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이틀 연속 롯데를 제압하고 중위권 싸움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허삼영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2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1방을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터트리며 6-1로 승리했다. 주말 부산 원정에서 일찌감치 위닝시리즈를 확보한 삼성은 5할 승률에서 승패마진+1이 되면서 하루 만에 5위로 내려온 KIA타이거즈와의 승차를 1.5경기로 좁혔다(24승23패).

삼성은 올 시즌이 끝나면 FA가 되는 좌완 선발 백정현이 6이닝3피안타3사사구6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3승째를 챙겼고 김윤수, 노성호, 장지훈이 1이닝씩 책임지며 경기를 마쳤다. 타선에서는 외국인 선수 타일러 살라디노와 이원석 등이 부상으로 결장한 가운데 작년까지 주로 2군에 있었던 이 선수의 활약이 돋보였다. 전날 프로 데뷔 첫 홈런에 이어 이날 2경기 연속 홈런을 포함해 3안타2타점2득점을 폭발한 이성곤이 그 주인공이다.

아버지 이어 스타로 성장한 2세 선수들

현역 시절 '미스터 인천'으로 불리며 타율 .275 138홈런598타점을 기록했던 김경기SPOTV 해설위원은 '인천야구의 대부'로 불리는 김진영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의 아들이다. 과거엔 김경기 같은 2세 야구 스타들이 흔치 않은 특별한 케이스였지만 어느덧 KBO리그의 역사가 30년이 훌쩍 넘으면서 KBO리그 초창기 스타들의 2세들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라운드를 누비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2세 선수의 가장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역시 '바람의 손자'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다. 고교 시절까지 아버지 이종범을 따라 유격수로 활약하던 이정후는 프로 입단 후 외야수로 변신해 아버지도 이루지 못했던 신인왕을 차지하는 등 아버지의 뒤를 잘 따르고 있다. 이정후는 프로 4년 차가 된 올 시즌 27일 현재 통산 타율 .342 601안타21홈런205타점316득점을 기록하고 있는데 대졸 선수였던 이종범은 지금 이정후의 나이였을 때 프로 데뷔조차 하지 못했다.

또 한 명의 대표적인 2세 선수는 박철우 두산 베어스 2군 감독의 아들인 박세혁이다. 현역 시절 지명타자로 활약했던 아버지와 달리 발 빠른 포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박세혁은 양의지(NC 다이노스)가 떠난 작년 시즌 타율 .279 4홈런63타점58득점8도루의 성적으로 한국시리즈 우승포수로 등극했다. 이제 두산의 핵심 선수가 된 박세혁은 극심한 슬럼프나 부상을 당하지 않는 한 시즌 중에 2군 감독인 아버지를 만날 일이 거의 없어졌다.

MBC청룡과 빙그레 이글스의 4번타자 출신이자 은퇴 후 한화와 경찰 야구단의 감독을 지낸 유승안 감독의 두 아들 유원상(kt 위즈)과 유민상(KIA타이거즈)도 프로무대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하고 저니맨으로 여러 팀을 전전하던 유원상은 올 시즌 kt에서 주권과 함께 필승조로 활약하고 있다. 동생 유민상 역시 올 시즌 타율 .347 3홈런23타점으로 뛰어난 배팅 실력을 뽐내고 있다.

27일 현재 타율 4위(.378), 홈런 공동 10위(9개), 타점 공동 6위(35개)에 오르며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NC의 '깜짝스타' 강진성은 지난 2018년 20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운 강광회 심판의 아들이다. 1995년부터 활동하면서 야구팬들에게는 심판으로만 널리 알려졌지만 강광회 심판 역시 1990년부터 1994년까지 태평양 돌핀스와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선수생활을 한 바 있다(물론 현재는 강진성이 아버지의 기록을 모두 갈아 치웠다).

롯데와의 2경기에서 화력 폭발

2014년 두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가 2018년 삼성으로 이적해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1루수 겸 외야수 이성곤 역시 2세 선수 중 한 명이다. 이성곤의 아버지는 바로 해태 타이거즈 왕조시대의 돌격대장이자 세상 귀찮다는 듯한 무기력한 표정으로 외야에 서 있다가도 온갖 어려운 타구를 척척 잡아내던 '라면수비'의 창시자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이다.

아버지가 현역 시절 3번의 도루왕을 포함해 통산 145홈런과 371도루를 기록했던 호타준족형 타자였다면 이성곤은 뛰어난 장타력을 갖춘 우투좌타의 거포 유망주였다. 실제로 루키 시즌이 끝나고 곧바로 군에 입대한 이성곤은 경찰 야구단 시절이던 2016년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328 19홈런94타점을 기록하며 그 해 북부리그 홈런왕과 타점왕을 휩쓴 바 있다.

하지만 김재환과 박건우, 정수빈, 민병헌(롯데) 등이 포진한 두산 외야에서 이성곤의 자리는 없었고 이성곤은 전역 후 1군에서 단 4경기만 출전한 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삼성으로 이적했다. 잠실 야구장에 비해 타자 친화적인 삼성 라이온즈파크를 홈으로 쓰는 삼성에서 잠재력이 폭발할 거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이성곤은 삼성 이적 후에도 2년 동안 1군에서 단 22경기에 나서는데 그쳤다. 잦은 출전은커녕 데뷔 첫 홈런과 타점도 신고하지 못했다.

올 시즌에도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한 이성곤은 5월 중순 1군에 등록돼 10경기에서 타율 .278 3타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지난 24일 허리통증이 있는 살라디노 대신 다시 1군에 올라온 이성곤은 26일 롯데전에서 드디어 프로 데뷔 첫 홈런을 터트렸다. 이성곤은 5번1루수로 출전한 27일 경기에서도 2회 결승 홈런을 포함해 3안타2타점2득점을 기록하며 삼성의 연승을 이끌었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중계 도중 칭찬보다는 쓴 소리를 주로 하는 해설 스타일로 야구팬들로부터 '모두 까기 인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앞으로도 이순철 해설위원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이성곤도 출전 경기가 늘어난다면 부자가 경기장에서 선수와 해설위원으로 만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이순철 해설위원은 아버지 앞에서 적시타나 홈런을 때리는 아들 앞에서도 '모두 까기 인형'으로서 냉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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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이성곤 이순철 2경기 연속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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