최지만이 공식 경기에서 본격적으로 오른쪽 타석에 들어서게 되면서 최지만은 왼손 투수를 상대로도 자신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오른쪽 타석에 들어선 첫 날부터 홈런 1개와 볼넷 1개를 얻어내면서 자리만 바꿨을 뿐 자신의 기량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도 보여줬다.

오른쪽 타석에서의 타격 기록이 생기면서 최지만의 공식 프로필도 변경됐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서 선수를 검색할 경우 최지만의 프로필은 이전까지 우투좌타였으나, 28일 부로 우투양타로 변경됐다.

스위치 히터의 장점이 있다면 27일 경기에서 볼 수 있듯이 상대 투수에 따라서 타석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오른손 투수가 던질 때 무조건 왼쪽 타석에서만 쳐야 한다는 강제성은 없기 때문에 오른손 너클볼 투수를 상대할 때 공이 더 잘 보이는 오른쪽 타석에서 타격하는 스위치 타자들도 간혹 볼 수 있다.

대신에 다른 타자들보다 2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커리어 성적에서 양쪽 타석 모두 좋은 성적을 내면서 명예의 전당까지 입성한 스위치 히터로는 미키 맨틀(통산 타율 0.298 536홈런)과 치퍼 존스(통산 타율 0.303 468홈런) 등에 불과했을 정도다. 다만 맨틀의 경우는 당시 왼손 투수가 희귀해서 오른손 투수를 상대한 왼쪽 타석의 표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현실적으로 대다수의 스위치 히터들은 오른쪽 타석과 왼쪽 타석에서의 성적이 차이를 보인다. 스포츠에는 오른손잡이가 상대적으로 많아서 스위치 히터들의 다수는 자주 타석에 들어서는 왼쪽 타석에서의 성적이 대체로 좋은 편이다. 이 때문에 원래 오른손잡이였던 타자들도 스위치 히터를 포기하고 우투좌타가 된 선수들도 있다.

스위치 히터 최지만이 아직 표본 성적이 부족하기 때문에 당장 선발 출전부터 플래툰에서 완전히 풀릴 가능성은 적다. 다만 스위치 히터가 가능하다는 것은 보여준 덕분에 선발로 출전했던 경기 도중 왼손 구원투수의 등판으로 인해 일찍 빠지는 일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지만은 28일 경기에서도 양쪽 타석 모두 섰다. 그러나 28일 경기에서는 볼넷 1개로 출루에 그쳤고, 왼손 투수인 그랜트 데이튼을 상대로 삼진을 당하며 아직은 아쉬움을 남았다. 일단 28일까지는 개막 첫 4경기에서 모두 출루에 성공하며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시도는 어떻게 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최지만이 스위치 히터를 계속 지속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으며, 지속할 경우 경기를 위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오른쪽 타석에서의 자신의 가치도 보여준 최지만이 앞으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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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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